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가 미래다]미국 장애인기관과 파트너십 맺어, 3년만에 까다로운 조달시장 진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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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인터내셔널

한 해외 전시회에서 바이어를 만나 상담하는 이해수 형제인터내셔널 대표(왼쪽).형제인터내셔널 제공
한 해외 전시회에서 바이어를 만나 상담하는 이해수 형제인터내셔널 대표(왼쪽).형제인터내셔널 제공
대구에서 56년간 산업용 장갑을 제조해오고 있는 ㈜형제인터내셔널은 이달 말 미국으로 4만 달러(약 4560만 원)어치 첫 번째 선적을 앞두고 있다. 미국 정부조달 시장의 문을 두드린 지 3년 만에 드디어 이 시장에 진출하게 된 것이다. 형제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47억 원의 매출을 올린 중견기업이다.

미국 연방정부는 2014년 기준으로 4000억 달러(약 456조 원)어치를 구매한 세계 최대의 단일 바이어다. 형제인터내셔널은 2013년 KOTRA가 진행한 ‘미국 정부조달 선도기업 육성사업’에 참여해 미국 정부를 대상으로 한 조달을 준비했다. 그러나 인지도가 문제였다. 국내에선 높은 품질과 기술을 인정받은 기업이지만 미국 내 인지도는 턱없이 낮았기 때문이다. 한번 진출한 기업이 물건을 계속 납품할 정도로 보수적인 미국 정부조달 시장의 특성은 형제인터내셔널엔 너무나 큰 진입장벽으로 다가왔다.

이 때문에 KOTRA와 함께 생각해낸 방법이 미국 장애인 고용 우대 프로그램인 ‘어빌리티 원(Ability One)’이었다. 미국 연방정부는 조달에 있어 중소기업, 장애인, 소수인종 등에 기회의 우선권을 보장하는데, 어빌리티 원은 그중에서도 시각·중증장애인이 생산한 제품과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구매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이 프로그램으로 이뤄지는 조달 규모는 한 해 약 25억 달러에 이른다.

형제인터내셔널은 장애인 기업이 아니지만, 미국의 한 장애인 기관과 파트너십을 맺어 어빌리티 원의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형제인터내셔널이 국내에서 생산한 산업용 장갑의 반제품을 미국으로 보내면 파트너사는 포장 등 마무리 작업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한연희 KOTRA 공공조달팀장은 “형제인터내셔널은 파트너사의 실적과 평판을 바탕으로 인지도 문제를 극복해 조달 시장에 진출하고, 파트너사는 장애인의 고용 창출을 이룰 수 있어 ‘윈윈’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형제인터내셔널의 장갑은 파트너사의 주거래 기관인 미국 국방부와 연방항공국(FAA) 등에 납품될 예정이다.

형제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미국 정부조달 시장에 이제 막 진출했지만 생산하고 있는 제품이 미국 연방정부의 조달등록 자격인 ‘GSA’를 취득해 품질은 자신이 있다”며 “앞으로 미국 정부의 다양한 기관으로 조달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종건 KOTRA 워싱턴무역관장은 “해외 기업으로서는 미국 정부로 직접 조달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현지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간접조달을 하거나, 소수자·중소기업 우대정책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조달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미국#장애인기관#형제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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