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가짜 팔로어’ 공장… 10달러 내면 이틀내 500명 뚝딱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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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뉴욕주 검찰, 웹사이트 ‘더부미’ 사기혐의 조사

‘트위터 팔로어를 지금 구입하세요. 10달러를 내면 1, 2일 만에 500명의 팔로어를 만들어드립니다.”

소셜미디어마케팅 웹사이트 ‘더부미(Devumi)’는 디지털 시대의 ‘인기’를 판매하는 ‘팔로어 공장’이다. 돈만 주면 트위터, 유튜브, 링크트인, 핀터레스트, 사운드클라우드 등 인기 소셜미디어의 팔로어와 조회수를 얼마든지 늘려준다. 10달러를 내면 500명, 49달러를 내면 5000명의 팔로어를 만들어준다. 리트윗 1000개는 29달러. 유튜브 조회수를 2만5000회 늘려 주면 149달러를 받는다. 돈으로 인지도와 여론을 조작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는 셈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 시간) 할리우드 배우, 스포츠 스타, 기업인, 마케팅 전문가, 종교인, 정치인 등 약 20만 명이 ‘팔로어 공장’ 더부미의 고객이라고 보도했다. 더부미는 350만 개 계정을 만들어 이들에게 팔로어와 리트윗, 조회수 등을 판매했다. 2만5000명의 가짜 팔로어를 만들어줄 경우 처음 1만 명은 사진, 이름, 사는 곳 등의 개인 정보가 있는 계정을 활용해 실제처럼 꾸며줬다. 이 과정에서 더부미가 최소 5만5000명의 개인 정보를 도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NYT에 따르면 더부미 고객 명단에 콜롬비아 출신의 할리우드 배우 존 레귀자모, 마이클 델 델컴퓨터 창업자, 레이 루이스 전 프로미식축구 선수, 수영복 모델 캐시 아일랜드, 마사 레인 폭스 트위터 이사,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의 부인인 루이즈 린턴 등이 포함됐다. 미국 드라마 ‘선스 오브 아나키’에 출연한 배우 라이언 허스트는 팔로어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75만 명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부미 고객의 정치적 성향은 노동운동가 출신의 민주당 정치인부터 극우 매체 브라이트바트 기자까지 다양했다. 중국 신화통신의 에디터,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 보좌관 등 외국 정부기관 직원이나 정치인도 있었다. NYT는 “더부미의 가짜 팔로어들이 온라인 정치 논쟁에서 유령 군인들로 활약했다”고 지적했다.

팔로어 구매가 들통난 유명 인사들은 매니저, 홍보대행사 직원의 탓으로 돌리거나 “시험 삼아 해봤을 뿐”이라고 둘러댔다. 더부미에서 팔로어를 구매한 여배우 디어드리 러브조이는 “다들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일부는 잘못을 시인했다. 5만 명의 팔로어를 구매한 시드니올림픽 조정 금메달리스트인 영국인 제임스 크래크널은 “사기 행위”라며 “팔로어나 좋아요 수로 사람을 판단하는 건 건강하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팔로어 공장’은 디지털 공간에서 팔로어나 좋아요 수 등의 ‘가상 지위(virtual status)’가 ‘현실 세계의 돈(real world currency)’이나 권력으로 바뀌는 현실과 관련이 있다. 팔로어 수에 따라 고용 여부, 급여 수준 등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 온라인 마케팅 회사인 캡티브8에 따르면 팔로어 10만 명을 가진 사람의 홍보 트윗은 건당 2000달러, 100만 팔로어를 가진 사람의 홍보 트윗은 2만 달러를 받는다. 더부미와 같은 팔로어 공장이 10여 곳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부미의 창업자 저먼 칼라스는 가짜 팔로어와 개인정보 도용 의혹에 대해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그런 일을 알지 못한다”고 NYT에 밝혔다. 하지만 에릭 슈나이더먼 뉴욕주 검찰총장은 28일 “사칭과 사기는 뉴욕주 법에 위배된다”며 더부미 사건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더부미#가짜 팔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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