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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허브’ 도약 꿈꾸는 뉴욕, 40년 금기 깨고 ‘아마존’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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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허브’ 도약 꿈꾸는 뉴욕, 40년 금기 깨고 ‘아마존’ 품었다

박용 특파원 입력 2018-12-24 03:00수정 2018-12-2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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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신년기획 기업이 도시의 미래다]238대1 경쟁 뚫고 제2본사 유치
미국 뉴욕 맨해튼 루스벨트아일랜드에 지난해 문을 연 코넬텍(코넬대 공대) 캠퍼스 앞에서 17일(현지 시간) 한 주민이 길을 건너고 있다. 강 건너편이 아마존 제2본사가 들어설 롱아일랜드시티다. 페리를 타고 6분이면 도착한다. 아마존 본사가 문을 열면 뉴욕엔 ‘맨해튼 실리콘앨리(벤처 창업 거리)-루스벨트아일랜드(코넬텍)-롱아일랜드시티(아마존 제2본사)-브루클린(브루클린 기술 삼각주)’으로 이어지는 기술 허브가 완성된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 부동산 시장은 두 달째 펄펄 끓고 있다. 맨해튼과 이스트강을 사이에 두고 맞대고 있는 이곳에 아마존 제2본사가 들어서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10년간 25억 달러(약 2조8100억 원)를 투자해 억대 연봉자 2만50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아마존 특수’로 세계 경기 둔화와 공급 과잉으로 침체를 걱정하던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3년 전 롱아일랜드시티에 1층 상가를 구입한 한 부동산 투자자는 17일(현지 시간) 기자와 만나 “아마존 제2본사 건설이 확정된 뒤 구입 당시 가격의 갑절로 쳐주겠다는 제안이 들어왔다”며 “3배는 줘야 한다며 거절했다”고 말했다.

아마존을 키워낸 시애틀의 분위기는 정반대다. 시애틀은 아마존 본사가 들어선 지난 8년간 ‘아마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아마존 제2본사가 롱아일랜드시티와 워싱턴 근처 버지니아주 북부 내셔널랜딩으로 결정되면서 2001년 보잉이 본사를 시애틀에서 시카고로 옮길 때의 ‘보잉 쇼크’와 비슷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 아마존 때문에 희비 엇갈린 도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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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인구는 아마존이 들어선 뒤 인구가 40% 늘고, 주택 가격은 50% 올랐다. 아마존 직원만 4만 명이 증가했다. 시애틀 일자리 3개 중 하나가 아마존 직원이거나 아마존과 관련된 일자리다. 2010년 이후 미국 가구의 소득은 21% 증가했지만 시애틀은 32% 상승했다.

시애틀 시의회는 인구가 급증하고 집값이 급등하자 최저 임금을 미국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직원 1인당 일정액의 세금을 대기업에서 거둬 저소득층 주택 지원이나 대중교통 확충에 쓰는 ‘대기업세’ 신설까지 추진했다. 하지만 아마존이 제2본사를 다른 곳에 짓기로 하면서 이제는 ‘아마존 엑소더스’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부동산리서치회사 그린스트리트어드바이저스는 “아마존은 제2본사를 향후 15년간 시애틀 본사와 맞먹게 키우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대부분의 인력 증가는 시애틀 밖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동산중개회사 레드핀에 따르면 아마존 직원 20명 중 1명이 집을 내놓으면 시애틀 전체 매물이 10%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부동산 공급 과잉과 경기침체 우려 속에 일부 집주인들은 일정 기간 무료 임대나 2500달러 선불카드 등을 제공하면서 세입자 잡기에 나섰다.

○ 아마존 유치 위해 40년 금기까지 깬 뉴욕

지난해 10월 시작된 아마존 제2본사 유치 경쟁은 미국 캐나다 등 북미 도시 238곳이 도전장을 낼 정도로 치열했다. 뉴욕시는 20억 달러의 세금 혜택 등의 지원과 40년간 지켜온 ‘금기’까지 깼다. 1977년 팬암빌딩 헬기 추락사고 이후 금지된 고층빌딩 헬기장을 아마존 제2본사에 한해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필요한 일이라면 ‘아마존 쿠오모’로 이름을 바꿀 수 있다”고 큰소리쳤다.

미국에서 포천 500대 기업 본사가 가장 많은 도시가 ‘세금 낭비’ 비판을 무릅쓰고 아마존 제2본사 유치에 나선 것은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기술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벤처 캐피털회사 터스크 벤처의 브래들리 터스커 창업자는 “뉴욕은 마이클 블룸버그 전 시장이 기술 허브를 목표로 노력한 덕분에 어느 정도 기반이 갖춰졌다”며 “20년 전만 해도 (뉴욕은) 아마존 제2본사 유치 지원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가 뉴욕에 진출했고 인스타그램도 얼마 전 뉴욕 사무실을 냈다. 구글은 새로 개발되고 있는 맨해튼 서쪽 허드슨야드 지역에 건물을 사들여 7000여 명 이상을 채용하기로 했다. 기술기업들이 몰려들면서 뉴욕에선 ‘기술인력 품귀’ 걱정까지 나온다. 뉴욕경제개발공사(NYCEDC)에 따르면 뉴욕은 올해 8월에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4.1%의 실업률을 기록했다. 일자리는 교육의료 다음으로 정보기술 분야에서 많이 늘었다.

○ ‘악마의 계약’ 비판에도 미래를 위한 투자 나서

미국의 기업투자 감시단체 굿잡퍼스트에 따르면 도시들이 기업 유치를 위해 5000만 달러 이상 보조금을 지급한 ‘메가딜(mega deal)’은 2008년 이전 연평균 12개 미만이었지만 2008년 이후 연평균 25개로 크게 늘었다.

미국 도시들이 ‘악마의 계약’이라는 비판과 ‘승자의 저주’ 우려를 무릅쓰고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심화된 일자리 기근과 중산층 몰락 현상과 관련이 있다. 2006∼2010년 사이 미국 제조업 취업자 수는 1420만 명에서 1130만 명으로 20% 감소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제2의 러스트벨트’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새로운 산업 육성을 위해 팔을 걷고 나서게 한 것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내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이 성장하면 일자리와 임금은 물론 미국의 정신까지 고양된다”며 해외 도시들과의 일자리 전쟁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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