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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빈 기자의 세상만車]자동차 급발진의 진실과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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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빈 기자의 세상만車]자동차 급발진의 진실과 거짓

석동빈 기자 입력 2017-02-16 03:00수정 2017-02-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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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5000’은 기술적으로 우수한 자동차였지만 1986년 미국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로 조기 단종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 사고는 이후 운전자의 실수로 결론이 났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석동빈 기자
최근 탤런트 손지창 씨가 운전하던 전기차 테슬라 ‘모델X’의 급발진 의심 사고를 계기로 유사 사고 여러 건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회자되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급발진 의심 사고는 거의 매년 이슈를 모으며 반복됩니다. 지난해는 부산에서 일어난 ‘싼타페’ 급발진 의심 사고로 일가족이 숨진 사건과 경찰의 처리 결과가 국민의 분노를 샀죠.

1937년 미국 뷰익에서 첫 자동변속기 자동차가 나온 이후 지난 80년간 운전자들은 급발진이라는 ‘도깨비’에게 시달려 왔지만 원인은 추정만 할 뿐 명쾌한 과학적 규명과 재현에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급발진 의심 사고 중 일부는 운전자가 대처하기 힘든 사례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오조작이나 대응 미숙이 원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발진이라는 의제를 이끌고 있는 단체나 전문가들은 소비자 권익을 주장하는 선명성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이유로 인적 오류에 대해서는 말하기를 꺼립니다. 산업 안전 분야에서는 인적 오류를 중요한 사고의 원인으로 다루고 있고, 확률까지 계산해서 방지책을 마련합니다.


영국의 심리학자 제임스 리즌은 인적 오류를 주의 부족, 건망증, 착오, 위반 등 네 가지로 분류하고 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가속페달을 브레이크페달로 착각하는 행위를 꼽았습니다. 현실적으로 정말 필요한 것은 지난 30년간 파헤쳐도 드러나지 않는 사고 원인 분석보다 자동차 급발진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리는 캠페인이나 운전면허 교육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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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급발진이 크게 이슈가 된 첫 사건은 1986년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 발생했습니다. 한 여성 운전자가 ‘아우디 5000’을 차고에서 꺼내던 중 급발진 의심 사고가 일어나 여섯 살 아들이 숨지면서 미국 전역이 들썩였습니다. 문제가 커지자 경찰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조사에 나섰지만 결론은 운전자의 실수였습니다. 가속페달을 브레이크페달로 착각해서 밟았다는 것입니다. 미국 법원도 이를 인정했지만 민심은 이를 쉽게 믿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고가 무의미하지는 않았습니다. 아우디 5000의 가속페달과 브레이크페달의 간격이 다른 차종보다 좁아서 오작동하기가 쉽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또 이를 계기로 브레이크페달과 가속페달 간격이 조금 멀어지게 됐고, 브레이크페달의 크기는 더욱 커졌습니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자동변속기 변속 레버가 주차(P)에서 빠지지 않도록 하는 시프트 록(Shift Lock)도 적용됐습니다. 시프트 록이 도입되면서 급발진 의심 사고는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이후 30여 년간 세계적으로 다양한 전문가와 기관이 자동차 급발진을 규명하려고 시도했지만 ‘브레이크를 밟아도 차가 전속력 질주하거나 미친 듯이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는 현상’을 재현하지는 못했습니다. 전자파와 전류 불안정을 일부러 일으키는 방법으로 가속이 저절로 이뤄지는 현상을 만들기는 했지만 브레이크를 밟자 차는 바로 정지해 버렸습니다.

또 급발진이 발생하면 브레이크까지 먹통이 된다는 주장은 과학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측면이 많습니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인 모터트렌드에서 급발진할 때 브레이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테스트했습니다. 각 브랜드 중형 승용차의 가속페달을 끝까지 계속 밟고 있는 상태에서 시속 96km까지 속도를 높인 뒤 브레이크를 끝까지 밟자 모두 38∼43m 사이에 정지했습니다. 매트에 의해 가속페달이 눌려지거나 전자적인 오류로 급가속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브레이크만 끝까지 잘 밟으면 자동차가 정지한다는 뜻입니다.

브레이크의 힘은 보통 엔진 출력의 3배 정도로 설계가 됩니다. 특히 브레이크 작동 과정은 기계적이고 물리적이어서 급발진 순간에만 작동이 안 됐다가 사고가 난 뒤 멀쩡하게 다시 작동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힘듭니다.

정말 전자파 교란이나 전자 장비의 설계·조립 오류로 급발진이 일어나더라도 클러치 페달로 수동변속기 모델의 동력을 끊어 버리는 것처럼 변속기 레버를 중립(N)으로 재빠르게 움직이고 정확히 브레이크를 끝까지 밟으면 급발진 사고의 99%는 막을 수 있습니다. 운전자 스스로 평소에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동시에 변속기를 중립(N)으로 움직이는 연습과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 두지 않으면 돌발 상황에서는 당황해서 대처하기 힘듭니다. 볼이 너무 넓은 신발을 신으면 가속페달과 브레이크페달이 동시에 밟힐 수 있으니 유의하고, 매트가 밀리면서 가속페달을 누르지 않도록 견고하게 고정해 두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준비한다면 막을 수 있습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자동차 급발진#테슬라#아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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