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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위드 월드] 1만5000명의 美 대학생들이 졸업식서 ‘빵’ 터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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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위드 월드] 1만5000명의 美 대학생들이 졸업식서 ‘빵’ 터진 이유는?

한기재기자 입력 2017-06-16 11:45수정 2017-10-17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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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 아이~ 윌 올웨이스 러브 유~.”

지난달 12일 코미디 배우 윌 페럴은 모교 남캘리포니아대(USC) 졸업식에서 휘트니 휴스턴의 명곡 ‘아이 윌 올웨이스 러브 유(I Will Always Love You)’를 불렀다. “삶에서 낙망할 때 내가 당신들의 귓속에 이 노래를 속삭이는 모습을 상상하라”는 이유였다. 약 1만5000명의 졸업생들은 ‘빵’ 터졌다.

“내게도 두려움이 있다. 하지만 실패보다는 도전하지 않는 두려움이 더 크다”고 말한 페럴은 감동과 유머를 모두 담아낸 모범적인 졸업 축사의 전형을 선보였다.

6월 중순, 미국의 졸업식 시즌은 막바지다. 올해도 어김없이 미국 사회 각계의 저명인사들은 저마다의 명언을 제조해 내느라 분주했다. 코미디언 페럴도 명축사를 남겼지만 올해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혁신을 선도하는 실리콘밸리 거물들과 ‘트럼프 시대’에 대놓고 맞선 반(反)트럼프 인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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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남편을 잃은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달 12일 버지니아공대에서 목이 멘 채 “우리는 상상 이상으로 강하다”며 “근육과 같이 ‘회복력’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내 삶을 바꾼 습관”이라며 “자기 전 그날 겪었던 행복했던 순간 세 가지를 적어 보라”는 팁도 건넸다. 10년 전 최악의 총기 난사 사고를 겪었던 캠퍼스를 위한 맞춤형 축사에 포브스지는 이를 ‘2017년 최고의 졸업 축사’ 중 하나로 꼽았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인간성’을 키워드로 졸업 축사의 전설인 자신의 전(前) 보스 스티브 잡스의 아성에 도전했다. 9일 매사추세츠공대(MIT) 졸업식에서 쿡은 “인공지능(AI)이 사람처럼 생각하는 것보다 사람이 온정 없는 컴퓨터처럼 생각하게 될까 더 두렵다”고 말했다. “뭘 하든 인간성을 불어넣으라”는 호소였다. MIT의 보스턴 이웃인 하버드대에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지난달 25일 일찌감치 등장해 “모두가 목적의식을 갖는 세상을 만들자”는 과감한 선언을 했다. “부의 재분배와 지속적인 재교육 등을 통해 사회의 고장난 시스템을 고치자”는 메시지엔 정치인의 모습이 잠시 비치기도 했다.

유명 반트럼프 인사들은 캠퍼스를 정치 유세장으로 변신시켰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 후보는 ‘두탕’을 뛰었다. 모교 웰슬리대에서는 “누군가는 ‘대안 사실’들을 변호하고 있다”며 트럼프를 직접 겨냥하더니 약 열흘 후 메드가에버스대에선 “94개국에서 온 여러분들은 미국이 이미 위대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트럼프의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를 비판했다. “(축사를 위해) 백악관에서 출발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한 대목에선 여전히 대선 패배의 쓰라림을 느끼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지난달 12일 매사추세츠대에서 아예 “정치색을 빼고 싶지만 못 참겠다”고 대놓고 말했다.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며 “우리는 ‘사법방해’부가 아닌 법무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지난달 30일 브루클린대에서 “선동가들이 우리를 분열시키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조 바이든 전 부통령, 트럼프의 돌출 해고 피해자인 프리트 바라라 전 뉴욕연방지검장과 샐리 예이츠 전 법무장관 대행, ‘가짜뉴스’ CNN 앵커 제이크 태퍼 등 유명 반트럼프 인사들은 초여름 캠퍼스를 무대로 정치 총공세를 펼쳤다.

트럼프 측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대통령 본인이 지난달 13일 리버티대 졸업식에 등장해 “아웃사이더가 될 기회를 즐겨라. 결국 세상을 바꾸고 변화를 만드는 것은 아웃사이더다”라고 말했고, 부통령 마이크 펜스도 지난달 21일 노터데임대 축사에 나섰다. 하지만 노터데임대에선 ‘축사 보이콧’이 진행되는 등 펜스의 진땀을 뺐다. 진보 성향이 뚜렷한 대학 캠퍼스에서 더 많은 박수를 받은 건 누가 뭐래도 반트럼프 진영이었다.

덕담비 욕심을 부린 연사들은 빈축을 샀다. 버락 오바마 최측근 밸러리 재럿 전 백악관 선임고문과 아널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각각 노스이스턴대와 휴스턴대에서 3만 달러와 4만 달러(약 4500만 원)를 받으려다 비판이 일자 무보수로 축사를 진행했다. 올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옥타비아 스펜서는 켄트주립대 졸업 축사 비용으로 10만 달러(약 1억1000만 원)를 받아 억대 덕담비를 기록했다.

코미디언 마리아 뱀포드는 모교 미네소타대 축사비로 받은 1만 달러 중 세금을 제외한 금액인 5000달러를 연설 말미에 기부하겠다고 밝히며 “학교와 협상을 더 잘했다면 기부를 더 할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고 말해 오히려 박수를 받았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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