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정동우/공단이 거듭나야 국민연금 산다

  • 입력 2004년 6월 2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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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베타기간. 새로 개발된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있을 수 있는 갖가지 오류나 문제점을 고치고 이용자들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무료로 개방하는 기간을 말한다. 특히 온라인게임 운영자들에게 이는 결코 건너뛸 수 없는 과정이다. 게이머들의 지적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프로그램을 개선하는 작업을 게을리 하다가는 고객이 등을 돌려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어디 인터넷 게임뿐이랴. 대부분의 기업들도 고객의 취향과 불만을 파악해 이를 제품에 반영하는 것을 기업의 생존과 관련된 일로 취급하고 있다. 고객의 불만에 고개를 돌려버리고 오류 수정을 요구하는 고객에게 오히려 면박을 주는 기업이 있다면 망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최근의 국민연금제도를 둘러싼 논쟁을 보면 오픈베타 과정이 없는 온라인게임이나 고객서비스 기능이 없는 기업을 보는 듯하다. 온갖 불만과 비판들은 국민연금제도 자체의 문제점과 이를 관리하는 연금공단의 자세에 관한 것으로 대별된다.

국민연금은 가입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로 운영되는 제도다. 정부는 한 푼도 부담하지 않으면서 전 국민을 강제로 가입시켜 매월 보험료를 거두어 운영하고 있다. 물론 그 대전제는 국민의 노년 복지를 국가가 관리해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노년 복지라는 대전제가 충족되지도 않고 관리 또한 허술할 경우 도대체 이 제도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국민적 회의가 생겨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공단의 자세는 차마 눈뜨고 못 볼 지경이다. 수급대상자들에게는 온갖 불합리한 규정을 들어 돈을 주지 않으려고 애쓰는 반면 보험료는 차압 등 거의 협박에 가까운 방법을 동원해 받아내는 사례가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무수히 소개되어 있다. “선생님 저한테 따지시면 안 되죠. 국회에서 정한 법인걸요….” 항의하는 가입자들이 많이 들었다는 공단직원의 반응이다.

그렇다고 이 제도를 폐지하자는 것은 안 될 일이다. 이미 17년을 운영해 현재 120만명이 연금을 타고 있고 수년 안에 200만명이 추가로 수혜대상자에 진입하는 이 제도를 지금 없앨 경우 엄청난 국가적 혼란을 불러올 것이고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한국에서 국민연금과 같은 보장제도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보험료 상한액을 없애 고소득자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내게 하자는 주장도 일견 그럴듯하지만 무리한 요구가 아닐 수 없다. 연금보험 의료보험 등 모든 보험의 본질은 향후 보장을 위한 것이지 소득재분배를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이 받을 몫보다 지나치게 많은 돈을 내야 한다면 그 제도를 수긍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현재의 ‘안티 국민연금 소동’은 이 제도가 지금까지 소비자인 국민의 입장이 무시된 상태에서 관리되고 개편되어 온 데 따른 것이다. 결국 현 시점에서 가능한 해결책은 제도와 규정을 땜질이 아니라 개혁 수준으로 고쳐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다. 국가가 일정 부분을 부담하는 공무원 연금 등과의 형평성 확보도 과제의 하나다. 무엇보다 연금공단에 대한 대대적인 직무 감사를 통해 조직을 경량화하고 직원들의 자세를 ‘고객 봉사형’으로 바꾸어야 함은 물론이다.

정동우 사회1부장·부국장급 fo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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