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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주의 날飛]일상이 된 폭염…‘세계의 지붕’ 티베트 고원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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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주의 날飛]일상이 된 폭염…‘세계의 지붕’ 티베트 고원에 무슨 일이?

이원주 기자 입력 2018-08-31 17:30수정 2018-09-03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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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최악의 여름도 고비를 넘어 기세를 수그렸다. 하지만 폭염은 이미 트라우마가 됐다. 벌써 내년이 걱정된다. 앞으로 매년 이렇게 덥다더라, 앞으로는 더 뜨거워질 수 있다더라. 이런 우려는 걱정이 아니라 이미 어느 정도 현실 됐다는 경고가 곳곳에서 나온다.


● 뜨거워지는 티베트

올해 폭염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티베트 고원’ 지역에서 몰려온 뜨거운 공기다. ‘세계의 지붕’ 티베트 고원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티베트 고원은 네팔·부탄 국경과 맞닿는 중국 서남쪽 히말라야산맥 북쪽에 위치한 평균 해발고도 4000m 고원이다. (자료 : 구글어스)

티베트 고원은 중국 서남쪽, 네팔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고원지대다. 평균 고도 4000m 이상. 평균 기온도 영하 4도로 1년 중 대부분이 영하권이고 눈이 쌓여있는 곳이다. 올해 우리나라를 덮친 지독한 폭염은 바로 이 눈이 다른 해보다 일찍 녹으면서 발생했다. 티베트고원 기온이 크게 올라갔고, 그 뜨거운 공기가 한반도까지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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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최고 기온이 서울 기준 40도, 최저기온이 30도를 기록했던 올해 8월 1일의 상공 5.5km 상공 일기도. 원래 우리나라 주변의 이 높이 하늘은 한여름에도 영하 3~6도 정도를 보여야 하지만 티베트 고원의 뜨거운 공기와 북태평양 고기압이 중첩되면서 기온이 크게 올라갔다. (자료 : 기상청)

여러 곳에서 앞으로 여름 폭염이 일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이유는 바로 이 티베트 고원이 앞으로 계속 이렇게 뜨거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과학과 지구물리유체역학 수치모델 핵심실험실(LASG)과 대기물리연구소(IAP), 중국과학원(CAS) 등이 공동으로 2015년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1980년부터 2013년까지 티베트 고원은 10년에 0.44도씩 기온이 상승했다. 중국 전역의 평균 상승치인 10년 간 0.35도보다 빠르다. 같은 기간 북반구의 기온 상승 속도는 10년에 0.23도, 지구 전체의 기온 상승 속도는 10년에 0.16도였다.

티베트 고원과 중국 대륙의 기온 상승 추세. 2000년대 들어 중국의 기온 상승은 주춤한 반면 티베트 고원의 기온 상승은 멈추지 않고 있다. (자료 : Does the climate warming hiatus exist over the Tibetan Plateau, 중국과학원 등 공동 연구, 2015)


연구 결과를 보면 티베트 고원의 기온 상승은 여름과 겨울이 다른 계절에 비해 특히 심했다. 특히 1998년 이후 중국의 겨울 기온은 오히려 낮아지기 시작했지만 티베트 고원의 기온 상승은 멈추지 않고 있다. 이제 티베트 고원은 겨울철엔 눈이 덜 쌓이고, 여름엔 빨리 뜨거워질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더 강해진 열기가 우리나라에 더 오랜 시간 영향을 미치게 될 수도 있다.

2000년대 중국과 티베트 지역의 계절별 기온 상승률. 여름철의 티베트고원 온난화가 특히 심하고, 겨울에는 중국 대륙 전체의 기온은 떨어지고 있는 반면 티베트 고원의 온난화는 멈추지 않고 있다. (자료 : Does the climate warming hiatus exist over the Tibetan Plateau, 중국과학원 등 공동 연구, 2015)


● 5km 상공이 뜨거워진다

티베트 고원의 온도 상승률은 왜 심할까. 다른 연구 결과들에서 원인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티베트 고원의 높이는 평균 4000m 이상이다. 그리고 티베트 고원에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인도에서 인도 반도 상공의 지구온난화 영향을 연구한 결과 지상 3~5.5km 고도 기온이 다른 고도보다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는 걸로 조사됐다.

대류권 중간 높이의 기온 상승은 세계적 추세다. 인도 상공의 온난화를 고도별로 조사한 연구에서도 3.0~5.5km 상공의 온난화 추세가 뚜렸했다. (자료 : Recent trends in tropospheric temperature over Indiaduring the period, 인도열대기후연구소, 2017)

인도나 중국 서남부 등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영국 캠브리지의 남극조사·자연환경연구위원회가 1971~2003년 남극 상공 기온 변화를 관측한 결과 남극 표면이 10년에 0.15도 상승하는 동안 5.5km 상공을 중심으로 한 성층권 중간 고도는 10년에 0.7도씩 기온이 치솟았다.

남반구에서도 경향은 비슷하다. 남극 상공의 온난화 경향 그래프. (자료 : Significant warming of the Antarctic winter troposphere, 대영 남극 조사·자연환경연구위원회, 2007)

상공 5.5km 근처의 온난화가 우려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이 높이의 대기 변화가 날씨와 기후를 예측하는 기준이 되는 고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얘기하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태풍의 진로’를 포함해 여름의 폭염과 겨울의 혹한 등을 예측하고 예보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고 분석하는 ‘기준 자료’가 바로 5.5km 상공(500hpa)의 일기도다. 올해 이 고도의 일기도가 일찍이 보지 못한 그림을 그리면서, 한반도 근처로 온 태풍이 비정상적으로 진행하고, 늦여름 장마전선이 이례적으로 강하게 발달하는 등의 현상이 속출했다.

일반적이지 않은 경로를 보이며 우리나라 주변으로 접근하지 못했던 올해 태풍들. (자료 : 기상청, 위키피디아)



● 전기도 지구온난화 주범

그동안 대기와 관련한 관심사는 겨울과 봄철 극심한 미세먼지였다. 한동안 지구온난화 이야기는 거론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악의 폭염을 계기로 이제는 이야기해야 할 때가 됐다.

각 발전 방식별 온실가스 배출량. (자료 : 네덜란드 우트레흐트대학, EBN)

전기는 온실가스를 계속해서 내뿜는 자원이다. 각종 화력발전(석탄, LNG 등)에 비해 원자력발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확실히 적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와 비교할 바는 안 된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지난해 말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면 2030년이 되어도 신재생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피크기여도 기준)은 크게 높아지지 않는다.

지난해와 2023년(원자력발전 최대 비중), 2031년의 발전 방식별 비중 비교(피크기여도 기준). 신재생에너지 발전 증가량만큼 LNG발전량이 증가하고, 석탄 발전량은 크게 줄어들지 않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LNG와 석탄 발전은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는 발전 방식이다. (자료: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산업자원부, 2017)

무시무시한 온실가스를 내뿜는 석탄발전도 현재와 비중이 비슷하고 LNG 발전량은 오히려 늘어난다.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9위(유럽 국제대기연구소 탄소배출데이터베이스, 2016년 기준, 1인당 배출량은 세계 19위)인 우리나라 역시 지구 온난화에 대한 책임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온실가스 배출 총량 중 30% 이상은 발전소에서 나온다. 지구온난화와 온실가스 배출만 놓고 보면 정부의 획기적인 정책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들. 한국은 전 세계에서 9번째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고(이산화탄소 배출 기준), 인구 1명 당 배출가스량도 세계 19번째로 많다. (자료 : 유럽위원회 세계기후연구소 온실가스 배출 데이터베이스, 2017)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전기를 많이 쓰면 쓸수록 계속해서 지구온난화에 ‘빚’을 얹게 된다. 전기는 적어도 지구온난화에 관련해서는 청정에너지가 될 수 없다. 이미 ‘더운 여름’은 ‘뜨거운 여름’이 됐다. ‘더 뜨거운 여름’, ‘타는 여름’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에너지 허리띠’를 졸라매는 일이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인포그래픽=채한솔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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