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면 문 닫던 시장골목이 ‘불금’ 야시장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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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명소로 진화하는 전통시장]<2> 천안 남산중앙시장

충남 천안시 남산중앙시장은 9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천안 최고(最古) 시장이다. 매주 금, 토요일에는 빛너울 야시장(아래쪽 
사진)이 열려 젊은 고객이 몰린다. 야시장은 11월 25일까지 계속된다. 천안=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충남 천안시 남산중앙시장은 9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천안 최고(最古) 시장이다. 매주 금, 토요일에는 빛너울 야시장(아래쪽 사진)이 열려 젊은 고객이 몰린다. 야시장은 11월 25일까지 계속된다. 천안=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호떡 세 개만 줘요.”

“1000원입니다!”

27일 오전 충남 천안시 남산중앙시장 입구의 호떡가게가 사람들로 붐볐다. 27년 동안 이 시장 입구를 지켜 온 전통 있는 가게다. 가격까지 저렴해 단골이 많다. 가게를 지키고 있던 김민옥 씨(44)는 빠른 손놀림으로 호떡을 부쳤다. 김 씨는 어머니의 뒤를 이어 오빠와 함께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김 씨는 “주말에 야시장이 열리면 고객이 늘어난다. 그땐 늦게까지 가게를 열기도 한다”고 말했다.

천안 남산중앙시장은 9월 8일∼11월 25일까지 매주 금, 토요일 오후 6∼11시에 ‘빛너울 야시장’을 운영한다. 김 씨를 포함한 300여 점포 시장 상인들은 원래 오후 6시면 문을 닫았다. 하지만 야시장이 열리고부터 오후 7, 8시까지 ‘연장영업’을 하는 이가 늘었다.

남상균 남산중앙시장 상인회 부회장은 “야시장이 열리고 젊은 사람들이 좀 오니까 시장 상인들도 관심이 많아졌다. 매출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일단 새 고객들이 오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천안 남산중앙시장은 올해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운영하는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 주말 야시장은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의 일환이다.

사실 남산중앙시장은 다른 전통시장에 비해 비교적 장사가 되는 곳으로 통한다. 천안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으로 9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다른 전통시장처럼 대형마트와 온라인쇼핑몰에 고객을 빼앗겼지만 단골은 꾸준한 편이다. 인근 산업단지에서 오는 외국인 고객도 적지 않다. 440m이르는 시장 중앙통로, 인근에 붙어 있는 천일시장 중앙시장까지 합하면 상점 수가 550여 개에 이른다. 10여 년 전에 천장에 아케이드를 설치해 비가 와도 걱정이 없다.

그래서인지 27일 오전에 찾은 시장은 한가한 시간대임에도 장바구니를 들고 온 고객들로 시장이 북적였다. 한 80대 할머니는 속옷 가게에서 대뜸 “지난번 샀던 팬티를 달라”고 했다. 사장은 더 묻지 않고 웃으며 물건을 내놓았다. 임이원 남산중앙시장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 팀장은 “전국의 다른 시장에 비해 남산중앙시장은 꾸준히 고객이 몰리는 활기찬 시장”이라고 말했다.

활기찬 편에 속하는 시장임에도 고민은 있었다. 바로 손님 대다수가 40대 이상이라는 점이다. 시장 상인회가 정부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에 지원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육성사업에 선정되면서 남산중앙시장은 올해부터 3년간 약 16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게 됐다. 시장 상인들과 사업단은 야시장을 떠올렸다. 놀거리 먹을거리를 찾는 가족단위 고객에게 즐길 장소를 제공하면 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릴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시장 중앙통로 북쪽 끝 상설무대 주변에 먹을거리 노점을 놓기로 했다. 노점 15개가 금, 토요일 오후면 등장한다. ‘큐브 스테이크’ ‘뉴욕식 핫도그’ ‘바게트 버거’ 등 시장에 없는 메뉴가 생기니 천안 지역에 입소문이 났다. 상설무대에서는 브레이크댄스와 디제잉 등의 볼거리도 제공한다. 사업단 측은 야시장을 하루 평균 4000여 명이 찾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상인들의 관심도 높다. 35년 동안 남산중앙시장에 자리 잡은 ‘서산순대’ 조항민 씨(25)는 “부모님을 돕기 시작한 지 거의 4년 됐다. 시장에 20, 30대 젊은 사람을 보기가 어려웠는데 확실히 야시장이 열리면 젊은 사람이 많아지는 걸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어머니와 ‘금산인삼도매집’을 운영하는 김진광 씨(33)는 “야시장을 열고 확실히 젊은층이 늘었다. 다만 실질적으로 매출로 연계할 수 있는 방안도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시장상인회와 사업단은 야시장 외에 ‘대표상품 프로젝트’도 고민하고 있다. 남산중앙시장만의 명물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구매하게끔 해보자는 취지다. 아이템은 천안의 명물 ‘호두과자’로 정했다. 임 팀장은 “호두과자 재료를 모두 남산중앙시장에서 구해 만들고 고객이 만드는 과정을 체험하거나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족단위 고객을 끌기 위한 ‘쿠키 만들기’ 같은 체험형 프로젝트도 도입할 계획이다.

‘야시장 업그레이드’ 전략도 마련돼 있다. 눈비를 피할 수 있게 도와주던 시장의 지붕, 아케이드가 11월부터 영상 상영관으로 바뀐다. 빔프로젝트를 설치해 사계절 자연을 표현한 영상, 시장 홍보영상 등이 펼쳐질 계획이다.

남산중앙시장상인회는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과 함께 시장 환경 개선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10년이 넘은 아케이드를 보수 정비해야 하는 데다 상인, 고객 모두 주차에 불만이 많다. 시장 주변 3개 주차장에 200여 대를 세울 수 있지만 턱없이 모자란다는 게 시장 상인들의 불만이다. 남 부회장은 “천안시와 주차타워 건설을 논의 중이다. 주변 시장과의 통합도 추진하고 있다.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생각에 상인들이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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