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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매매 특별법’ 시행]유흥업소 단속피하기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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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매매 특별법’ 시행]유흥업소 단속피하기 백태

입력 2004-09-22 18:37수정 2009-10-0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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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23일 0시경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부근 집창촌에서 경찰이 성매매 단속을 위해 성매매업소로 들어가고 있다. 김미옥기자 salt@donga.com

“소나기는 일단 피해가야죠. 당분간은 아예 문을 닫을 생각이에요.”

‘성매매 피해자 보호법’과 ‘성매매 알선 등 처벌법’ 등 이른바 성매매특별법의 시행을 몇 시간 앞둔 22일 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집창촌 속칭 ‘588’ 일대.

경찰이 이날 밤 12시부터 업주와 성 구매자에 대해 한 달 동안의 대대적인 단속을 시작하자 이 일대 140여개 업소 중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았다. 최근 들어 30∼40개 업소가 아예 영업을 하지 않고 있지만 이날은 문을 열지 않은 업소가 더욱 늘어난 것.

성 구매자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자 영업 중인 몇몇 업소에도 손님은 거의 없었다.

용산역 앞 윤락가나 강남 일대 유흥주점과 안마시술소 등도 개점휴업 상태여서 단속반들이 허탕만 쳤다.

한 윤락가 포주는 “새벽에 1, 2명이라도 올 거라 기대하고 불이라도 켜뒀다”며 “최소 두 달은 파장이 있을 거 같고, 폐업까지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 역삼동의 한 유흥업소 직원도 “손님이 평소의 3분의 1 이하로 줄어든 지 오래”라며 “영업이 안 돼 유흥업소들을 매물로 내놓거나 업종 전환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단속피하기 백태=그러나 대부분의 업소는 경찰의 법망을 피하기 위한 ‘묘안 짜기’로 분주했다.

강남의 한 안마시술소 직원들은 단골손님을 온라인 카페를 통해 관리하기 시작했다. 단골손님들은 경찰에 신고할 확률이 낮기 때문.

강남의 또 다른 업소는 ‘아가씨’들에게 2차를 나갔을 때 법망을 피하는 방법을 철저하게 교육시키고 있다. 이 업소 관계자는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연인 사이라고 우기라’ ‘가방에 콘돔을 여러 개 넣고 다니지 말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B씨(40)는 “룸에 간이침대를 갖다 놓거나 방을 따로 만들어 ‘북창동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이 곳의 또 다른 업체 직원은 “손님을 아예 인근 안마시술소로 모시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며 “단속 기간만 지나면 예전처럼 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매매 피해여성은 환영, 업주는 울상=성매매특별법이 신설된 이유는 무엇보다 성매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

이 때문에 성매매 종사자들이 강요에 의해 성관계를 맺었을 경우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고 업주에게 빌린 선불금을 갚지 않아도 된다.

반면 성 구매자는 통상 100여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던 기존과는 달리 앞으로는 1년 이하의 징역과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성매매 종사자가 적발될 경우 통화명세 등을 추적해 이들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들을 적극적으로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주들은 “새 법에 따르면 성매매 종사자가 수천만원의 선불금을 받은 직후 도망가더라도 돈도 못 받고 처벌도 못하게 된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반응=시민과 전문가들은 접대문화 등이 개선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 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김금옥 정책국장은 “성매매특별법 시행을 계기로 기업들도 접대문화, 회식문화 방식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늘푸름여성지원센터’ 관계자는 “경찰이 전체 성매매 업소의 5분의 1도 되지 않는 집창촌 등 쉬운 곳만 단속한다면 성매매 근절 대책은 ‘눈 가리고 아웅’식이 될 것”이라며 철저한 단속을 당부했다.

반면 동덕여대 김경애(金慶愛·여성학과) 교수는 “오히려 성매매가 음성화되고 인터넷 등과 같이 점조직 형태로 퍼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사회 전반에 대한 성교육이나 문화 자체를 바꾸어 나가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법무부는 특별법 시행에 맞춰 ‘성매매 사범 재범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고 22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성매매 업소를 운영한 행위 등으로 처벌받은 사람의 경우 같은 직업에 다시 종사하지 못하도록 보호관찰관이 1 대 1로 밀착지도를 하게 된다. 또 성매매 사범이 관련 교육을 받지 않거나 보호관찰관의 지도에 따르지 않으면 보호처분이나 집행유예가 취소되는 등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된다.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性매매 특별법’ 문답풀이▼

Q=성매매 도중 적발된 남녀 모두 처벌대상인가.

A=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한 여성은 처벌받는다. 그러나 폭력이나 협박에 의해 성매매를 강요당하거나 마약에 중독된 상태에서 성매매를 했을 경우 피해자로 보호받는다. 반면 성구매자는 무조건 입건 대상이 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받는다. 기존에는 훈방된 뒤 벌금형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징역형을 받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Q=유사 성행위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A=구강과 항문 등을 사용할 경우 유사 성행위에 해당돼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손 등 신체의 일부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법원에서 사안별로 판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Q=유흥주점 주변의 호객꾼이 ‘아가씨 예뻐요’라고 말하는 등 간접적으로 성행위 구매를 권유하면 처벌되나.

A=성매매를 권유하는 경우도 성매매 알선 등 행위에 해당된다. 집창촌에서 알선행위를 할 경우 바로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 그러나 단란주점이나 유흥업소 주변에서는 노골적으로 성매매를 권유하지 않을 경우 처벌이 곤란할 것으로 보인다.

Q=주택가 등지에서 성매매와 관련된 광고지를 뿌리는 것은 처벌되나.

A=출장마사지사 등의 알몸을 게재했을 경우 법 적용을 받는다. 그러나 ‘아가씨 상시대기, 성인나이트’ 등 간접적으로 성매매를 표현한 것까지 전부 입건되지는 않는다. 앞으로 기준을 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Q=자발적으로 성매매에 나서고 업주로부터 선불금을 받았다면, 이런 성매매 업종 종사자도 보호대상인가.

A=자발적, 비자발적이 피해자 보호대상의 기준이 아니다. 성매매를 전제로 선불금을 받고, 빚을 졌는지 여부다. 성매매 종사자가 자발적으로 업주에게 찾아가 돈을 받았더라도 이를 근거로 성매매를 강요받아 신고할 경우 보호대상이고, 선불금도 무효다.

Q=속칭 2차를 간다며 돈을 지불했지만 성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나.

A=돈을 지불하고 성관계가 이뤄져야 처벌대상이다. 돈을 내지 않고 접대여성과 성관계를 갖는 경우도 처벌할 수 없다. 폰팅서비스나 화상전화방 등에서 음란한 내용으로 통화해도 성매매특별법으로는 처벌되지 않는다. 전기통신사업법 등 다른 법으로 규제된다.

Q=호스트바를 출입하는 여성이나 선불금에 엮인 호스트바 종업원도 이 법의 적용을 받나.

A=당연하다. 기존 윤락행위방지법은 성매매 피해자를 여성으로 한정했지만 성매매특별법은 남성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호스트바 종업원도 보호대상이 되며 돈을 주고 이들과 성관계를 맺은 여성들도 입건대상이다.

Q=성매매특별법 시행 전에 한 성매매 행위도 처벌받나.

A=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기 이전의 사안은 윤락행위방지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Q=여관 등에서 적발됐지만 양측에서 ‘나이트클럽에서 만나 합의하에 관계했다’ ‘연인사이’라고 우길 경우 어떻게 되나.

A=수사는 해야 하지만 입증할 증거가 없을 경우 처벌할 수 없지 않겠나.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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