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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이 작은 배려가 큰 사고 막아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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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이 작은 배려가 큰 사고 막아줍니다

서형석 기자 입력 2019-07-22 03:00수정 2019-07-2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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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운전 1000명을 살린다]<12> 방향지시등 안 켜는 운전자들
18일 오후 1시 40분경. 경기 하남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서하남 나들목을 빠져나가는 연결 램프에서 기자가 운전 중이던 차량 앞을 달리던 K7 승용차가 우측으로 주행차로를 바꿨다. 이때 K7 차량의 미등에서는 뒤따르는 차량 운전자에게 차로 변경을 알리는 방향지시등(깜빡이)이 켜지지 않았다.

18일 오후 경기 하남시 서하남로에서 검정색 승용차 1대(빨간 동그라미 안)가 좌측 이동을 알리는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좌측으로 차로를 바꿔 추월하려 하고 있다. 블랙박스 캡처
약 30초 뒤 연결램프를 나와 강동대로로 진입하는 도로에서 K7 차량은 기자 차량의 오른쪽을 지나 바로 왼쪽으로 차로를 또 바꿔 추월했다. 이때도 깜빡이는 켜지 않았다. K7 차량은 다시 좌측으로 2개 차로를 더 옮겼다. 역시 깜빡이를 켜지 않았다. K7 차량이 옮겨 온 차로에서는 소형 화물차가 직진 중이었다. 평일 낮 시간대 교통량이 적은 도로여서 통행 차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화물차 운전자가 속도를 높였다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도로교통법은 ‘모든 차의 운전자는 좌회전 우회전 횡단 유턴 서행 정지 또는 후진을 하거나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면서 진로를 바꿀 때 반드시 방향지시기나 손으로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정해 놓았다. 하지만 도로 위에서는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로를 바꾸는 운전자들이 많았다. 기자는 18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서울 강동구 천호대로와 경기 과천시의 정부과천청사 사이 32.6km 구간을 왕복 운전했다. 중간에 도심 일반도로와 고속도로 구간이 섞여 있다.


18일 오후 서울 강동구 강동대로에서 검정색 SUV 1대(빨간 동그라미 안)가 우측 이동을 알리는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우측으로 차로를 바꾸고 있다. 블랙박스 캡처
오전 10시 40분. 기자 차량은 편도 6차로인 강동구 양재대로 수서나들목 방향 둔촌동 구간에서 3차로를 달리다 2차로로 옮겨 탔다. 동시에 기자 차의 바로 앞 차량보다 앞서 있던 검은색 경차도 똑같이 차로를 옮겼다. 이때 경차는 깜빡이를 켜지 않았다. 서울시가 측정한 올해 5월 이 구간의 오전 10시 평균 속도는 시속 29km. 지난해 양재대로 전 구간의 양방향 평균 시속 26km와 비교하면 속도를 내기 쉬운 구간이다. 뒤에서 빠르게 직진하는 차가 있었다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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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11분. 경기 의왕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청계요금소를 빠져나온 기자 차량 앞에 소형 화물차 한 대가 달리고 있었다. 기자가 모는 차량은 1km 남짓 떨어져 있는 학의 갈림목에서 과천봉담도시고속화도로로 빠지기 위해 맨 끝 차로인 4차로를 달리고 있었다. 고속도로에서는 모든 나들목과 갈림목을 앞두고 오른쪽 맨 끝 차로가 직진과 우측 이동을 겸한다. 앞차가 깜빡이로 자신의 차로 변경을 알려야 직진하려는 뒤차가 앞차에 맞춰 속도를 줄일 수 있다. 도심 일반도로의 교차로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화물차는 우측 깜빡이를 한 번도 켜지 않았다.

서울로 돌아온 오후 1시 42분. 강동구 강동대로 올림픽대교 방향 둔촌사거리 부근에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한 대가 세 번이나 깜빡이를 켜지 않고 차로를 바꿨다. 편도 6차로 중 1차로에서 단번에 3차로의 기자 차량 앞으로 옮겨왔다. 이른바 ‘칼치기’였다. 이곳은 사거리의 신호를 받는 곳으로 뒤차가 속도를 냈다면 충돌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SUV는 10초 뒤 2차로로 옮겼다. 이때도 깜빡이를 켜지 않았다. 뒤에서 오던 파란색 승용차가 급히 속도를 줄이는 것이 보였다. SUV는 둔촌 사거리를 지나자 다시 3차로로 옮겨 탔다. 이번에도 깜빡이는 켜지지 않았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조사한 ‘2018 교통문화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운전자의 깜빡이 점등률은 71.5%에 그쳤다. 도로 위 운전자의 10명 중 3명은 방향 전환이나 차로 변경 때 깜빡이를 켜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호 준수(96.5%), 이륜차 안전모 착용(84.6%), 정지선 준수(78.5%)와 비교하면 깜빡이 점등률은 많이 낮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찰청에 접수된 공익신고 91만7173건 중 깜빡이 점등과 관련된 신고만 15만8762건이었다.

깜빡이는 차량 간 ‘의사소통’ 수단이다. 도로교통법에서는 차량이 방향을 옮기기 30m 전(고속도로는 100m 전)부터 깜빡이를 켜도록 하고 있다. 깜빡이를 켜지 않아 적발되면 범칙금 3만 원이 부과된다. 경찰청은 깜빡이 점등 위반이 보복운전과 접촉사고 등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사고 예방을 위해 4월부터 깜빡이 켜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일본의 도로교통법은 교차로에서 방향을 바꾸기 30m 전, 같은 진행 방향 중 차로를 바꿀 때는 3초 전에 깜빡이를 켜도록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깜빡이를 켜지 않고 방향을 바꾸다 적발되면 차종별로 5000∼7000엔(약 5만5000∼7만6000원)의 범칙금을 물린다.

미국은 주(州)마다 차이가 있지만 앨라배마주의 경우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았다가 단속에 걸리면 169달러(약 20만 원)에 가까운 돈을 내야 한다. 호주는 187호주달러(약 15만5000원), 카타르는 300리얄(약 9만7000원)로 모두 한국보다 범칙금 액수가 많다. 이성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운전자들이 깜빡이를 켜지 않는 건 다른 차량의 안전에 대한 무관심 때문”이라며 “깜빡이는 다른 운전자에 대한 배려이자 교통사고를 막는 첫 번째 예방책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공동기획 :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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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생명운전#깜빡이#작은 배려#방향지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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