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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빈 기자의 세상만車]엔진의 시대에서 경험의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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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빈 기자의 세상만車]엔진의 시대에서 경험의 시대로

석동빈 기자 입력 2017-03-30 03:00수정 2017-03-30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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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의 대표 차종 ‘팬텀’은 고전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이를 통해 롤스로이스만의 독특한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 냈다. 롤스로이스 제공
석동빈 기자
여러분은 자동차를 떠올리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엔진음, 운전, 교통체증, 브랜드, 디자인, 레저, 여행, 속도감, 주차, 고장, 사고, 정비….

그렇다면 이런 단어들은 어떤가요. TV, 영화, 게임, 쇼핑, 독서, 데이트, 식사, 휴식, 수면, 배달, 공유, 충전….

지금은 연관성이 적어 보이지만 앞으로 20년 뒤에는 자동차를 연상하면 이런 단어가 떠오르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운전대와 페달조차 사라진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가 보편화하면 자동차에 대한 개념 자체가 바뀔 것이기 때문이죠.


현재 우리가 타고 있는 자동차는 ‘엔진의 시대’에 만들어진 기계입니다. 엔지니어링이 자동차의 근간이죠. 성능 높은 엔진과 변속기를 개발해서 구조적으로 균형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4개의 바퀴 안에 배치하고 이를 조작하기 위한 스티어링 시스템을 바퀴와 연결했습니다. 엔지니어링의 완결성을 먼저 갖춘 뒤에 운전자와 탑승자들이 탈 공간을 배치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엔진의 발명과 함께 자동차가 탄생하면서 자연스럽게 자동차 제작의 주도권은 엔지니어에게 주어졌고, 1800년대 말에 설계된 자동차 구조가 사실상 기본적인 변화 없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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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와 시동키, 와이퍼와 방향지시등 레버, 다양한 작동 스위치와 버튼들은 1950년대부터 지금의 형태로 굳어져 익숙하게 됐죠. 이렇게 제품과 사람이 만나 작동하고 교감하게 되는 접점을 ‘사용자환경(UI·User Interface)’이라고 합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자신들이 자동차를 처음 만들고 기준을 세웠다는 자존감 때문에 다른 브랜드와는 조금 다른 방식의 UI를 구사해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시트 조절 버튼이 시트 아래에 붙어 있지 않고 도어에 있습니다. 또 크루즈컨트롤 레버가 일반 자동차의 방향지시등 레버 자리에 있고, 방향지시등 레버는 그보다 훨씬 아래쪽에 자리 잡았죠.

그래서 벤츠를 처음 타는 운전자들은 방향지시등을 작동시키려다 크루즈컨트롤을 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벤츠를 자주 타왔던 부자들에겐 큰 문제가 없었지만 고객층이 중산층까지 넓어지면서 처음 벤츠를 접한 운전자들의 불만이 빗발치자 결국 고집을 꺾고 2013년부터 다른 브랜드와 같은 위치로 바꿨습니다.

자동차 회사들은 과거에는 엔지니어링 위주의 공급자 마인드여서 UI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었지만 2000년대에 전자화가 급속히 진행되자 독일 브랜드를 중심으로 UI 경쟁이 붙었습니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BMW는 2002년 7시리즈에 ‘iDrive’라는 혁신적인 전자식 UI를 적용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이어 벤츠와 아우디가 이와 비슷한 UI 시스템을 만들어내면서 이제는 독일차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이런 UI 제품의 사용 횟수가 축적되면 사용자경험(UX·User Experience)이 탄생합니다. UX는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축적하게 되는 지식과 감정, 행동의 총체적 경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라는 제품을 떠올리면 앞에서 말한 전통적인 그런 개념들이 생각나는 식이죠.

그런데 자율주행 자동차는 기존 엔진의 시대에 만들어진 자동차가 쌓아왔던 UI와 UX가 대부분 소멸되고 새로운 개념으로 재탄생할 것이 확실시됩니다. 자동차가 이동수단이라는 기본 개념을 바탕으로 네이버나 구글, 아이폰 같은 일종의 산업·미디어 플랫폼이 되는 것이죠.

자율주행 자동차를 타고 출근하면서 부족한 잠을 자거나 독서를 할 수도 있고, 유리창이 멀티미디어 스크린 역할을 해 대형 화면으로 TV 시청이나 영화 감상도 가능합니다. 거실이 자동차로 옮겨왔다고 보면 됩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주차도 알아서 하기 때문에 귀찮은 일도 줄어듭니다. 배달이 되지 않는 식당에 차를 보내 음식을 혼자서 싣고 오게 하는 일도 가능해지겠죠. 고도의 인공지능과 결합된 자율주행 자동차는 이동수단, 주거공간, 비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신생 플랫폼이 될 자동차에 최적화된 UI·UX를 어떤 사업자가 먼저 개발해 시장을 선도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지형은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새로운 UI·UX는 인내심이 부족한 소비자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쉬우면서 동시에 신선함도 느끼게 하는 균형성을 갖춰야 합니다. 게다가 차 안에서 쇼핑과 여행 등 다양한 예약 등을 하려면 외부와의 연결성도 높아야 합니다.

한국은 애플과 구글, 유튜브 같은 초고부가가치 플랫폼 비즈니스를 놓친 경험이 있습니다. 엔진의 시대를 벗어나 새로운 경험의 시대로 진입하는 자동차를 위한 준비는 잘들 하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자동차#엔진#자율주행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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