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문화&사람]<43>한국불교미술박물관 권대성 관장

  • 입력 2008년 9월 22일 02시 56분


“서른살때 탱화보고 충격

불교미술 사랑에 빠졌죠”

《“불교미술은 미의 극치를 보여주죠. 글을 모르는 민중에게도 불교를 이해시키고 신앙심을 고취시켰던 것이 불교미술이니까요. 특히 한국불교미술에는 자연스러운 친근감과 해학적인 멋이 있어요.” 30여 년간 모은 유물들로 1993년부터 한국불교미술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권대성(67) 관장. 그에게 불교미술의 매력을 설명해달라고 하자 말을 그칠 기미가 안 보인다. 그는 스스로를 ‘미친 사람’이라 소개했다. 술이나 마약보다 더 강한 ‘옛 조상들 문화의 아름다움’에 중독돼 헤어 나올 수가 없다고 한다.》

○ “아름다움에 빠져서, 또 사명감으로”

어렸을 때부터 불교를 가까이 접해 온 데다 사학을 공부하며 자연스레 불교를 공부했던 그가 불교미술에 빠져 든 것은 나이 서른 무렵이었다. 1970년 겨울 미도파 화랑에서 열린 사찰 판화전에서 만난 한 탱화가 그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린 것. 검은 바탕에 금으로 부처를 새긴 탱화가 도무지 그의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파는 물건이 아니었지만 그는 그 그림을 놓칠 수가 없었다.

“결국엔 거금을 주고 그 탱화를 사와 그날 바로 머리맡에 걸었습니다. 그 그림은 몇 년 전까지 30여 년간 제 머리맡을 지켰죠.”

그때부터 불교미술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그는 고미술 시장을 돌며 수집에 열과 성을 쏟았다.

“수집을 해서 박물관을 열 정도의 열혈 수집가들에게 돈, 시간, 열정 이 세 가지는 필수죠. 이 중 하나만 부족해도 수집이 쉽지가 않아요. 저도 형편이 넉넉해서가 아니라 단단히 중독돼서 세 가지를 아낌없이 쏟았습니다. 가족들은 조금 서운했을지도 몰라요.”

어느 순간부터는 사명감도 작용했다.

“외국으로 마구 유출되는 사찰 미술 중 나라도 보존할 수 있는 만큼 보존하자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미술품을 모았습니다.”

이젠 박물관을 열고 아름다움을 알아주는 관람객들에게서 행복을 느끼는 권 관장. 불교문화재하면 왠지 딱딱하고 어려울 것 같다는 느낌이 있다고 고백하니 또 쉴 새 없이 말을 잇는다.

“종교적이라는 생각을 떨치고 우리 조상들이 열과 성을 기울였던 것이니까 한번 살펴본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보세요. 우리가 알게 모르게 한국인으로서 불교의 영향을 받은 게 있어서 막상 보면 익숙하고 흥미로울 걸요.”

○ 보물-서울시 문화재도 소장

한국불교미술박물관은 창덕궁과 현대 본사 사옥 뒤편 조용하고 고즈넉한 종로구 원서동에 자리 잡고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전시된 작품들의 면면은 만만치 않다.

보물 제1204호 의겸등필수월관음도,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23호 아미타삼존괘불탱 등의 문화재를 포함한 6000여점의 유물을 소장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자애롭게 웃고 있는 노선사의 모습을 표현한 조선시대의 석조나한상과 동그란 얼굴이 친근한 문수동자상은 관람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박물관은 크게 세 전시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본관 상설전시장은 불상과 조각 등이 함께 전시된 제1전시실, 불화와 불상만이 전문적으로 전시된 제2, 제3전시실로 꾸며졌다. 본관 기획전시실은 특별전들을 선보이는데 28일까지는 ‘미얀마 벽걸이 수장식 특별전’이 열린다.

마지막으로 종로구 창신동에 있는 한국불교미술관의 별관인 안양암은 1889년 창건됐으나 원형이 잘 보존돼 많은 불교문화재를 간직하고 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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