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은 지금]‘영화 속 펭귄’ 정치성 논란

  • 입력 2006년 12월 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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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수주의 그룹은 진보 성향이 강한 할리우드 영화를 두고 이런저런 정치 해석을 자주 내놓는다.

동성애자를 다룬 ‘브로크백 마운틴’을 두고 “카우보이의 동성애를 그리면서 유독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의 고향인 텍사스와 와이오밍 주를 소재로 삼았다”며 불쾌해하고, 앨 고어 전 부통령의 환경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이 개봉되자 “차라리 대권 도전 의사를 발표하라”고 비꼬는 식이다.

이번에는 추수감사절 직전인 지난달 19일 개봉된 어린이 애니메이션 영화 ‘해피 피트(Happy Feet)’가 도마에 올랐다. 한국에서도 같은 제목으로 21일 개봉되는 영화다. 현재 미국 흥행 1위를 달리는 이 작품은 노래와 탭댄스를 즐기는 남극대륙 펭귄이 인간의 물고기 남획 및 환경오염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줄거리다. 로빈 윌리엄스, 니콜 키드먼 같은 유명배우들이 목소리를 더빙했다.

폭스뉴스 진행자인 닐 카부토 씨는 개봉 전부터 “환경문제의 쟁점화를 위해 진보주의자가 어린이에게 다가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시에라클럽 같은 환경단체는 어린이들에게 미칠 영향이 클 것이라며 대환영이다.

이 영화에 흐르는 문제의식은 호주 출신인 조지 밀러 감독의 성장 배경과 자의식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밀러 감독은 지난달 17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오존층 파괴, 남극 환경 파괴는 내 조국인 호주에서는 큰 문제다. 그래서 원래 각본에 손을 댔다”라고 말했다.

미국 보수그룹이 그렇다고 푸념만 늘어놓는 것은 아니다. 1년 전 프랑스 다큐멘터리 영화인 ‘펭귄의 행진’이 개봉됐을 때는 “일부일처제, 희생적 부모의 역할 등 정상적인 가족의 모습을 펭귄이 재현했다”며 적극 관람을 장려했다.

당시 라디오 진행자인 마이클 네드베드 씨는 “황제 펭귄이 알을 낳은 뒤 생명의 탄생을 위해 부부가 번갈아 몇 개월씩 굶어 가며 지키는 모습은 감동적”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영화 속 펭귄’ 때문에 한 번 웃고, 한 번 운 셈이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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