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꺼! 반칙운전]안전띠 안매면 중상 가능성 98%… 착용한 사람보다 14배 이상 높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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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80km 승합차 충돌 실험, 안전벨트 효력 확인해보니…
사고나면 8층서 추락때와 같은 충격… 안전띠 없이 중간열에 앉은 여성
창문에 머리 쾅, 실제라면 의식불명, 뒷좌석 어린이는 튕겨 날아가

“쾅!”

시속 80km로 달리던 12인승 승합차가 회색 콘크리트 벽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차체 앞부분 오른쪽이 종잇장처럼 일그러졌다. 전면과 조수석 유리창이 산산조각 났다. 조수석에 탄 남성은 갈비뼈 6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그나마 에어백이 작동해 얼굴과 머리에는 큰 부상을 입지 않았다. 그러나 조수석 뒷자리에 탔던 여성은 얼굴을 옆 유리창에 심하게 부딪쳤다. 여성의 몸 위로는 승합차 맨 뒷자리에 앉았던 어린이가 튕겨져 날아왔다.

19일 오후 경기 화성시 송산면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진행된 승합차 충돌사고 실험 결과다. 승합차에는 안전벨트를 착용한 인체모형 3개와 착용하지 않은 모형 3개가 실렸다. 실험 결과 안전벨트를 맨 모형은 중상을 입을 가능성이 6∼7%에 그쳤다. 반면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모형은 95∼98%에 달했다. 그동안 안전벨트 착용 여부에 따른 승용차 충돌사고 실험은 여러 번 이뤄졌지만 승합차 충돌실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험은 안전벨트 착용 여부에 따라 인체가 받는 충격의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기 위해 이뤄졌다. 운전석과 조수석에는 똑같은 성인남성 모형을 앉혔고 운전석만 안전벨트를 착용시켰다. 중간 열에는 성인여성 모형 2개를 앉혔다. 조수석 뒷자리에만 안전벨트를 채웠다. 맨 뒷자리에는 카시트에 앉힌 6세 어린이 모형과 아무런 안전장치를 하지 않은 모형을 나란히 뒀다. 또 벽에 충돌하는 사고의 경우 정면보다는 측면 사고가 많은 점을 감안해 승합차가 45도 각도로 부딪히도록 했다.

안전벨트 없이 조수석에 앉은 성인 남성은 안전벨트를 맨 운전자보다 중상을 입을 가능성이 14배나 더 높았다. 머리를 크게 다칠 가능성은 1∼4%로 경미했지만 가슴에 중상을 입을 가능성은 운전자가 5.4%인 반면에 조수석은 97.7%에 달했다. 안전벨트 없이 에어백만으로는 사고 충격을 거의 흡수할 수 없다는 게 입증됐다.

승합차 중간 열에 앉은 성인 여성은 안전벨트 착용 여부에 따라 머리를 크게 다칠 가능성이 86배나 더 높았다. 중간 열에서는 에어백이 없어 안전벨트를 매지 않을 경우 머리 부위의 중상 가능성이 94.8%에 달했다. 반대로 안전벨트를 맸을 때는 1.1%에 그쳤다. 이날 실험에서도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여성은 머리가 창문에 부딪히면서 유리가 산산조각 났다. 실제 상황이었다면 이 여성은 뇌혈종 등으로 의식불명에 빠질 수도 있다.

같은 사고를 당했지만 안전벨트를 맨 탑승자들은 심하게 흔들렸을 뿐 거의 부상을 입지 않았다. 안전벨트는 ‘생명줄’이지만 대부분 앞좌석만 매고 뒷좌석은 무시하기 일쑤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올해 고속도로 이용 차량을 조사해보니 안전벨트 착용률이 운전석(86.9%)과 조수석(81.9%)은 높았지만 뒷좌석은 18.8%에 그쳤다. 올해 9월 경기 용인시 영동고속도로 신갈 분기점 근처에서 여성 아이돌그룹 레이디스코드가 탄 승합차가 방호벽을 충돌했을 때 상황도 비슷하다. 당시 사고로 숨진 멤버 고은비 씨와 권리세 씨도 뒷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

실험을 맡은 김창현 교통안전공단 책임연구원은 “시속 80km로 달리다가 벽에 부딪히면 8층 높이에서 떨어질 때와 같은 충격이 가해진다”며 “안전벨트를 매지 않으면 차체에 직접 부딪히거나 다른 탑승자와 부딪히는 2차 충격으로 더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화성=권오혁 hyuk@donga.com / 조동주 기자
#안전띠#사고#의식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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