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육아, 행복한 아이]아이는 한국어-영어를 스펀지처럼 흡수? 천만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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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언어 발달

아이가 처음 “엄마” “아빠”라고 불렀을 때의 기쁨이란…. 아이의 말문이 한번 트이면 부모는 매일 행복하다. 하지만 걱정도 시작된다. ‘옆집 아이는 벌써 문장으로 말하던데 우리 아이는 왜 안 되지?’ 비교하기 시작하면 걱정은 끝이 없다.

한솔교육의 교육부 인가 평생교육원 ‘한솔미래교육아카데미’가 진행한 두 번째 부모교육은 언어 발달을 주제로 진행됐다. 송현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가 지난달 23일 서울 마포구 한솔교육 본사에서 강의했다.

○ 끊임없이 이야기 만들기

장애가 없다면 모든 아이는 언어 능력을 갖고 태어난다. 아이는 엄마 배 속에서부터 바깥 세상 말을 듣는다. 익숙해진 소리를 기억하기 때문에 태어난 직후 엄마·아빠 목소리나 모국어에 반응할 수 있다.

하지만 한동안 말의 메시지를 이해하진 못한다. 9개월 된 아이에게 장난감을 주고 친근한 말투로 “안돼∼ 만지지 마”라고 말해보자. 그래도 아이는 장난감을 덥석 집는다. 하지만 18개월 된 아이는 혼란스러워하면서 장난감을 만지지 못하고 주변 반응을 살핀다.

언어 학습은 다양한 말소리를 구분하는 데서 시작된다. 생후 12개월 전까지 아이는 모든 언어의 말소리를 구분한다. 성인과 달리 한국과 일본에서 태어난 아이도 영어의 L과 R 발음을 구별할 수 있다.


그러나 12개월부터 모국어에 없는 소리는 구별하지 못한다. 이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송 교수는 “자신에게 필요한 소리가 뭔지 빨리 구별해내는 아이일수록 언어 발달이 빠르다”고 말했다.

언어 능력이 발달하려면 상대방이 말하지 않은 맥락까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어린아이는 상대방이 수화기 너머로 “영미구나, 엄마 집에 있니?”라고 말했을 때 “네”라고만 답한다. 상대가 “엄마 바꿔줄래?”라고 해야 엄마에게 달려간다.

이처럼 언어의 숨겨진 뜻을 이해하는 건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영역이다. 타인의 마음을 읽어내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부모는 끊임없이 스토리텔링을 시도해야 한다. 아이에게 계속 질문을 던져 대화를 발전시키게 돕는 것이다.

아이가 “공룡!”이라고 말하면 엄마는 “옛날 옛적에 공룡이 한 마리 살고 있었지? 그 공룡은 초록색이었을까?”라고 물어본다. 만약 아이가 “아니, 파란색”이라고 답하면 “맞아. 옛날에 파란색 공룡이 살고 있었는데 공룡은 매우 배가 고팠어”라고 말해보자. 아이들은 짧게 말하는 경향이 있다. 부모가 인내심을 갖고 계속 질문하고 격려하며 대화를 유도해야 한다.

청소년기 이후 공부하는 데 중요한 건 읽기 능력이다. 읽기 능력을 향상시키려면 일상생활에서 즐겁게 책 읽는 경험을 하게 해줘야 한다. 단순히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아이가 적극적으로 읽기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아이가 어리다면 그림책의 특정 그림을 가리키며 이름을 맞히게 해보자. 언어 능력이 조금 발달했다면 다음 페이지로 넘기기 전 내용을 유추하게 해보거나 주인공의 감정을 떠올려보게 한다. 때론 “팥쥐한테 비단신이 꼭 맞았대” 식으로 일부러 틀리게 말하는 것도 좋다.

책을 다 읽은 뒤 완전히 새로운 결말을 만들어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아이들 대부분이 책 읽는 것을 재미없어 한다. 따라서 “책 좀 읽어!”라고 말하기보다는 놀이처럼 재미있게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

○ 아이라고 외국어 쉽진 않아

모국어만 배워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다.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가 외국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도록 영유아 때 사교육을 시작한다.

아이들이 외국어를 더 잘 배울 수 있는 건 일반적으로 맞다. 한 연구에 따르면 3∼7세에 미국에 간 아이가 사춘기 이후에 간 경우보다 더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를 습득했다. 하지만 네덜란드로 이주한 미국 가족을 살펴본 한 연구는 네덜란드어 실력이 청소년과 성인, 아동 순으로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외국어 학습의 결정적 시기가 언제인지는 불명확하다”고 강조했다.

흔히 부모들은 일상생활에서 영어 CD나 음원 파일을 틀어주면 아이가 자연스럽게 영어를 습득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는 오산이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아기가 9개월에 중국어를 접하는 실험을 했다. 1집단 아기들은 중국어로 매일 15분씩 놀아줬고, 2집단은 1집단의 행동을 녹화해 보여줬다. 3집단에게는 1집단의 대화만 녹음해 들려줬다. 분석 결과 중국어 말소리를 구분할 수 있는 건 1집단뿐이었다. 해당 언어로 직접 놀지 않으면 아무리 아이여도 외국어를 습득하기 어렵다.

‘아이는 스펀지 같아서 영어도 한국어도 동시에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생각도 틀렸다. 많은 학자는 어려서 이중 언어를 학습하는 과정이 아이들에게 결코 순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특히 아동기에는 뇌 용량에 한계가 있어서 영어도 100%, 한국어도 100% 배울 수는 없다. 영어를 50%, 한국어를 50% 배운다고 보는 게 맞다.

송 교수는 “모국어가 좀 뒤처질 수 있다는 걸 감수할 수 있으면 외국어 학습을 일찍 시작해도 된다”며 “아이가 남들과 잘 어울리고 말하는 걸 좋아하며 어법상 틀리게 말하는 걸 불안해하지 않는 경우에도 어려서 하는 외국어 학습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육아#언어#부모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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