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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보유국 만세’ 육아원에도 붉은 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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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보유국 만세’ 육아원에도 붉은 구호

동아일보입력 2006-11-06 02:59수정 2018-08-0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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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어는 거창… 거리는 평온
3일 평양 시내. ‘세계적인 핵보유국을 일떠세운(일으켜 세운) 절세의 령장 김정일 장군 만세’라는 핵실험 찬양 표어 아래로 시민들이 한가로이 걷고 있다.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발표했지만 핵실험에 따른 동북아와 한반도의 긴장은 여전하다. 남한 내에서는 386 운동권 출신 인사들의 간첩단 의혹 사건으로 대북정책을 둘러싼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과연 북한 현지는 어떤 표정일까. 본보 신석호 변영욱 기자가 대북 지원단체인 굿네이버스인터내셔날(회장 이일하 목사)의 회원 자격으로 1일부터 4일까지 평양과 묘향산 등을 다녀왔다.》
[화보]핵실험 이후의 평양을 가다

코흘리개 어린이가 뛰어노는 육아원에서도 북한 핵실험은 자랑거리였다. 2일 오후 평양 시내에 있는 평양육아원을 방문한 방북 대표단 일행은 잠시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육아원 출입문 위에 ‘핵실험에 성공한 그 기상 그 본때로 강성대국 건설에서 새로운 비약을 이룩하자’는 구호가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길거리는 말할 것도 없었다. 핵실험 이후 북한 거리에는 ‘핵보유국’이 되었음을 기정사실화하는 붉은색 구호들이 넘쳐 났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평양 거리 곳곳에는 ‘핵보유국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제국주의자들의 온갖 도전을 당당히 거부하자’, ‘핵보유국이 된 5000년 민족사의 역사적 사변을 길이 빛내자’ 등 10여 종류의 문구를 볼 수 있었다.
어떤 구호는 바퀴가 달린 이동식 지지대 위에 붙어 있다. 자리를 옮겨 가며 되도록 많은 주민이 보도록 하기 위해서다.
공중전화 줄 선 젊은이들
3일 평양의 젊은이들이 공중전화 부스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평양에선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는 시민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2000년대 초반 한창 늘어나던 휴대전화가 최근 평양시내에서 자취를 감췄다. 평양=변영욱 기자
모든 핵 관련 구호의 종착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개인과 선군(先軍)정치, 강성대국론(强盛大國論) 등을 찬양하는 것으로 모아졌다. 북한 당국이 핵실험을 계기로 김 위원장의 통치 체제를 더 강화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핵실험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강조하는 주민 교양도 충분히 이뤄진 듯했다. 평양 양각도호텔에서 일하는 한 여자 종업원은 방북 대표단 일행에게 “이제 핵으로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막을 수 있게 됐다. 정말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2일 오전 평양 낙랑구역 승리동 대동강제약공장 준공식장에서 만난 당국자 A 씨는 “공화국의 자위를 위해 핵실험은 당연한 일”이라며 “말이 안 통하면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한다. 미국에는 그 방법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2년 이후 6차례 방북하면서 여러 번 만난 적이 있는 A 씨는 또 “우리가 핵실험을 하니까 미국이 벌벌 떨고 공화국(북한)과 미국의 일대일 대화를 주장하는 미국 민주당의 지지도가 올라가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반미는 편의적인 면이 있다. 그는 “미국은 상대할 대상이 아니다. 어떻게 한쪽으로 지난해 9·19 베이징(北京) 공동선언 합의에 서명하고 다른 쪽으로는 금융제재를 책동할 수 있는가”라며 “과거 소련과 중국은 우리 쪽에 사정이 생겨도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는 논리로 미국의 금융제재를 비난했다.
최근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발표한 데 대해서는 “미국과 우리는 결국 한번 싸워야 하는 관계다. 그러나 이번에 미국이 잘해 보겠다고 하니까 나가 보는 거지. 우리는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이니까”라고 설명했다.
[화보]핵실험 이후의 평양을 가다

평양=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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