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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지상, 차는 지하로”… 인구 18만명 도시에 보행자 사고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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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지상, 차는 지하로”… 인구 18만명 도시에 보행자 사고 ‘0’

서형석 기자 입력 2018-10-29 03:00수정 2018-10-29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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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운전 차보다 사람이 먼저다]<17>보행도시의 교과서 佛 라데팡스
프랑스 파리 인근 퓌토의 ‘라데팡스’에서 보행자들이 도시 중심부인 ‘그랑드 아르슈(신개선문)’와 그 주변을 자유롭게 걷고 있다. 1958년 조성을 시작한 라데팡스 지상의 모든 공간은 보행자만 다닐 수 있다. 퓌토=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10일(현지 시간) 정오가 가까워지자 ‘라데팡스’로 알려진 프랑스 퓌토의 그랑드 아르슈(신개선문) 앞 ‘파르비스’ 거리가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라데팡스의 축’이라는 뜻이다. 점심식사와 산책을 즐기기 위해 나온 인파로 거리에는 활기가 넘쳤다. 곳곳의 푸드트럭에서는 쉴 새 없이 음식이 만들어지고 있었고, 사람들은 거리 여기저기 놓인 테이블이나 그랑드 아르슈 앞 계단광장에 자리를 잡고 식사를 즐겼다. 하지만 라데팡스에서 제일 큰 거리인 이곳에서는 달리는 자동차를 한 대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지상은 모두 보행자의 공간이었다. 1958년 계획된 ‘보행자 중심 도시’ 라데팡스의 모습이다.

○ 보행안전·교통편의 모두 성공한 신도시

1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인근 퓌토의 '파리라데팡스' 사무실에서 이 회사의 토마스 르두 마케팅 담당 이사가 2020년대 이후 개발될 라데팡스의 모습을 축소한 모형을 두고 보행 중심 도시로서의 라데팡스의 미래를 소개하고 있다. 퓌토=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라데팡스는 프랑스 수도권 ‘일드프랑스’ 서북부의 대형 상업지구다. 퓌토 등 3개 지방자치단체에 걸쳐 있다.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없는 파리를 대신해 70여 개의 마천루와 공원, 주거지가 조성됐다. 제2차 세계대전 때까지 작은 마을과 공장이 자리한 파리 외곽의 한산한 교외지역이었지만, 지금은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복합 상업지구로 자리를 잡았다. 면적은 564만 m²로 서울 마곡지구보다 2배 가까이 넓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만 18만 명에 이른다.



라데팡스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신도시 개발’로 꼽힌다. 편리한 대중교통, 파리와 8km 떨어진 우수한 접근성을 바탕으로 토탈, 탈레스 등 대기업을 포함해 500여 개의 기업을 유치했다. 라데팡스 성공의 가장 큰 비결은 ‘보행자 중심 도시’였다. 토마스 르두 파리라데팡스 마케팅 담당 이사는 “라데팡스는 도시계획 단계부터 지상의 자동차 통행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것을 중요한 원칙으로 삼았다. 근로자가 일하고 싶고, 투자자가 투자하고 싶은 사람 중심의 경제 거점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고 강조했다. 파리라데팡스는 1958년 설립된 개발 총괄 조직 라데팡스개발청(EPAD)이 올해 1월 이름을 바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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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인근 퓌토의 '라데팡스'에서 보행자들이 도시 중심부를 자유롭게 걷고 있다. 퓌토=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라데팡스에서는 긴급상황을 제외하고는 모든 차가 지하로만 다닌다. 푸드트럭도 보행자 통행이 뜸한 이른 새벽과 늦은 밤에만 지상을 드나든다. 구역별로 지하 4∼10층으로 건설된 구조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대중교통도 마찬가지다. 철도는 파리 시내와 연결되는 급행철도(RER), 파리 지하철 1호선, 프랑스 국철(SNCF) 등을 복합 역사에 모아 환승시간과 거리를 줄였다. 미래의 대중교통망을 위한 공간까지 반영한 설계 덕분에 차 없이도 편리하게 출퇴근과 업무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도시 규모가 넓어지면서 보행거리가 늘어나는 문제는 전동휠 같은 개인형 이동수단(PM)과 자전거 활성화로 극복하고 있고, 보행자 보호를 위해 PM과 자전거 속도 감축도 추진한다.

르두 이사는 “라데팡스는 60년 전 첫 계획을 고집하지 않고 환경과 생활 양상의 변화에 따라 미래 모습을 바꾸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다. 하지만 보행자 우선 도시라는 지향점은 변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라데팡스에서 교통사고로 보행자가 피해를 입은 적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보행자 전용공간만 31만 m²에 달해 교통사고가 벌어질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9일(현지 시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교통포럼(ITF)의 알렉산드 산타크루 도로안전연구원이 '안전한 도시거리' 모임을 소개하고 있다. 파리=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박수정 한국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원은 “보행자와 차량이 서로 마주할 일이 없게 하는 것이야말로 보행자 안전 강화를 위한 확실한 방법”이라며 “국내에서도 보행자 통행이 잦을 것으로 예상되는 구역에는 설계 단계부터 차량 통행을 차단하는 시설을 마련하는 등 보행자 안전을 최우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보행도시’는 돌이킬 수 없는 대세
9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에서 만난 OECD 산하 국제교통포럼(ITF)의 알렉상드 산타크루 도로안전연구원은 “차량 통행을 억제하고 보행자 안전을 강화하는 건 모든 국가가 고민하는 주제”라며 “각 도시가 성공 사례를 공유하며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리를 비롯해 영국 런던, 스페인 세비야 등이 차량 이용 수요를 억제하고, 빠르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을 제공해 보행 중심 도시로 거듭난 사례를 적극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운전자의 반발도 따른다. 산타크루 연구원은 “대중교통, 자전거 등을 이용하는 것이 더 낫다는 걸 끊임없이 인식시켜야 한다. 차량 억제 정책을 준비할 때는 최악의 교통난까지 예상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세계 주요 도시는 ‘보행 친화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함께 행동하고 있다. ITF가 2016년 만든 도시 간 협의체 ‘안전한 도시거리’ 모임에 이미 북미와 유럽 등의 도시 49곳이 참여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참여해 연간 2차례 열리는 도시 간 회의에 참석하면서 뉴욕, 런던, 파리 등과 정보를 공유한다. 그는 “서울 등 한국 도시는 아직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언제든지 참여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퓌토·파리=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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