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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비키니]남자는 ○○할 때만 자기보다 잘난 여자에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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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비키니]남자는 ○○할 때만 자기보다 잘난 여자에 끌린다?

황규인 기자 입력 2017-11-01 18:17수정 2017-11-0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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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짜’에서 ‘이대 나온 여자’ 정 마담을 연기한 배우 김혜수 씨. 사진 동아일보DB


“남자들은 왜 자기보다 잘난 여자를 싫어하나요?”

인터넷 커뮤니티 같은 곳에 이런 궁금증이 올라오는 건 별로 드물지 않은 일. 구글에서 ‘자기보다 잘난 여자’로 찾아보면 검색 결과가 약 36만5000개가 나옵니다. 정말 남자들은 자기보다 잘난 여자를 싫어할까요?

물론 꼭 그런 건 아닙니다. 한 결혼정보회사는 올해 5월 전국 미혼 남녀 594명(남녀 각 297명)에게 ‘결혼 후 아내의 수입이 남편보다 더 많으면 어떤 생각이 들까’를 설문조사해 발표했습니다. 그 결과 남성 응답자 45.8%가 ‘자랑스러울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자존심 상한다’는 답변은 21.5%에 그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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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 여성 예상은 반대였습니다. ‘남자가 자존심 상할 것’이라고 예상한 비율이 63.3%가 나왔고, 이런 현상을 자연스럽다고 생각한 건 아예 제로(0)였습니다.

이 결과만 놓고 보면 남성들은 실제로 자기보다 잘난 여성을 싫어하지 않는데, 여성들이 그렇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아닙니다. 그렇다고 이 조사 결과가 틀렸다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남성 두뇌는 저렇게 물어보면 저렇게 답하도록 프로그래밍이 돼 있거든요. 요컨대 남성은 ‘상상할 때는’ 자기보다 잘난 여자를 매력적이라고 느낍니다.

남자가 언제 자기보다 똑똑한 여자에게 매력을 느끼는지 실험한 논문 표지


미국 버팔로대, 캘리포니아루터대, 텍사스오스틴대 공동 연구진은 남성이 자기보다 지적으로 뛰어난 여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려고 여러 심리학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첫 번째 실험은 남성 대학생 105명(평균 19.3세)에게 자기보다 수학 영어 실력이 높거나 낮은 같은 학교 여학생과 데이트하는 상황을 미리 만든 시나리오에 따라 ‘상상’하도록 하는 것. 그리고 나서 이 여학생과 실제로 데이트할 의사가 있는지 1(전혀 없다)~7(매우 많다)점 사이로 대답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자기보다 점수가 높은 여학생과 실제로 데이트 하고 싶다는 의견이 5.21점으로 더 높았습니다.




이게 실험 결과가 제가 위에 “남성은 ‘상상할 때는’ 자기보다 잘난 여자를 매력적이라고 느낀다”고 쓴 근거입니다.

이제 남학생들이 실제로 여학생을 만날 차례. 이번 실험에는 평균 나이 18.8세인 남학생 90명이 참가했습니다. 이 남학생들은 ‘대인 관계 태도 연구(Study of Interpersonal Attitudes)’ 실험에 참가하면 심리학 수업 학점을 따게 된다고 소개 받은 상태입니다.

실험 참가자 한 명이 연구실에 도착해 자리를 잡고 나면 곧 노크 소리가 들립니다. 이어서 여학생 등장. 연구진은 여학생에게 남학생 옆자리에 앉으라고 합니다. 여학생이 앉고 나면 연구진은 이 실험이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먼저 미국 대학원입학시험(GRE)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소개합니다.

본문과는 별 관계가 없는 미국 남녀 대학생 사진.


그런 뒤 연구원이 ‘시험지를 가져오겠다’며 자리를 비우면 여학생이 자기는 이 동네에서 자란, 현재 남자친구가 없는 18세 1학년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합니다. 시험지가 도착하면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시험 문제를 풉니다. 그 동안 연구원은 의자 하나를 가져다 교탁 앞에 놓았습니다.

시험 시간이 끝나고 연구원이 ‘채점을 해오겠다’며 시험지를 들고 나갑니다. 그리고 나면 여학생은 ‘몇 학년이에요?’, ‘고향이 어디에요?’ 등을 친근하게 물어봅니다. 물론 이렇게 하도록 미리 지시를 받은 것.

낯선 여학생과 일상적인 대화 몇 마디를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사랑이 싹트던 그 시절을 기억하십니까. KBS2 연속극 ‘고백부부’에 최반도(손호준 분)의 첫사랑인 무용과 여학생 민서영(고보결 분). KBS 화면 캡처


대화가 무르익을 즈음 연구원이 시험지 맨 위에 점수가 잘 보이도록 빨간 글씨로 서서 들고 옵니다. 남학생은 실제 결과에 관계없이 무조건 20점 만점에 12점을 받습니다. 여학생은 6점을 받을 때도 있고, 18점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자기보다 점수가 높은 여성과 낮은 여성을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연구원은 일부러 여학생 점수를 큰 소리를 발표합니다. 남학생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리고 나서 연구원은 남학생에게 ‘다음 단계를 진행하려면 둘이 나란히 보고 앉아야 하니 의자를 앞으로 좀 가져와 달라’고 부탁합니다. 이게 진짜 실험입니다. 남학생이 의자를 어디에 놓았는지 몰래 측정했더니, 여학생이 점수가 낮을 때 남학생이 의자를 3.55인치(약 9㎝) 더 가까이 붙였습니다. 당연히 상대에게 매력을 느낄수록 의자를 더 가까이 붙였겠죠?




실제로 이 실험에서는 남학생들에게 역시 1~7점 사이로 여학생 매력을 평가해달라는 질문도 던졌는데요, 성적은 낮은 여학생이 평균 5.46점을 받을 때 성적이 높은 여학생은 이보다 0.34점 낮은 5.12점에 그쳤습니다. 확실히 남자는 자기보다 잘난 여자를 선호하지 않습니다.

또 이 실험에서 제일 이상한 곳을 꼽으라는 질문에도 여학생이 점수가 낮을 때는 ‘(매력적인) 이 여성도 실험 멤버인 것 같다’는 답변을 골랐는데, 여학생 점수가 높을 때는 ‘내 점수가 잘못된 것 같다’는 답변을 제일 많이 골랐습니다.

KBS 주말 연속극 ‘아빠가 너무해’에서 골드미스 캐릭터 변혜영을 연기했던 배우 이유리 씨. KBS 화면 캡처


여기서 잠깐!

남학생이 자기보다 성적이 뛰어난 여학생을 ‘덜 선호하는’ 건 사실이지만, 남학생은 데이트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모두 1~7점이 기준이었으니까 가운데는 4점. 점수가 낮은 여학생을 덜 선호했던 때는 4.69점이었고, 점수가 높은 여학생을 덜 선호했을 때도 5.12점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남학생이 속마음 깊숙한 곳까지 ‘쟤랑은 정말 데이트 한번도 하기 싫다’고 생각하는 여학생은 (없지 않다면) 진짜 드문 겁니다.

그러니 ‘참 못 난 남자’를 짝사랑하고 계신 ‘알파걸’ 여러분 모두 조금 더 기운 내세요. 지금 ‘열폭’(열등감 폭발) 중인 그 ‘쪼다’가 정신 좀 차리면 여러분 마음 알아주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남성 여러분, 저도 남자지만, 우리 참 속 좁다. 그렇죠?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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