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는 지금]블로그 정치에 빠진 ‘언론 기피증’ 간 총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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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나를 비판하기만 하고, 믿을 건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블로그밖에 없다.”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최근 개인 블로그에 열중하고 있다. 6월엔 블로그에 8건의 글을 올리더니, 7월엔 9건으로 늘었다. 반면 7월 한 달 동안 간 총리의 기자회견은 두 차례밖에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지진 복구대책이 미흡하고 리더십도 없다는 등의 비판기사를 쏟아내며 총리 퇴진 문제를 자주 다루는 언론에 기피 증세를 보이는 것이다.

간 총리는 최근 측근에게 “기자들이 내가 말하고 싶은 분야에 대해 묻지 않아 나의 주장을 국민에게 전할 수 없다”며 불평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일 보도했다. 그는 대지진 복구를 위한 제2차 추경예산이 통과된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 블로그를 통해 “내각이 착실히 일하고 있다. 정치보다 정책이다. 피해민을 염두에 두고 전력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추경예산은 국민적 관심사였지만 정작 기자회견에는 응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초 대지진 피해복구를 전담하는 부흥상이 피해지역에서 막말을 퍼붓다 국민의 분노를 사 취임 8일 만에 사퇴했을 때에도 기자들의 회견 요구를 외면했다. 자격 미달 인물을 임명했다는 책임을 추궁당하는 게 두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는 정식 기자회견만 피하는 게 아니라 총리의 관례이던 ‘관저 앞 즉석 일문일답’도 거의 하지 않는다. 매일 한 차례씩 해온 일문일답은 언론으로선 중요한 ‘기사 재료’이고, 총리 쪽에서도 잘만 하면 최상의 홍보 기회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국정을 꿰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순발력도 있어야 한다. 불행히도 간 총리에게는 부족한 점들이다.

그렇다고 간 총리가 언론을 무조건 피하는 것만은 아니다. 지난달 말 여자축구가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자 자발적으로 기자들 앞에 나타나 “일본 국민에게 최고의 선물”이라고 칭찬했다. 국가적 경사를 자신의 지지율 상승에 조금이라도 연결시키려는 의도였다. 이를 두고 언론은 물론 총리실에서조차 “대답하기 싫은 것은 피하고,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것은 총리로서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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