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커진 시장… 예측도 관리도 안먹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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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의 마켓뷰]

정현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
정현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
주인이 매일 먹이를 가져다주는 것에 익숙해진 칠면조 한 마리가 있다. 매일 같은 시간 칠면조는 주인을 기다린다. 하지만 추수감사절을 앞둔 어느 날 친절했던 주인의 손은 칠면조의 목을 비튼다.

미국 경영학자 나심 탈레브의 ‘블랙스완’에 나오는 에피소드다. 탈레브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경험에 근거한 인간의 합리적 예측이 얼마나 취약한지 경고했다. 과거의 규칙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을 때 기존의 관찰에서 추론한 예측은 무의미해진다.

투자에서도 비슷한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투자는 관리가 가능한 ‘위험’을 주로 다룬다. 그런데 위험(Risk)과 불확실성(Uncertainty)은 다르다. 위험은 발생 확률을 계산할 수 있는 반면 불확실성은 예측이 힘들다. 따라서 우리는 위험은 관리할 수 있지만 불확실성을 관리할 수는 없다.

불확실성을 관리가 가능한 위험으로 착각하게 된다면 예측은 실패하게 된다.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도산이나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그러한 사례다. 주식시장에서도 수익률은 이론적인 정규 분포를 따르지 않고, 극단적인 하락은 우리의 예측을 넘어서 꽤 자주 발생한다.

내년은 세계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계 경제가 고성장 국면을 벗어나면서 주식의 매력은 떨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모멘텀이 약화되는 가운데 유동성이 회수되는 흐름은 잠재적인 리스크를 부각시켜 자산가격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 신흥국 부채 위기 등은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 ‘패시브 투자’(시장 수익률 추종) 수단과 시스템 운용 전략이 확산되고 있는 자산운용업의 변화는 기술적 요인에 의한 급등락 가능성도 키우고 있다. 이는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기계적인 매도를 통해 자산 가격을 떨어뜨리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 정성적 분석에 따른 예측은 실패하고 이벤트에 앞선 사전적인 대응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2019년은 자산 시장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면서 투자 기회를 엿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우리가 가진 경험적 예측의 한계를 인식하고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시장 지표 등락에 따른 단기적인 대응보다는 중기적인 전략 목표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극단적인 가격 하락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정현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
#불확실성 커진 시장#예측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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