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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보는 엄마… 세월호 이후, 성적보다 아이들 삶 자체에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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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보는 엄마… 세월호 이후, 성적보다 아이들 삶 자체에 관심

김희균 기자 입력 2015-04-01 03:00수정 2015-04-0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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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95주년][2020 행복원정대/엄마에게 날개를]<1>엄마는 고달프다
5년간 빅데이터 분석
《 엄마는 왜 가족이 생각하는 것보다 스스로 덜 행복하다고 느끼는 걸까. 엄마의 관심거리인 ‘자녀의 성공’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 걸까. 동아일보는 ‘100명 심층 인터뷰’로 온전히 그려내기 힘든 엄마와 가족들의 속내를 이해하기 위해 이들이 2010년 1월∼2015년 3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려놓은 1억 개가 넘는 단어들을 훑었다. 대표적인 여성 커뮤니티인 ‘82쿡’에서 엄마가 언급된 게시글 15만3442건, 댓글 165만1166개의 9266만 단어를, 젊은층과 남성들이 많이 몰리는 ‘DC인사이드’에서 엄마 관련 게시글 5만5935건, 댓글 20만7601개의 3330만 단어를 분석했다. 또 월별 상위 300개 키워드를 추가로 분석해 그에 담긴 의미까지 확장해 해석했다. 국내 최대 인력과 기술을 보유한 데이터 기반 전략 컨설팅 업체 ‘아르스프락시아’가 빅데이터 분석 기법인 자연어처리법(NLP·유사 단어를 묶고 의미 없는 단어는 걸러내는 기법)을 활용했다. 그 결과 엄마들의 고민과 관심사는 물론이고 인식의 변화까지 감지할 수 있었다. 》

‘여자’는 교감을 갈구하는 특성상 남자들에 비해 친구나 지인에게 많은 고민을 풀어낸다. 하지만 ‘엄마’는 마음 깊은 곳의 이야기는 쉽게 꺼내지 못한다. 혹여 남들이 내 자식 흉을 볼까 봐, 뒤에서 “시집 잘못 갔다”고 혀를 찰까 봐….

그래서 익명성이 보장되는 여성들의 커뮤니티엔 이들이 털어놓은 속 얘기가 흘러넘친다. 82쿡에 담긴 5년여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니 엄마들의 최대 관심사는 남편과 자식이었다. 다만 지난해를 전후로 엄마를 둘러싼 연관어가 달라졌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자식을 보는 엄마들의 눈이 바뀌었다고 해석했다.

○ 최대 고민거리는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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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의 화제 1순위는 남편이다. 분석 기간인 5년 내내 남편이라는 단어는 이혼, 짜증, 불만과 짝을 지어 나타났다. 주로 남편의 경제력이나 외도 문제와 연결돼 있었다. 남편의 경제력에 관한 연관어들은 2013년 이전에는 능력, 연봉, 회사같이 두루뭉술했으나 지난해부터 생활비, 이자, 대출, 대기업 등으로 구체화됐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한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남편의 여자 문제도 되풀이되는 레퍼토리인데 그 여자, 여직원, 바람, 의심 등의 단어가 남편 주위를 떠돌고 있었다.

친정과 시가를 대하는 차이도 드러났다. 시가와 관련한 키워드는 간단하다. 2013년 이전에는 명절과 제사가 전부였다. 그 후로는 제사가 사라진 대신 노후, 건강, 생신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했다. 며느리들이 시부모 문제를 적극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친정과 관련한 최대 키워드는 엄마다. 결혼한 딸이 친정 엄마를 찾고 이해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연관어는 사랑, 부탁, 고생으로 친정에 대해서는 미안한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 ‘공부’에서 ‘자존감’으로

자녀와 관련된 주요 키워드는 학업, 대학, 성적이었다. ‘공부’는 2013년까지 언급 빈도수 상위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10위권 밖으로 떨어졌다.

2013년까지 아이와 관련된 단어의 의미망을 엮어보면 ‘아이가 좋은 성적을 거둬 밝은 미래(서울, 대학, 입학)’를 얻길 희망하는 것이 읽힌다. 그런데 지난해 이후의 의미망을 보면 ‘성공의 경험을 통해 자존감과 행복’을 키워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자녀를 둘러싼 단어 중에서 인생, 시간, 노력, 친구 같은 긍정적인 가치를 지닌 연관어들이 새롭게 떠오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전문가들은 이를 ‘세월호 효과’라고 해석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 이후 엄마들이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존재로 인식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면서 “예전에는 아이들에게 열심히 사는 자세를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지만 이제는 아이가 잘하든 못하든 존재 자체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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