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복을 빕니다]시사만화가 김성환 화백, 촌철살인 ‘고바우영감’ 네컷만화의 전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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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등서 45년간 1만4139회… 정권 비판에 中情 끌려가 고초도

고바우 영감이 영원불변한 바위로 돌아갔다.

한국 최장수 시사만화 ‘고바우 영감’을 통해 신문의 시사만화 시대를 연 김성환 화백이 8일 오후 별세했다. 향년 87세.

황해도 개성 출신인 고인은 17세에 연합신문 만화가로 데뷔했다. 고인은 1955년 2월 1일 동아일보에 ‘고바우 영감’ 첫 회를 실은 것을 시작으로, 2000년까지 신문 네 컷 속에 한국 현대사를 짚으며 권력에 대한 촌철살인과 세태 풍자, 서민들의 애환을 담아냈다. 대표작의 주인공 이름인 고바우는 바위처럼 단단한 민족성을 상징한다는 뜻으로 지었다고 한다. 1980년 9월까지 동아일보에 연재했으며, 조선일보와 문화일보를 거치며 2000년 9월까지 45년간 총 1만4139회를 연재했다.

1958년 1월 ‘경무대(현 청와대)의 변소 치우는 인부’는 고인의 시사만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에피소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당시 자유당의 부정부패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가 ‘허위 보도’로 몰려 즉심에서 벌금형을 받았다. 국내 시사만화가 최초로 사법 처리된 사례로 남아 있다. 군사독재 시절에도 정권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나 경찰에 끌려가 고초를 겪었다. 고인은 “시사만화에 대한 항의는 사회적 아량의 부족을 드러내는 것이다. 풍자가 없는 만화는 독자가 먼저 용서하지 않는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그런 고인의 정신은 고바우 영감이 세간에서 입소문을 타고 아이들 노래에까지 등장할 정도로 국민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고인은 “고바우는 내가 낳았지만 그가 내 반평생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고바우 만화상’이 제정되기도 했으며 고바우 영감의 원화 1만743장이 2013년 2월 근대 만화 최초로 등록문화재(제538호)가 됐다. 일본에서도 2003년 ‘만화 한국 현대사―고바우 영감의 50년’이라는 단행본이 출간됐다. 2014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올해의 기부왕’ 대상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허금자 씨와 아들 규정 씨, 딸 규희 규연 씨가 있다. 빈소는 경기 성남시 분당제생병원. 발인은 11일 오전 9시. 031-708-4444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고바우 영감#시사만화가 김성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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