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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수 가장 많은 한자는?… 학원 수업까지 받는 황당 적성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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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수 가장 많은 한자는?… 학원 수업까지 받는 황당 적성평가

김배중기자 입력 2017-05-04 03:00수정 2017-05-0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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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에게 일자리를/청년이라 죄송합니다]2부 ‘노오력’ 내비게이션
“‘○’ 사이에 있는 ‘×’의 총 개수는?”

“획수가 같은 한자끼리 묶인 것은?”

“다음 소금물의 농도는?”

명문대생도 하루 2, 3시간씩 준비한다는 기업 ‘인·적성 평가’ 기출·연습 문제.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이 확인한 일부 문제는 이처럼 황당함 그 자체였다. 상대적으로 간단한 이런 문제는 1분 내에 풀어야 나머지 복잡한 문제를 푸는 데 지장이 없다. 황당한 문제라고 간과해선 안 된다. 취업준비생 조병은 씨는 “(인적성 평가라도) 오답이면 감점될 수 있다”며 “빠르고 정확하게 푸는 습관을 평소에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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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성 평가는 인성과 적성 평가를 합친 말이다. 인성 평가는 지원자의 성격 유형 및 조직 적응력, 적성 평가는 지원자의 직무 적성 등을 파악하기 위해 고안됐다. 1995년 삼성에서 SSAT(Samsung Aptitude Test·현재는 GSAT)로 시작된 후 주요 대기업과 공기업 등에서 도입해 취업의 주요 관문으로 자리 잡았다.

적성 평가에는 대체로 언어 수리 추리 한자 한국사 등 10여 개 과목이 포함돼 있어 준비에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취준생이 선호하는 주요 대기업은 인적성 전형을 치른다. 지난달 실시된 현대차그룹 인적성 평가에 취준생 10만 명이, LG그룹 인적성 평가에는 1만 명이 몰렸다.

○ 시험으로 인적성 평가?

문제는 취준생들이 적성 평가에서 지원 직무와 상관없이 모든 과목을 ‘공통’이란 이름 아래 치른다는 점이다. 대기업 마케팅 분야에 지원한 경영학과 출신 A 씨, 연구개발 분야에 지원한 전자공학과 출신 B 씨가 한날 한곳에서 같은 문제로 직무적성 평가를 치르는 식이다. 이 평가가 지원 분야와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 이해하는 취준생을 찾기 힘든 이유다.

이과 계열 취준생은 역사, 문과 계열은 수리 추리 도형이 포함된 적성 평가 방식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충북대 임우영 씨(24)는 “토목공학 전공자로 건설사 입사를 준비하는데 역사 과목이 있어 당황스럽다”며 “지원 분야와 역사교양이 어떻게 직무 연관성이 있는지 기업에서 설명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유도 모른 채 그저 문제를 1, 2분 내에 풀어야 하다 보니 온·오프라인 강의도 ‘빨리 풀기’ ‘잘 찍기’ 위주로 진행된다. ‘▲’ ‘◇’ ‘☆’ 등 표시가 새겨진 입체 도형을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똑같은 도형을 찾는 공간지각 과목에서 낯선 표시를 숫자로 바꾸면 위치가 바뀌어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강의하는 식이다.

강의는 수준 이하란 평가가 적지 않지만 인적성 사교육 시장은 취준생들의 불안심리를 배경 삼아 성장하고 있다. 시험 준비용 인적성 문제집도 권당 평균 2만 원을 넘고 반년마다 ‘최신판’이 등장해 취준생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설문조사한 결과 취준생의 59.8%가 ‘인적성 평가를 준비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 부담된다’고 응답할 정도. 한 대학 취업담당 컨설턴트는 “대치동 수능 강사가 인적성 강사로 전업해 성공하는 사례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취준생 동영준(가명·30) 씨는 “외국에서도 찾기 힘든 시험으로 출제 기관, 사교육 시장만 배를 불린다”며 “힘없는 취준생을 상대로 자행되는 ‘양민 학살’을 멈추면 좋겠다”고 말했다.

○ 그래도 저스펙자에겐 기회?

반면 인적성 평가를 주관하는 국내 주요 대기업 전현직 인사 관계자들의 시각은 취준생들과 차이가 있었다. 각 과목이 직무적성을 얼마나 반영하는지 답변하진 않았지만 대체로 “대기업에 1만 명 이상 응시자가 쏠리는 한국 취업 시장의 기이한 구조 특성상 불완전하더라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기업 관계자들은 인적성 평가가 스펙 위주의 인재 선발을 완화해 준다고 주장했다. E사 관계자는 “과거 서류 단계에서 떨어지지 않을 일명 ‘고스펙자’가 인적성에서 떨어지는 사례를 적잖이 봤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스펙이 떨어지는 지원자에게도 취업문이 열린다는 뜻이다. C사 관계자는 “스펙 위주의 선발 방식이 비판받는데 인적성 평가까지 사라지면 이를 대체할 다른 ‘인적성’이 등장해 취준생을 괴롭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취준생 처지에서 공부하면서 또 다른 ‘수능’을 치르느라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건 낭비라는 시각도 많다. 대기업 선호 때문에 발생한 이런 악순환은 청년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기에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런 현상은 청년들이 대기업으로 몰리고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해져 발생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줄일 상생 전략을 마련하고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소모품이 아닌 파트너로 여기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취업#적성평가#청년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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