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비키니]걱정 많은 사람이 머리가 좋다? 진실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0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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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대학 캠퍼스에서 걱정에 잠겨 있는 학생.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서울 시내 한 대학 캠퍼스에서 걱정에 잠겨 있는 학생.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혹시 걱정이 너무 많아 걱정이십니까? 그렇다면 적어도 걱정이 너무 많아서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걱정이 너무 많다는 건 ‘머리가 좋다’는 뜻일지 모르니까요. 그러니까 ‘걱정도 팔자’일 뿐 아니라 ‘걱정도 지능’이기도 한 겁니다.

정말입니다.
미국 뉴욕주립대 다운스테이트 메디컬센터 제레미 코플란 교수 연구진은 범불안장애(GAD·Generalized Anxiety Disorder)를 앓고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지능지수(IQ) 검사와 걱정지수(?) 검사를 실시했는데요. 걱정지수는 미국 펜실베니아 대 걱정 설문(PSWQ·the Penn State Worry Questionnaire) 조사를 통해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99% 신뢰 수준에서 IQ와 PSWQ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쉽게 말하면 걱정이 많을수록 IQ가 높은 경향이 있었다는 뜻이고, 뒤집어 말하면 IQ 높을수록 걱정이 많은 경향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이건 왜일까요?
코플란 교수는 “사람들은 흔히 걱정이 너무 많은 건 부정적으로 보고 지능이 높은 건 긍정적으로 보지만 걱정이 사실 우리를 위험한 상황으로부터 보호해 준다”며 “걱정이 많은 사람은 ‘그렇게 위험한 일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덕에 생존률이 높다. 걱정이 많은 게 생존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걱정이 지능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똑똑이’ 가운데 돈 버는 데는 영 재주가 없는 이들이 많은 이유도 여기서 이유를 찾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큰 돈을 만지려면 위험 부담을 이겨내야 하는데 똑똑한 사람은 이런 위험을 피하려 할 테니까요.

실제로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제이 자고르스키 박사가 베이비붐 세대(1946~64년 출생) 74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IQ와 가처분소득 사이에서 뚜렷한 상관관계를 찾지 못했습니다.


자고르스키 박사는 “한마디로 똑똑한 것과 부자가 되는 것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봐도 좋다. 교수 중에는 아주 똑똑한 사람이 많다. 하지만 전 세계를 막론하고 대학교 교직원 주차장에 (최고급 차량인) 롤스로이스나 포르쉐가 즐비하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적어도 돈에 관해서는 지능이 낮다고 핸디캡을 안고 있는 것도 아니고 똑똑하다고 어드밴티지를 보유한 것이 아니다”고 했습니다.

주의하셔야 할 건 이번에는 IQ와 수입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똑똑해서 돈이 없는 게 아니라 그냥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겁니다. 돈이 없는 이유를 ‘내가 똑똑해서…’라고 생각하시면 똑똑한 게 아닙니다.

걱정 가운데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많을 수 있지만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그러니 ‘사실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는데 내 돈이 부족할 뿐’이라며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 걱정이 행복을 여러분 곁에서 한 걸음 더 내쫓을 테니까요.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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