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반환 D-18]「영국製」입법기구 존폐기로 갈등

  • 입력 1997년 6월 13일 08시 30분


『롤스로이스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승용차이다. 만들어진 그대로 롤스로이스를 이용해야지 서투른 기술자가 함부로 뜯어고치면 오히려 차를 망치게 된다』 지난 연초 크리스 패튼 홍콩총독이 홍콩의 장래와 관련, 들고나온 「롤스로이스론(論)」이다. 홍콩의 주권반환이후 중국측이 영국이 남긴 제도와 법률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롤스로이스」(홍콩)를 망치지않는 길이라는 뜻이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총리와 미국의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등은 오는 30일 자정에 있을 홍콩주권반환식에 참석은 하되 곧이어 2부 행사로 진행될 초대 홍콩특구 수반과 임시입법회 의원들의 취임선서식때에는 퇴장하겠다는 입장을 12일 확정 발표했다. 또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대표단도 역시 취임선서식에는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입법회 선서여부를 둘러싸고 중국과 서방국가 사이에 표출되고 있는 이러한 갈등은 바로 롤스로이스론의 연장선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중국이 홍콩주민 직선에 의해 지난 95년 구성된 현 입법국을 주권반환과 동시에 해산키로 하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 지난해말 간접선거에 의해 구성한 기구인 임시입법회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것. 영국과 미국 등의 입장에서는 이는 마치 롤스로이스 승용차에서 엔진을 들어내고 성능이 형편없는 「중국제 엔진」을 얹는 것과 마찬가지란 주장이다. 중국측은 이 기구를 약 1년간 한시적으로 가동한후 오는 98년 홍콩특구 초대 입법국을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양측의 이같은 대립은 지난 92년 패튼총독이 부임직후 일방적으로 홍콩의 민주화 일정을 발표함으로써 촉발됐다. 비례대표제 형태로 구성되던 기존의 입법국을 직선으로 바꾸고 기초의회인 구의회까지 구성하며 투표연령을 20세에서 18세로 낮추는 등의 소위 민주개혁 조치를 단행한 것. 이와함께 집회시위도 거의 무제한 허용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했다. 그의 이같은 조치는 주권반환때까지 홍콩에서의 모든 제도변경 사항은 영국과 중국이 합의해서 결정키로 한 지난 84년의 공동선언을 무시한 조치이기도 했다. 영국의 주장은 주권반환 이전에 홍콩에 민주주의를 제도적으로 정착시켜놓고 철수하겠다는 것이었다. 영국측은 중국이 어차피 이를 승낙하지 않을 것이 분명한만큼 일방적인 선언을 통해 이를 실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중국측이 이를 받아들일리가 없었다. 1백50여년동안의 식민통치 기간중엔 홍콩에서 민주제도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던 영국이 반환을 불과 5년 앞두고 일방적으로 민주개혁을 단행한 것은 주권반환이후 중국의 입장을 어렵게 만들려는 술책이라는게 중국측의 시각이다. 양측의 입장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어 어느쪽이 일방적으로 옳고 그르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단지 하나 분명한 점은 영국이 의도했든 안했든 홍콩에서의 민주제도 문제는 홍콩반환후 계속 중국을 괴롭힐 것이라는 점이다. 〈홍콩〓정동우 특파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