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터뷰]<4> “亞 리더 되겠다는 日, 오히려 친구 잃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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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그로폰테 前 美국무부 부장관
“美의 ‘아베 신사참배에 실망’은 최고 수준 외교적 항의 표현”

존 네그로폰테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미국이 역사 갈등,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아시아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지만 꼭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존 네그로폰테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미국이 역사 갈등,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아시아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지만 꼭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북한 정책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미 정보기관 총괄기구인 국가정보국(DNI) 초대 국장을 지낸 존 네그로폰테 전 국무부 부장관(75)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장성택 처형 이후 미국이 섣불리 대화를 시도하면 북한에만 좋은 일을 시키는 것”이라며 “비핵화 목표 아래 강력한 제재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등 잇단 과거사 도발에 대해서는 “일본은 아시아의 리더가 되려고 하면서 아시아에서 친구를 잃는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며 “미국이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 후 ‘실망했다’고 밝힌 것은 동맹국에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항의”라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최근 그가 부회장을 맡고 있는 매클라티 어소시에이츠 워싱턴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한일 갈등을 중재하는 미국의 입장은 무엇인가. 한국 일각에서는 미국이 일본과의 동맹을 중시해 한국에만 유연한 대처를 요구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렇지 않다. 오바마 행정부는 5년간 원칙을 중시하는 외교정책을 펴왔다. 과거 주변국에 피해를 끼쳤던 일본이 반성하고 더이상 문제를 악화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하는 보편적 원칙이다. 오바마 행정부도 이 원칙을 중시할 것이다.”

―미일 관계가 아베 정권 이후 더 견고해졌다고 보나.

“일본은 과거 어느 때보다 대미(對美) 관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워싱턴에서 일본 얘기를 하는 정치인이 많아졌다. 그렇지만 미국에는 일본의 침략적 과거에 대해 우려의 눈길을 보내는 이도 많다. 진주만 공습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 미국의 군사 부담을 덜기 위해 일본 지지 쪽으로 기울어질 것으로만 보는 것은 지나치게 단편적인 시각이다.”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하나.

“일각에서는 ‘왜 냉정한 외교의 세계에서 한국은 과거사에 얽매여 에너지를 소비하느냐’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한국은 미국에 왜 과거사 문제를 그냥 덮어두면 안 되는지 이해시키고 과거사 갈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한미일 3국 협력을 도모하기 힘들다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 과거사 이슈를 외교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장성택 처형이 권력 공고화의 의미인가, 불안정의 징조인가.

“독재국가 지도자가 측근을 숙청한다는 것은 권력 기반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정은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군부의 권력 강화 신호라고 본다. 앞으로 김정은은 기를 쓰고 권력을 다지려고 할 것이며 이에 대한 도전은 더 커질 것이다. 북한 지도부는 내부 불안이 닥칠 때 핵실험 같은 도발적 행동으로 파워를 과시하려고 나서는 때가 많았다.”

―미국과 북한 간 대화 재개 가능성은 있나.

“대화가 급한 것은 북한이지 미국이 아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초기에 북한과 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북한의 2·29합의(미국은 북한에 24만 t 식량 지원, 북한은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중단, 영변 우라늄 농축 활동 중단) 파기로 배신감이 컸을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변화를 보일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신뢰 프로세스)도 대화 가능성은 열어두지만 비핵화 원칙은 고수하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 정책과 비슷하다.”

―올해 미 외교정책의 최대 관심사는 무엇인가.

“미국이 가장 큰 관심을 두는 분야는 중국이다. 지난해 말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면서 보인 일방적이고 고압적 태도에 미국은 놀랐다. 기분도 상했다. 그동안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과의 협력에 공을 들여왔다. 미국 내 반발도 많았지만 미국의 과제는 중국의 군사적 야심을 견제하면서 경제적으로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올해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분야에서 정책 밸런싱(균형 조정) 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매우 고차원적 외교 작업으로 국무, 국방장관이 아닌 대통령의 직접 관여가 필요하다. 미국의 아시아 중시정책 성공도 중국과 어떤 관계를 설정하느냐에 달렸다.”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중시 정책 천명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에 관심을 쏟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온다.

“오바마 행정부, 특히 존 케리 국무장관에게 중동에 관심을 줄이고 아시아에 신경 쓰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웃음). 아시아의 많은 동맹국들은 영토 분쟁에서 미국의 중재를 고대하고 있다. 미국은 경제적 이해관계가 높은 아시아로 관심을 돌릴 필요성이 있다.”

―9·11테러 이후 국가안보국(NSA)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업무 총괄기구로 만들어진 DNI 초대 국장으로서 NSA 정보 수집 논란을 어떻게 보나.

“정보 수집은 미국과 동맹국을 테러로부터 보호하고 안보를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전 CIA 계약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는 이들 국가에 큰 해악을 끼치는 행위다. 정보 수집 관행에 문제가 있다면 일부 바꾸면 된다. 정부 수집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은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정보를 수집 분석해 글로벌 커뮤니티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은 미국의 의무다. 의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존 네그로폰테 전 국무부 부장관 약력

1939년 영국 런던 출생
1960년 미국 예일대 졸업. 국무부 입부
1987∼89년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1989∼96년 주멕시코, 주필리핀 대사
2001∼2005년 주유엔, 주이라크 대사
2005∼2008년 국가정보국(DNI) 국장, 국무부 부장관
현재 매클라티 어소시에이츠 부회장 겸 예일대 잭슨 외교대학원 교수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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