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위드 월드] 美 10대들에 인기…자살한 여고생의 ‘열세 가지 이유’ 시즌2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2일 16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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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이 기사는 자살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독자 여러분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대중문화 매체들은 11일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여고생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열세 가지 이유(Thirteen Reasons Why)의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기사 서두에 이런 경고문을 게재했다. 기사 맨 끝엔 “자살은 막아낼 수 있습니다”는 문구와 함께 ’전국자발예방전화‘ 연락처를 소개한다.

3월 31일 공개됐던 시즌1은 미국 중·고교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각급 학교는 ’열세 가지 이유‘ 관련 자녀 교육 지침과 심리상담 방법을 담은 가정통신문을 반복해서 발송하기도 했다. 공영라디오방송 NPR 등은 “시즌2가 만들어져 이르면 내년 초에 방송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학교와 학부모들에겐 ’제2차 열세 가지 이유 경계령‘이 내려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작가 제이 애셔(42)가 2007년 출간했던 같은 제목의 소설을 드라마화한 ’열세 가지 이유‘의 스토리라인은 여고생인 주인공 해나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원인을 제공한 13명의 이야기를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해 나중에 그 당사자들에게 전달한다는 내용.

청소년 심리학자들은 “자살은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이고, 어떤 해결책도 되지 못하는데도 드라마는 ’성폭행 집단따돌림 등으로 나를 괴롭혔던 사람들에 대한 복수를 자살을 통해 할 수도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준다”고 비판해왔다.

이 때문에 “’시즌2‘는 일정 수준의 사전검열이 필요하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그러나 공동PD를 맡은 영화배우 셀레나 고메즈와 ’시즌1‘ 출연진들은 “어떤 식의 검열에도 반대한다. 시즌2도 시즌1과 같은, 있는 그대로의 진솔한 기조로 제작돼야 한다”는 태도를 보인다고 미디어들은 전했다.

시즌1은 특히 여주인공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그 비극적 상황을 발견한 부모가 고통스러워하는 상황을 지나치게 상세히 묘사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시청률만 생각해 노골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을 연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제작진은 “자살이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 것인지를 시청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고 싶었다. 다분히 의도된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이런 ’열세 가지 이유 신드롬‘은 미국을 넘어 세계로 확산되는 조짐이다. 페루의 한 일간지는 “23세 엔지니어가 여자친구와 헤어진 것을 비관하며 4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끝내 숨졌는데 유서를 카세트테이프로 남겼다. ’열세 가지 이유‘를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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