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살아보니]브랜든 카/외국인 열린마음으로 맞았으면

  • 입력 2002년 9월 3일 18시 39분


한국은 전 세계인들에게 자신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두 번의 기회가 있었다. 그 첫번째는 88올림픽이었고, 두번째가 얼마 전 성공리에 끝난 월드컵이다. 필자를 포함한 외국인들이 바라본 한국과 한국인의 모습은 첫번째와 두번째가 서로 많이 달랐고 큰 대조를 이루었다.

서울올림픽에서 한국은 국수주의에 가까운 특유의 민족주의를 보여주었다. 권투 종목에서 한국 선수에게 금메달을 안겨주기 위해 부자연스러운 장면들이 연출됐고, 이것은 외국인들에게 좋지 못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외국인들은 한국의 민족주의를 타인과 함께 공존할 줄 모르는 폐쇄적 민족주의라고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아마도 오랜 세월 동안 문을 걸어 잠그고 지내온 한국의 역사에서 그 까닭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인들은 외국인들을 쉽게 수용하지 못한다. 근대 역사 속에서 한국인이 만난 외국인들은 대개 정복자 아니면 침략자였기 때문이다. 이런 정서를 바탕으로 한 폐쇄적인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외국인들은 언제나 이방인에 머물 뿐 한국사회 안에서 하나로 융합되기 힘들었다.

이러한 부정적 이미지들을 한번에 바꿔준 것이 월드컵이었다. 월드컵 기간에 만난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이 매우 친절할 뿐만 아니라 외국인을 포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대∼한민국’ 구호를 외치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 다른 피부 색깔의 외국인들을 찾기란 어렵지 않았다. 응원 물결 속에서 한국인과 외국인은 하나로 융화될 수 있었다. 한국을 찾아온 외국인들은 하나같이 그 흥분된 경험을 잊지 못하고 있다. 월드컵을 관람한 후 아시아의 다른 국가로 여행을 떠난 한 미국인 친구는 역동적인 응원, 그리고 응원이 끝난 후 청소하는 성숙한 시민사회인 한국에서 지낸 날들이 벌써 그리워진다고 말한다.

월드컵은 또 한국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이방인인 필자는 한국인들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결여한 듯한 모습을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은 바뀌었지만 과거 외국인의 토지소유 금지, 회사지분 참여 금지 등의 정책을 통해 외국인들을 적대적 배타적으로 대했던 것도 바로 자신감의 결여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품곤 했다. 한국의 정신과 문화, 정체성이 그 어떤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고한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에 외국인이 한국사회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았던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월드컵에서 한국인은 모두들 깜짝 놀랄 모습을 확인시켜주었다. 한국인들은 과거처럼 웅크린 낮은 자세로 외국인을 모시는 태도가 아닌, 열린 마음과 포용하는 자세로 외국인을 동등하게 받아들였다. 한국인들의 이러한 의식 변화가 계속 이어지고 다른 인종, 다른 문화를 수용할 줄 아는 포용성이 길러진다면 한국은 세계 속의 큰 국가로 성장해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브랜든 카는 누구?▽

1969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태어나 메릴랜드주립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뒤 워싱턴주립대의 로스쿨을 나왔다. 10년 전 내한해 현재 서울 오로라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아내, 두 딸과 함께 살고 있다.

브랜든 카 오로라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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