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four)에버육아]<26>미세먼지, 과거에도 많았다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0일 15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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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아야 할 미세먼지 이야기

“우리 땐 안 이랬는데, 요샌 정말 숨을 쉴 수가 없어요.”

지난 한 주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첫째 하교를 위해 교문 앞에서 기다릴 때면 삼삼오오 모인 학부모들이 모두 마스크 속에서 깊은 한숨을 쉬었다.

“옛날엔 하늘 진짜 파랬는데…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우리 아이들이 불쌍해요.”

온 나라가 미세먼지로 들썩인 한 주였다. 네 영·유아의 엄마인 나도 예민한 일주일을 보냈다. 며칠 켁켁 기침하던 막내가 결국 기관지염에 걸렸기 때문이다. 의사는 “(증상이 심해진 건) 미세먼지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몇 년 간 봄철 감기로 수없이 병원을 찾았지만 이런 진단을 들은 건 처음이었다.

과거부터 함께 해온 미세먼지

“근데 그거 아세요? 미세먼지요, 사실 우리 어릴 때는 더 안 좋았어요.” 이렇게 말하자 웬만해선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어주시는 친정엄마조차 곧장 반문하셨다. “무슨 소리야? 내 기억에 예전엔 하늘이 이렇게까지 뿌옇지 않았어. 네가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야?”

엄마도 이럴진대,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십중팔구 비슷한 반응이 돌아온다. “말도 안 된다.” “그럴 리 없다.” “그저 네 생각 아니냐.” 하지만 내 말은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정부 공식자료에 근거한 사실이다. 환경부가 매년 발간하는 대기환경연보에는 연도별 평균 미세먼지 측정치가 실린다. 도시별로 약간씩 들쭉날쭉하긴 해도 서울부터 부산까지, 전국 7대도시 미세먼지 수치가 거시적으로 꾸준히 떨어져온 걸 볼 수 있다.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만 해도 20년간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즉 ‘우리 아이들만 불쌍해 할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연표에 따르면 불과 20년 전, 즉 당신이 어리거나 젊었을 때 우리나라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중국 베이징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이제와 사람들이 느끼는 심각함은 무엇이란 말인가? 착각인 걸까? 꼭 그런 건 아니다. 일단 과거보단 나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우리나라 대기질은 선진국과 비교해 썩 좋지 않다. 과거가 ‘매우 나쁨’이었다면 현재는 ‘덜 나쁨’ 정도랄까. 그리고 연평균 수치가 떨어져왔다 해도 겨울에서 봄 사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사라진 건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특정한 이유로 농도가 치솟는 날은 있다는 뜻이다. 지난 일주일도 그런 날이었다(그리고 그런 날들이 요 근래 반짝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과거엔 그런 날이 있어도 몰라서 지나쳤고, 현재는 알기에 지나칠 수 없게 된 게 아닌가 싶다.

어찌됐든 현재도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고 있는 건 사실이므로 그러려니 하면 그만이지만, 굳이 ‘과거에 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았다’는 사실을 짚고 가고픈 이유는 그래야 우리가 바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가 ‘갑자기 나타난 것’으로 아는 것과 ‘원래부터 있던 것’으로 아는 것의 차이는 크다.

중국 탓은 이제 그만

형제자매끼리 놀다 보면 폭력이 발생할 때가 있다. 다자녀 집은 말 그대로 ‘가지가 많아’ 바람 잘 날이 없다. 때린 아이는 꼭 하소연한다. 언니가 내 물건을 뺏어서…, 동생이 자꾸 나를 놀려서…(때렸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말한다. “너도 (때리는) 잘못을 했으면서 남 탓 하지 마.”

내가 잘 들어가는 한 온라인 카페에 요즘 틈만 나면 ‘중국을 규탄하는 청원에 동참해주세요’ 라는 글이 올라온다. 미세먼지가 ‘갑자기’ 심해진 이유는 중국 탓이기에 정부가 중국을 강력 규탄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물론 중국을 포함한 국외발 미세먼지는 현재 국내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50~80%의 기여율을 차지할 정도로 큰 문제다. 베이징에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면 이틀 뒤엔 거의 틀림없이 우리나라 서울에도 비슷한 농도의 미세먼지가 나타날 정도로 기여도는 명확하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미세먼지는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간단히 생각해봐도 한반도는 편서풍 지대에 위치하기 때문에 평상시 중국, 몽골 등 국외발 미세먼지가 꾸준히 유입될 수밖에 없다. 지금 들어온다면 수십 년 전에도 들어왔을 것이다.

여기서 과거 우리나라 연평균 미세먼지 수치가 훨씬 높았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에는 왜 그리 수치가 높았을까? 중국 등 국외로부터 지금보다 더 많은 미세먼지가 들어왔을까? 그럴 수도 있지만 아마도 당시에는 국내 미세먼지 발생량 역시 지금보다 많았을 것이다. 일례로 자동차만 해도 불과 10여 년 전 국내서 판매된 경유차는 현재 생산차의 5배 넘는 미세먼지를 뿜었다. 당시엔 배출가스 규제가 낮아 그게 허용됐기 때문이다. 지금은 규제가 강화돼 그런 차는 판매도, 운행도 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지난 수십 년간 공장 굴뚝에도 각종 배출기준이 더해졌고, 사업장 단속이 강화됐으며, 노천소각도 거의 사라졌다.

즉 국내 발생원이 크게 줄었다. 국내 발생량이 준 대신 중국의 배출량은 늘면서 상대적으로 외국 미세먼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아졌다. 높은 미세먼지 기여율을 온전히 중국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이유다.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미세먼지 양은 여전히 상당하다. 더 줄일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발표한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2015년 서울 미세먼지의 6%, 대전 미세먼지의 18%가 발전소가 밀집한 충남에서 왔다고 한다(이른바 ‘충남발 미세먼지’랄까). 당진에 있는 제철공장 한 곳에서 단 하루 동안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만 55t이다. 1년이면 2만t. 어마어마한 양이다. 이런 배출량을 줄이고, 화력발전을 친환경발전으로 대체하고, 각종 불법배출을 잡고, 미세먼지 배출저감시설을 개선하는 등 우리가 할 일이 많다. 다른 나라 탓 먼저 할 게 아니라 일단 ‘우리 잘못’부터 고쳐야 하지 않을까.

시민 개개인도 마찬가지다. 차를 적게 몰고, 전기를 아껴 쓰고, 일회용품 사용도 줄이고(우리나라 쓰레기 대부분은 소각된다). 이 모든 것들이 미세먼지 저감으로 이어진다.

한편 중국도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때문이 아니라 당장 본인들이 나쁜 공기에 질식해 죽겠기 때문이다. 한·중 양국의 저감 노력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정부가 중국 눈치를 보느라 소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비춰지는데, 무턱대고 남의 나라에 “공장 돌리지 마!” 할 수는 없으니 환경원조와 조사지원을 하며 저감을 유도하는 게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실내 미세먼지에도 관심을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실내 미세먼지에 관한 것이다. 얼마 전 아이 어린이집 운영위원회 회의가 있었다. 원장선생님께서는 “겨울~봄철에는 미세먼지 때문에 많은 실외활동을 실내활동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하셨다. 잘못했다간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치기 때문에 아예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한다.

‘미세먼지 나쁜 날 아이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기에 체육관이나 교실로 들어가게끔 전화를 넣었어요.’ ‘미세먼지 농도 높다고 해서 바깥에 나가는 대신 아이들 데리고 키즈카페에 다녀왔어요.’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실내로 피신’했다는 내용의 글이 자주 올라온다. 아이들이 실외활동을 하는 것을 보고 해당 기관에 항의를 했다는 내용도 많다.

물론 미세먼지가 나쁜 날 나가지 않는 건 옳다. 근데 과연 실내에 들어가면 안전할까? 사실 일반적으로 실내 미세먼지 농도는 바깥보다 높다. 밀폐된 공간이라 같은 미세먼지 양에도 밀도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람까지 많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체육관이나 교실, 키즈카페 같은 곳들이다.

더구나 사람들이 드나들면서 외부 미세먼지까지 유입된다. 체육관, 역사처럼 넓은 공간은 정화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환경부 실시간 자동측정소 자료에 따르면 황사가 왔던 2015년 2월 23일 인천지하철 1호선 작전역 안의 미세먼지 농도는 황사주의보 수치보다도 더 높았다.

그런데 미세먼지 높은 날 어린이집 안에서 뛰고 던지는 체육활동을 한다면? 모르긴 몰라도 농도는 바깥 미세먼지에 준하는 수치가 될 것이다. 물론 실내외 미세먼지 구성에 차이가 있고 실내는 어떻게든 공기청정기를 돌려 정화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긴 하지만, 기계를 충분히 가동하지 않는다면(가장 센 강도로!) 먼지 양은 실내라고 별달리 나을 게 없다.

‘그럼 어쩌란 말이야??’ 그저 실내로 피한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니 실내 정화 노력도 충분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가 나쁜 날이라도 가정에서 요리나 청소를 할 때는 반드시 환기를 하라고 권한다. 청소도 마찬가지다. 바닥이나 가구에 먼지가 많다면 자연히 공기 중 먼지 농도도 높아진다. 진공청소기가 만들어낼 2차 먼지가 불안하다면 밀대청소를 하면 된다.

과도한 공포는 자제하고 해결에 집중을

“올해는 왜 이렇게 틈만 나면 ‘나쁨’이지?”

실제 올 1~2월 미세먼지 나쁨일수가 예년 대비 2배 늘었다고 한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다. 지난해 미세먼지 나쁨 기준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예전이면 ‘보통’이 떴을 날도 이젠 ‘나쁨’이 되었다는 뜻이다.

덕분(?)에 하루걸러 나오는 나쁨 예보로 온 국민이 미세먼지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 되었지만, 대기오염의 심각성과 개선 필요성을 환기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것 같다. 우린 그동안 대기질에 대해 너무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단 모두 너무 공포에 떨면서 지나치게 스트레스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없던 것이 새로 생긴 것도 아니고 당장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고농도가 발생하면 마스크를 쓰고 외출을 자제하되 평소 우리가 해야 할 것들(저감노력)을 차분히, 그리고 꾸준히 해나가야 할 것이다. 환경부를 출입했던 기자이기에 앞서 네 아이의 엄마인 나도 누구보다 미세먼지 문제의 해결이 절실하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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