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은 지금]“차베스 헛소리를 재탕삼탕 틀것까지야…”

  • 입력 2006년 9월 2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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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본회의가 열린 지난주 내내 미국의 시청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했을 것 같다.

베네수엘라(우고 차베스 대통령)나 이란(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처럼 미국인들의 눈으로 보기엔 ‘비정상적인 국가’의 정상들이 미국을 비판하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난하는 현장이 1주일 내내 TV를 통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일반 방송 뉴스는 좀 덜했지만, 의회 전문 케이블방송인 C-SPAN은 이들의 기자회견, 유엔총회 연설을 전면 생중계했다. 또 재방송도 반복해서 내보냈다.

C-SPAN은 20일 차베스 대통령의 25분짜리 연설을 녹화로만 모두 3번 중계했다. 같은 날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연설은 31분간 녹화 방송됐고, 21일 1시간 동안 진행된 기자회견은 편집 없이 2번 방송됐다. 이런 탓에 미국의 인터넷 블로그에서 C-SPAN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왜 이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생중계로 방송하느냐” 또는 “제3세계의 미국 비판 목소리는 알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이 많았다. 그동안 반(反)부시 정서를 유감없이 내비치던 CNN 같은 방송사들조차 이란,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부시 대통령 때리기-미국 꼬집기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보냈다.

미국의 방송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보면서 새삼 C-SPAN의 ‘기가 막힌’ 중립성을 주목하고 있다. C-SPAN은 공화당의 발언이 중계되면, 민주당의 반론성 프로그램을 반드시 편성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지난해 3월 유대인 학살(홀로코스트)을 다룬 신간안내 방송 때는 ‘기계적 중립의 오류’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당시 이 방송은 데보라 립스태트 교수(에머리대)의 책을 소개하면서 “독일 아돌프 히틀러 총통이 홀로코스트의 실제 책임자라는 증거는 없다”는 주장을 펴 온 영국인 학자까지 출연시키는 준비를 해 왔다.

유대인 단체, 기독교 보수단체의 반론이 거셌다. 방송 반대 서명이 전개됐고, 결국 립스태트 교수가 “나도 안 나가겠다”고 해 방송은 결국 불발됐다.

이런 논란을 겪어 오면서도 이 방송을 향해 정치적 편향성이나 상업성을 문제 삼는 사람들은 없다. 고집스러운 중립성이 잘 알려져 있는 데다 상업광고도 싣지 않고 이익금도 내지 않기로 선언한 ‘비영리 기업’이기 때문이다. C-SPAN은 케이블방송사들이 1979년 공동 설립했다.

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심상치 않은 ‘反美 맞장구’…유엔총회서 부시 비난에 환호

냉전시대 비동맹 운동을 대체하는 새로운 반미(反美) 블록이 형성되고 있는 것일까.

올해 유엔총회 본회의 연설은 반미 성토장이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오마르 하산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이 ‘골리앗’ 미국에 대드는 ‘다윗’을 자처하고 나섰다.

지난 수년간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관심의 초점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쏠려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록스타 같은 대우를 받았고, 차베스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을 ‘악마’라고 불러 박수를 이끌어냈다.

뉴욕타임스는 23일 분석 기사에서 “냉전시대 반미블록이 형성되고 그것이 결국 비동맹운동으로 이어졌는데 우리가 지금 새로운 반미블록의 형성과정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1961년 첫 정상회의를 연 비동맹운동은 1954년 인도의 네루 총리가 미국과도 소련과도 동맹을 맺지 않는 ‘비동맹’이란 말을 처음 쓴 뒤 이듬해 유고슬라비아의 티토,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 이집트의 나세르, 가나의 은크루마 대통령 등과 모임을 연 데서 비롯됐다.

유엔총회의 연단이 ‘반미 유세’에 이용되는 것도 새로운 일이 아니다. 1960년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그랬고, 1975년 이디 아민 우간다 대통령이 그랬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21일 차베스 대통령의 반미연설이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데도 환호를 이끌어내고, 그가 연설 도중 소개한 놈 촘스키 교수의 미국 외교 비판서 ‘패권인가 생존인가-미국은 지금 어디로 가는가’가 인터넷서점 아마존닷컴에서 일약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사실에 주목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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