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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혁신-역발상으로 경쟁사 꺾은 뚝심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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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혁신-역발상으로 경쟁사 꺾은 뚝심경영

송진흡 기자 입력 2018-08-25 03:00수정 2018-08-27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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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를 이끄는 사람들]현대자동차그룹<上>
정몽구(80)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경복고 한양대 공업경영학과
‘한국차가 품질 순위에서 포르셰를 꺾었다(Korean Cars Beat Porsche in Quality Ranking).’

올해 6월 20일(현지 시간)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올린 기사 제목이다. 여기에는 현대자동차그룹 소속 완성차 브랜드인 제네시스(현대차 프리미엄 브랜드)와 기아, 현대가 미국 시장조사업체 제이디파워가 발표한 자동차 품질 순위에서 독일 포르셰를 제치고 1∼3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매년 이뤄지는 제이디파워 조사에서 현대차그룹 브랜드들이 최상위 순위를 독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현대차그룹이 1986년 ‘포니엑셀’로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을 당시 현지 반응은 ‘싸구려 차 메이커’라는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가격은 싸지만 내구성이 떨어져 ‘세컨드 카’로 활용되는 사례가 많았던 탓이다. 하지만 1990년대에 접어들며 분위기는 반전됐다. 모델이 다양해지고 내구성이 좋아지면서 ‘가격 대비 탈 만한 자동차’ 메이커로 변신하는 데 성공한 것.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품질 개선에 나서면서 마침내 자동차 선진국 독일이 자랑하는 프리미엄 브랜드 포르셰를 능가하는 품질을 갖춘 자동차를 생산하는 메이커로 입지를 굳히게 됐다.



○ ‘품질 경영’과 ‘역발상 경영’

현대차그룹이 세계 최고 품질의 자동차 생산 메이커로 우뚝 서게 된 밑바탕에는 정몽구 회장의 ‘뚝심 경영’이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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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은 1999년 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줄기차게 ‘품질 경영’을 최고 경영 목표로 내세웠다. 여기에는 계기가 있었다. 회장 취임 첫해 수출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정 회장은 현대차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현장을 목격하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당시 품질이 뒷받침되지 못했던 현대차는 쇄도하는 리콜 요청에 시달리고 있었다. ‘자니 카슨 쇼’나 ‘데이비드 레터맨 쇼’ 같은 미국 TV 코미디쇼 프로그램에서는 미국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현대차 구매와 비교할 정도였다. 당시 미국 자동차 딜러들은 정 회장의 면전에서 “차가 좋지 않으니 못 팔겠다. 좋은 차를 만들어 달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품질은 떨어지지만 값은 싼 차’라는 이미지로는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존립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품질 혁신에 팔을 걷어붙였다. 미국에서 돌아온 정 회장의 첫 지시는 대대적인 품질 컨설팅이었다. 이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한 뒤 2000년 초부터 “품질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 품질 경영에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 2002년에는 회장 직속으로 품질총괄본부를 신설했다. 이 본부는 연구개발, 구매, 생산, 애프터서비스 등 자동차 생산 및 판매에 관련한 모든 과정을 품질의 시각에서 최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휘·조정하는 역할을 맡았다.

2008년 말 정 회장은 품질 경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창조적 품질 경영’을 선포했다. 여기에는 창조적 품질 경영과 무결점 품질혁신 활동을 통해 ‘GQ(Global Quality)-3355’를 달성하자는 목표를 담았다. 특히 ‘GQ-3355’는 제품 품질은 3년 안에 세계 3위권, 브랜드 인지도는 5년 안에 세계 5위권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체적인 실천 과제를 제시한 것이었다. 그 결과 1999년 글로벌 판매 순위 10위였던 현대차그룹은 현재 세계 5위권 업체로 성장했다.

정 회장은 경쟁업체의 허를 찌르는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역발상 경영’을 잘 구사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1999년 미국 시장에서 진행한 ‘10년, 10만 마일 보증’이 대표적이다. 도요타나 혼다 등 일본 경쟁업체들은 ‘미친 짓’이라며 비웃었다. 당시에는 ‘2년, 2만4000마일 보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정 회장은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10년, 10만 마일 보증 마케팅을 추진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현대차 판매가 늘어나자 경쟁업체들이 이 보증제도를 따라할 정도였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역발상 경영은 빛을 발했다. 당시 미국에서 자동차 수요가 급감하자 정 회장은 ‘어슈런스 프로그램’(구매 후 1년 내 실직하면 차를 되사주는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그 결과 인지도와 점유율이 크게 높아졌다. 2008년 5.4%였던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10년 7.7%로 2년 새 2%포인트 이상 껑충 뛰었다.

○ 정 회장을 보좌하는 부회장 7인

현대차그룹에는 부회장이 7명 있다. 이들은 큰 그림을 그리는 정 회장을 도와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짜는 참모 역할을 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정 회장의 아들이다. 올해 제이디파워 품질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제네시스’ 브랜드를 선보인 주역이다. 해외 시장에서 아직은 낮은 현대차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도요타 ‘렉서스’나 혼다 ‘아큐라’처럼 별도 프리미엄 브랜드를 만든 것이다. 정 부회장은 기아차 사장 시절 ‘디자인 경영’을 통해 회사를 흑자로 전환시켜 재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윤여철 현대·기아차 부회장은 그룹 내 최고 노무관리 전문가다. 1979년 현대차에 입사한 그는 경영지원본부장, 울산공장장을 거치면서 생산 및 노무 관리 경험을 쌓았다. 현대차 노사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끌어낼 때의 협상 주역이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국내 생산 부문도 총괄하고 있다.

양웅철 현대·기아차 부회장은 친환경차와 전장기술 전문가. 미국 포드자동차 R&D센터에 근무하다 2004년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로 스카우트됐다. 그는 하이브리드카 개발부터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전기차, 수소전기차에 이르기까지 현대·기아차의 친환경차 포트폴리오 확장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권문식 현대·기아차 부회장도 엔지니어 출신 경영인이다. 양 부회장과 함께 현대차그룹의 R&D를 책임지고 있다. 2008년 현대제철 제철사업총괄 사장 시절에는 일관 제철소 건설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자동차 전장부품 계열사인 케피코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공학부문 최고 영예인 공학한림원 정회원이다.

김용환 현대·기아차 부회장은 그룹 기획 조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기획조정실과 비서실, 감사실, 법무실 등을 관할하면서 현대건설 인수, 신사옥 건립 등 현대차그룹의 주요 프로젝트를 실무 차원에서 주도했다.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은 그룹 안팎에서 철강 전문가로 통한다. 기술개발본부장, 기술연구소장, 구매담당 부사장, 당진제철소장 등 현대제철의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0년 현대제철 제1고로가 가동을 시작했을 때 3개월 만에 하루 평균 1만1650t의 쇳물을 쏟아낼 수 있도록 초기 안정화를 이루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정 회장의 사위다. 현대카드 외에도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 등 현대차그룹의 금융 계열사를 책임지고 있다. 2003년 현대카드 사장에 오른 뒤 시장점유율이 2%에도 못 미치던 회사를 메이저 회사로 키웠다. 그가 선보인 ‘현대카드M’은 1년 만에 회원 100만 명을 돌파해 금융권에서 큰 화제가 됐다.

▼이원희-박한우-박동욱 ‘재무통’… 임영득 ‘생산통’… 김승탁 ‘해외통’▼

계열사 책임진 전문인 사장단

현대자동차그룹에는 부회장들 외에도 주요 계열사를 책임지는 사장들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그룹 모기업인 현대차 출신으로 정몽구 회장이 강조하는 ‘품질경영’을 일선에서 실행하고 있다.

현대차 대표이사인 이원희 사장은 재무관리 전문가다. 1984년 현대차 입사 후 재정팀장, 국제금융팀장, 재경본부장 등을 지냈다. 특히 2004년부터 2009년까지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 재무담당으로 일하면서 미국 금융위기 상황을 효과적으로 극복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0년 본사 재경본부장을 맡은 이후에는 연간 10%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내는 등 현대차의 재무 건전성과 수익성을 높인 주역으로 꼽힌다.

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도 30년 이상 재무 분야에서 근무한 ‘재무통’. 현대차 인도법인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법인장(부사장)까지 오른 ‘인도 전문가’이기도 하다. 인도법인장 시절 ‘i10’ ‘i20’ 등 현지 전략 차종들을 히트시키며 인도 시장에서 현대차가 2위 업체로 부상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2012년 기아차 재경본부장(부사장)으로 부임해 2014년부터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올해 판매 목표 287만5000대 달성과 내년 하반기(7∼12월) 완공 예정인 기아차 인도 공장을 안착시키는 게 당면 목표다.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인 임영득 사장은 기계공학도 출신으로 산업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생산통’이다. 1979년 현대차 입사 이후 국내 공장은 물론이고 중국, 슬로바키아, 체코, 미국 등 해외 생산기지에서 두루 근무했다. 특히 현대차가 미국에 최초로 세운 생산기지인 앨라배마공장 법인장(부사장) 시절인 2011년 안정적인 품질 관리로 적기에 차량을 공급하면서 미국 판매량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자동변속기 제조 계열사인 현대파워텍 대표이사도 지내 부품 공급 체계에도 정통하다.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은 부사장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다가 올해 1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건설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건설업황이 불확실해지면서 리스크 관리 능력을 갖춘 재무전문가를 발탁해 현대건설의 체질을 개선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988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박 사장은 1999년 현대차로 자리를 옮겨 재무관리실장(이사), 재경사업부장(상무, 전무)을 지냈다. 2011년 현대건설로 복귀해서도 재경본부장(전무, 부사장)을 지냈다. 재무통이어서 일을 꼼꼼하게 처리하지만 승부수를 던질 때는 과감한 승부사 기질을 보인다.

김승탁 현대로템 사장은 현대차그룹 안에서 대표적인 ‘해외 영업 전문가’로 꼽힌다. 기아차 글로벌전략실장(이사, 상무)과 유럽사업부장(전무), 현대차 영업기획사업부장(전무)과 해외영업본부장(부사장), 현대모비스 기획사업본부장(부사장) 등을 지냈다. 2015년 사장으로 승진하며 현대로템으로 자리를 옮겨 4년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현대로템이 대만, 브라질 등 해외에서 대규모 철도 차량 물량을 수주하는 과정에 김 사장의 해외 영업 노하우가 큰 빛을 발했다. 2021년까지 글로벌 철도 차량 시장에서 매출 5위권에 오르는 것이 김 사장의 목표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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