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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투 더 동아/12월 7일]푸른바다 뒤덮은 ‘검은 재앙’…2007년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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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투 더 동아/12월 7일]푸른바다 뒤덮은 ‘검은 재앙’…2007년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

김지영기자 입력 2017-12-06 16:35수정 2017-12-0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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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기름유출 사고 소식을 보도한 동아일보 2007년 12월 8일자 13면.

“유출된 기름은 조류를 따라 동남쪽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8일 오전 중 서해안 가까이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동아일보 2007년 12월 8일자 1면)

2007년 12월 7일 오전 7시30분 께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홍콩 선적의 유조선 허베이 스피릿호가 삼성중공업 소속 해상 크레인과 충돌했다. 인천대교 공사에 투입됐던 크레인을 예인선단이 쇠줄에 묶어 경남 거제로 예인하던 중 쇠줄이 끊긴 것이다. 이 사고로 원유 1만2547t이 바다로 유출됐다. 국내 사상 최악의 해양 사고였다.

이날 사고는 기상 악화 때문이 아닌 인재였다. 검찰에 따르면 크레인 선장은 기상이 악화됐는데도 닻을 내려 정지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유조선 선장은 크레인이 적절한 거리를 두고 통과할 것으로 섣불리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피항하지 않았다. 예인선 선장은 유조선이 피항하도록 요구한 것처럼 항해일지를 거짓으로 기재했다(동아일보 2008년 1월 22일자 12면).


이 사고는 재앙에 가까웠다. 바다가 검은 기름으로 뒤덮였다. “푸른빛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시커먼 ‘죽음의 바다’였다. (…) 기름에 엉겨 붙어 죽은 해초 뭉치와 기름이 끼면서 검은색으로 변한 돌이 개펄 중간 중간에 놓여 있었다. 마을 공동 굴 양식장에는 굴이 매달린 기둥들이 마치 화재로 타 버린 듯 검게 변해 있었다.”(동아일보 2007년 12월 10일자 3면) 어업과 관광업이 모두 중단됐다. 주민 일부는 생계 대책을 요구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검은 재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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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에서 오염된 태안 앞바다를 구하기 위해 찾아온 자원봉사자들 모습. 동아일보DB

사고 발생 20일 뒤 동아일보 칼럼 ‘오늘과 내일’에는 주말에 태안을 다녀온 기록이 실렸다. “자원봉사자들은 자신의 부엌에 있는 그릇을 닦듯, 아이의 책상을 훔치듯, 벽에 낀 때를 벗겨내듯 자갈과 갯바위와 방파제에 매달려 말없이 기름을 닦고 있었다. 겨울바다는 그들의 정성으로 뜨거웠다….”(동아일보 2007년 12월 27일자 35면)

태안자원봉사자들은 동아일보가 선정한 ‘2007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동아일보 지면

태안의 기적은 그렇게 탄생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아들과 함께 온 어머니, 작년에 놀러갔던 곳이라며 조르는 여덟 살 아들의 고집에 함께 온 가족, 자갈에 묻은 기름때를 닦아내며 데이트를 즐기던 연인, 신혼여행으로 자원봉사를 택한 부부, 교도소 복역수가 보내온 성금, 일본 체류 중인 유학생이 보내온 1000마리 종이학 등…. 사고 77일 만에 자원봉사자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 태안의 자원봉사자들은 빙상 요정 김연아와 마린보이 박태환을 제치고 동아일보가 선정한 ‘2007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1년 6개월 후 제 모습을 되찾은 태안 앞바다. 동아일보DB

기름 유출사고가 올해로 10년을 맞는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지난해 태안해안국립공원을 청정해역으로 인정했다. 현재 서울꽃동네사랑의집 사무국장으로 일하는 이영숙 씨 등 당시 자원봉사에 참여했던 사람들 중엔 지금도 봉사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차가운 겨울바다 앞에서 갯바위의 기름을 닦으며 지핀 헌신의 열기가 여전히 뜨겁기 때문일 것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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