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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근로자 직접 찾아가 저금리 대출… 현지인들 “체주 틴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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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근로자 직접 찾아가 저금리 대출… 현지인들 “체주 틴바데”

양곤=이건혁 기자 , 프놈펜=최혜령 기자 입력 2019-04-08 03:00수정 2019-04-0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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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실크로드]1부 아세안의 금융 코리아
<4> 동남아 서민 돕는 K-금융
우리파이낸스미얀마 직원들이 양곤의 한 공업단지 봉제공장에서 근로자들에게 연대 신용보증 소액대출을 설명하고 있다(왼쪽사진). 농협파이낸스미얀마 차오탄 지점 직원들은 직접 마을을 방문해 가정집에서 대출 상담을 한다. 한국 금융사들은 일반 소액대출보다 낮은 금리의 상품을 판매해 지역에서 인기가 높다. 양공·차오탄=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지난달 18일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남동쪽으로 60km 떨어진 차오탄 지역. 차로 구분이 없는 국도와 흙먼지 휘날리는 비포장도로를 이용해 약 한 시간 반을 이동하니 100여 가구가 모여 사는 농촌 마을 턴만지가 나타났다.

“밍글라바(안녕하세요).”

농협파이낸스미얀마 차오탄 지점 시투망 지점장과 직원들은 마을에서 가장 큰 집에 모여 있던 50명의 여성들과 인사를 나눈 뒤 곧장 대출 상환과 신규 대출 상담을 진행했다. 이 마을에서 45가구가 농협파이낸스를 통해 대출을 받고 있었다. 농협파이낸스의 대출 상품인 ‘애그리론’은 대출금리 연 24%의 6개월짜리 단기 대출로 이 지역의 다른 소액대출 업체들이 제시하는 이율(연 30% 안팎)보다 저렴해 인기가 높다.

이날 70만 차트(약 52만 원)를 새로 대출받은 농민 도텐테모 씨(40·여)는 “농협파이낸스가 영업하기 전에는 고금리 사금융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저렴한 금리로 대출받아 쌀과 콩, 씨앗도 사고 생활비도 쓸 수 있게 됐다”며 ‘체주 틴바데(고맙습니다)’를 연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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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융사들은 제도권 금융이 뿌리내리지 못한 아세안 지역 서민들에게 금융상품을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금리가 기존 사금융보다 저렴한 데다 현지인들의 성향과 관심사를 고려한 상품이 많아 인기가 높은 편이다.

○ 현지 서민들에게 실질적 도움 주는 한국 금융사들

아세안의 금융시장 발전 수준은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아직 대체로 열악한 편이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아세안 국가들의 지난해 글로벌 금융 경쟁력은 인도네시아(52위) 베트남(59위)이 중위권, 캄보디아(92위) 라오스(106위) 등은 하위권에 처져 있다. 미얀마는 금융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아예 평가 대상에서 빠져 있다.

이렇게 금융시장 발전이 지체된 나라는 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은행 영업점이 도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분포돼 있다 보니 생업에 쫓기는 서민들은 이를 찾아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힘들게 찾아간다 해도 담보 위주의 대출 관행 때문에 서민들이 급전 마련을 위해 신용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길은 막혀 있기 일쑤다.

한국 금융사들은 이런 아세안 서민들의 대출 수요를 포착해 적극적인 영업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6월 캄보디아 금융사 ‘비전펀드 캄보디아’를 인수해 세운 WB파이낸스는 전국적 지점망을 갖고 있다. 이 회사 직원들은 태블릿PC를 활용해 현장에서 즉시 소액대출 신청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갖췄다. 김창연 WB파이낸스 부법인장은 “도시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급전이 필요한 서민이나 빈곤층이 많다. 이들을 위해 대출을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파이낸스미얀마는 소액대출을 원하는 고객들을 위해 직원들이 공장 등을 직접 찾아가 대출을 해준다. 같은 날 찾은 양곤 서부 흘라잉타야 공업단지의 한 봉제공장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우리파이낸스의 대출을 신청하려는 근로자 약 80명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5명이 짝을 지어 연대 신용보증을 해주는 금리 30%짜리 ‘그룹론’을 이용하기 위해 우리파이낸스 직원 주위로 모여들었다. 공장 작업반장 밀레와 씨(35·여)는 “사금융으로 대출을 받으면 금리가 보통 연 50%를 넘는다”며 “담보 없이 신용만으로도 대출이 되니 서민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 금융 사각지대 해소에 역할… 현지 정부도 인정


미얀마 정부는 일반적으로 외국계 금융회사의 진출을 까다롭게 통제하고 있지만, 서민금융을 책임지는 소액대출 시장은 문호를 폭넓게 개방하는 편이다. 현재 미얀마에서 영업 중인 13개 한국계 금융사는 지방 소도시와 농촌 등으로 영업 반경을 넓히고 있다. 김종희 농협파이낸스미얀마 법인장은 “미얀마 정부는 금융 사각지대 해소에 기여하는 한국 금융사들에 상당히 긍정적인 편”이라고 전했다.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등에서도 한국 금융사들은 서민 금융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캄보디아에서 WB파이낸스 및 우리파이낸스캄보디아를 통해 소액대출 사업을 벌이고 있다. NH농협금융그룹은 지난해 8월 캄보디아 소액대출 법인 사믹(SAMIC)을 인수하고 영업을 시작했다. 신한카드는 올해 1월 베트남의 소비자금융회사 PVFC 인수를 완료하고 신용대출, 자동차 할부 금융 등 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소액 금융 상품을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소액대출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한국 금융인들은 현지 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 안정균 우리파이낸스미얀마 법인장은 “일각에서 고금리 영업을 문제 삼긴 하지만 현지의 열악한 금융환경을 감안하면 검증된 금융회사가 서민들에게 목돈을 만들 기회를 열어준다는 측면에서 순기능이 더 크다”고 했다. 서준용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 법인장은 “미국 비정부기구(NGO)와 함께 식수 공급 시설, 화장실 개조 비용 등을 대출해주는 등 다양한 생활환경 개선 사업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곤=이건혁 gun@donga.com / 프놈펜=최혜령 기자
#아세안 실크로드#저금리 대출#k-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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