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징용한인 엉터리 유골’ 첫 시인 “집단화장뒤 나눠 보관”

  • 동아일보
  • 입력 2007년 1월 22일 03시 00분


일본 정부가 태평양전쟁 당시 군속으로 끌려갔다 사망한 한국인의 유골이 안치돼 있는 유텐(祐天)사의 유골 중 일부가 집단으로 화장된 뒤 사망자 수로 유골함에 나누어 보관됐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는 유텐사 유골 1135위(位) 가운데 남한 출신인 704위 중 최소 7위의 신원이 뒤바뀌었다는 본보의 보도가 나간 다음 날인 17일 일본 외무성이 진상규명위에 이런 내용을 담은 답변서를 주일 한국대사관을 통해 전달했다고 21일 밝혔다.
본보 16일자 A13면 참조
▶ 죽어서도 쉴 곳 못찾는 징용한인 원혼
진상규명위는 지난해 12월 제5차 한일 유골조사협의회에서 ‘유텐사 유골에 관한 질의서’를 일본 측에 전달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진상규명위 이재철 홍보담당관은 “유텐사 유골 보도 후 일본 언론에서도 한국인 유골 관리 문제를 다루며 비난 여론이 조성되자 일본 정부가 해명에 나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망자 수로 유골을 나눠=일본 외무성은 답변서에서 유텐사에 보관돼 있는 1135위의 유골 중 우키시마(浮島)호 침몰 한국인 희생자 유골 280위는 집단 화장한 뒤 유골 상자에 나누어 수납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온 유골이 집단 화장된 뒤 섞였을 수 있다는 의혹을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 우키시마호 희생자 외 855위도 상당수가 집단 화장을 통해 처리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경우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반환 유골에 대한 유전자(DNA) 감정 요구도 무의미해질 수 있다. 여러 사람의 유골이 섞이면 DNA 감정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형식적인 답변서=일본 정부가 유텐사 한국인 유골의 보관과 처리 과정에 대한 공식 답변을 처음 밝혔지만 그 내용은 매우 부실하다.
‘우키시마호 사망자 유골은 화장된 후 사망자 수로 나눠 유골 상자에 수납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식의 짧은 답변만 있을 뿐이다. 구체적으로 몇 명을 집단으로 화장한 후 유골 상자에 나누었는지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종전 뒤 한국에서 사망한 사람과 현재 생존한 사람 중 일부의 이름이 유골 명부에 남아 있다는 질문에는 ‘당시 해당 명부가 어떤 식으로 작성됐는지 현재로서는 확인 불가능하다’고만 말했다.
광운대 일본학과 김광열 교수는 “일본 정부가 비난 여론을 의식해 마지못해 보낸 형식적인 답변서의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한편 일제강점하강제동원진상규명시민연대 김인성 공동집행위원장은 “반환 유골에 대해 DNA 감정을 해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면서도 “집단 화장된 유골에 대해선 합동 분향소를 설치하는 것을 정부에 요구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최란(이화여대 국문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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