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눈이 커지는 수학]도넛과 손잡이 달린 컵이 같은 도형이라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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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영이는 얼마 전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2016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물질의 위상적 상전이와 위상학적 상태를 이론적으로 발견한 공로를 인정해 3명의 교수를 수상자로 선정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2016년 노벨 물리학상은 물질이 기묘한 상태로 존재하는 새로운 세상을 인류에게 보여준 공로를 인정받은 데이비드 사울레스, 덩컨 홀데인, 마이클 코스털리츠 등 세 명의 교수가 공동 수상했습니다. 이들 세 사람은 아주 특이한 상태에서 물질이 일어나는 현상을 수학적 모델을 이용해 설명했습니다. 코스털리츠와 사울레스 교수는 2차원이라 여길 만큼 아주 얇은 물질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연구했고, 홀데인 교수는 1차원으로 여겨질 만큼 가는 실을 형성하는 물질을 연구했습니다.”

 서영: 이번 물리학상은 물리 현상을 수학으로 해결했다고 들었어요.

 엄마: 그렇단다. 대개 물질은 온도가 변하면 고체, 액체, 기체 등으로 상태를 바꾸는데 우리가 아는 3차원의 상태가 아닐 때는 전혀 다른 물질의 상태가 나타난다는구나. 그래서 이런 기묘한 현상을 설명하는 데 수학이 필요하게 되었단다.

 서영: 엄마, ‘차원’이나 ‘위상’은 뭐예요?

○ 차원과 위상

 어떤 공간의 차원은 그 공간의 성분들 중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고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성분들을 최대한 모아 놓았을 때, 그런 성분이 몇 개인지를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3차원 공간은 앞뒤, 좌우, 위아래의 3가지 방향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3차원입니다. 2차원 공간은 평면 위의 공간입니다 평면 위의 점을 생각해 보면 점은 앞뒤, 좌우의 2가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평면은 2차원입니다. 1차원 공간은 수직선 하나로 이루어진 공간입니다. 수직선 위에 있는 점이 움직인다고 생각할 때, 이 점은 수직선을 따라 좌우로만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1차원인 것입니다. 1차원 공간은 간단하게 수직선 하나로만 표시할 수 있지만, 2차원 이상의 공간을 표시하려면 위치를 정하는 다른 방법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데카르트 좌표계 혹은 직교좌표계라는 것이지요. 2차원 공간은 서로 직각으로 교차하는 2개의 직선, 3차원 공간은 서로 직각으로 교차하는 3개의 직선으로 표시합니다. 그래서 차원은 어떤 공간 내에 있는 점의 위치를 나타내기 위해 필요한 좌표축의 수를 말하기도 합니다.

[그림1] 1, 2, 3차원 좌표계
[그림1] 1, 2, 3차원 좌표계
 그러면 4차원은 수직선 4개가 서로 직교(직각으로 교차)하는 공간이며, 5차원은 수직선 5개가 서로 직교하는 공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공간들은 우리가 평면 위에 그릴 수 없고 단지 머릿속으로 상상만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위상수학은 물체의 형태가 바뀌더라도 변하지 않는 성질을 탐구하고 표현하는 학문입니다. 단 물체가 작게 찢어질 때는 예외입니다. 위상수학적으로는 공이나 밥그릇은 같은 구조입니다. 공의 한 부분을 오목해지게 힘을 가하면 결국 밥그릇처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지요. 중앙에 구멍이 난 도넛과 손잡이 부분에 구멍이 있는 컵도 위상수학적으로는 같은 도형에 속합니다. 이들도 형태를 연속적으로 바꿔 나가면 결국은 완전히 같은 모양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2] 위상수학적 도형
[그림2] 위상수학적 도형
○ 2차원에서 3차원 표현,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위상수학적인 물체는 따라서 구멍이 한 개, 두 개, 세 개 등으로 구멍의 수를 기준으로 나눌 수 있는데, 구멍의 수는 반드시 정수여야 합니다. 이러한 개념은 비단 물리학 연구에서뿐만 아니라 최근 화제가 되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같은 영상 미디어에서도 활용됩니다.

 가상현실은 단어 그대로 가짜 체험입니다. 현실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일을 사람의 시각, 청각, 후각과 같은 감각을 이용해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현실처럼 만든 것입니다. 이 가상공간은 두뇌가 인식하는 방식이나 생체 신호를 흉내 내서 만듭니다.

[그림 3] 증강현실의 원리
[그림 3] 증강현실의 원리
 가상현실이 현실을 대체해 사용자에게 보여 준다면 증강현실은 사용자가 눈으로 보는 현실세계에 가상물체를 겹쳐 보여 주는 기술입니다. 현실세계에 실시간으로 부가정보를 갖는 가상세계를 합쳐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 주므로 혼합현실이라고도 합니다.
마커 기반 증강현실 사진. http://beyondweb.egloos.com/5247344
마커 기반 증강현실 사진. http://beyondweb.egloos.com/5247344
 카메라 한 대로는 3차원 좌표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그림3’과 같이 마커에 무늬를 잘 설정하여 평면에 놓습니다. 이때 마커가 놓인 방향과 기울어진 정도를 카메라에 찍힌 이미지 분석을 통해 마커의 상대적 좌표를 알아냅니다. 그 다음 분석 내용을 이용해 카메라에 찍힌 마커를 회전하고, 확대, 축소하여 카메라 스크린에 평행하게 변환하여 나타냅니다. 이미지 인식도 이런 방법을 이용합니다. 마지막으로 3차원 영상과 변환한 마커 이미지를 합성해 앞서 얻은 내용을 다시 카메라 영상으로 변환하면 우리가 보는 이미지를 얻게 됩니다. 
  
박지현 반포고 교사

#물질#위상학적 상태#차원#위상#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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