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는 지금]“주민은 피난 중인데 초대형 공무원 관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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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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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구 국제부
윤종구 국제부
동일본 대지진으로 주민 수만 명이 피난생활을 하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초대형 공무원 관사를 짓기 시작했다. 일본 최고의 이익집단이자 특권층인 관료의 ‘힘’을 전형적으로 보여 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의 관사는 도쿄 도심 관청지역에서 차로 40여 분 걸리는 사이타마(埼玉) 현 아사카(朝霞) 시에서 이달 착공된다. 미군기지가 있던 곳이라 자연환경이 빼어나다. 13층짜리 철근 콘크리트 건물 2개동으로 850가구가 입주할 수 있다. 총공사비는 105억 엔(약 1600억 원). 정부는 또 “국회에 자주 가는 국가공무원의 숙소가 필요하다”며 국회 근처에 29억 엔(약 450억 원)을 들여 5층짜리 관사 3개동도 짓기 시작했다.

야당과 언론은 “그 돈을 아껴 대지진과 원전사고 피해민을 위해 써야 한다. 지진피해 주민들이 들어갈 가설주택도 다 짓지 못하고 있다. 이러고도 국민에게 세금 인상을 요구하느냐”며 공사 중지를 요구했지만 정부는 공사를 강행했다.

이 공사들은 예산 낭비와 공무원에 대한 지나친 특혜라는 지적 때문에 민주당 정권 출범 직후인 2009년 11월 정부 예산평가회에서 중단 결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이달 1일 총리가 교체되는 어수선한 시기를 틈타 전격적으로 공사가 시작됐다. ‘공사중단 결정의 취소’는 지난해 12월 공무원에게 호의적인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당시 재무상이 내렸다. 26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선진 7개국(G7) 중에서 공무원과 국회의원 관사를 제공하는 나라는 일본뿐이다. 공사를 중단하고 복구비용으로 돌려라”란 야당 의원의 요구에 노다 총리는 “계획을 변경할 생각이 없다”고 답변했다. 관사가 들어서는 지역의 자치단체는 안정적인 세금 확보가 가능하다며 즉각 공사허가를 내준다.

일본 관료들은 도쿄 도심의 금싸라기 지역이나 환경이 쾌적한 근교에 공무원 관사를 짓고 턱없이 낮은 임대료를 내면서 사는 경우가 많다. 전국에 국가공무원 관사는 21만 가구나 된다. 국민의 비판이 크지만 관료의 힘이 세다 보니 이런 현실은 수십 년 동안 바뀌지 않고 있다.

윤종구 국제부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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