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사막 한복판서 새우 키워…양식의 상식을 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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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양식업, 한국경제 새 먹거리]<9>‘기르는 어업’시대 여는 수산과학원

 양질의 수산 식량 확보를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세계 각국의 수산정책은 더 이상 ‘잡는 어업’에 머물지 않고 ‘기르는 어업’에 집중되고 있다. 한국의 양식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중심에는 국립수산과학원이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최근 명태 완전 양식에 성공했다. 세계 최초다. 또 사하라 사막에서 새우를 양식하는 쾌거도 이뤘다.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양식빌딩’ 개발에 성공하는 등 수산의 미래를 바꿔 나가고 있다.
 

▼ 사하라 사막 한복판서 새우 키워… 양식의 상식을 깨다 ▼

10월 말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국제수산무역엑스포를 찾은 관람객이 국립수산과학원이 전시한 빌딩 양식 수조를 둘러보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10월 말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국제수산무역엑스포를 찾은 관람객이 국립수산과학원이 전시한 빌딩 양식 수조를 둘러보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수족관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양식장이라니 정말 신기합니다.”

 지난달 27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 ‘2016 부산국제수산무역엑스포’를 찾은 관람객들이 국립수산과학원이 전시한 미래형 빌딩 양식 수조를 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했다. 한 주부는 “대체 밀폐된 공간에서 어떻게 양식이 가능한지 궁금하다”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전시용으로 준비한 것이어서 현재 실험 중인 수조보다 크기가 좀 작긴 하지만 실제 이처럼 밀폐된 구조에서 새우, 메기 등을 양식하는 데 성공했다”라며 “빌딩 양식 시스템을 상용화하면 지역의 한계를 벗어나 도심지 등 바다와 인접하지 않은 곳에서도 수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시대를 맞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충남 태안군의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친환경 양식연구센터. 이곳에선 바이오플록 기술을 이용해 친환경 새우 양식을 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충남 태안군의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친환경 양식연구센터. 이곳에선 바이오플록 기술을 이용해 친환경 새우 양식을 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지난해 9월 인천시 서해수산연구소에서는 이색 행사가 열렸다. 바로 수산과학원이 빌딩 양식 수조에서 처음 기른 수산물을 시식하는 행사였다. 밥상에 오른 매운탕과 찜에 이용된 메기는 어린 고기(22.8g)를 5개월 동안 키워 약 200g짜리로 성장시킨 것이었고, 새우는 마리당 무게가 0.04g인 것을 6개월 동안 약 20g으로 키운 것이었다. 이날 행사에서 단연 눈길을 끈 용어는 바이오플록(biofloc) 기술이다. 바이오플록은 미생물 등을 활용해 양식 수조 내 오염 물질을 정화해 물을 재사용하는 기술이다. 일반 양식장의 경우 끊임없이 물을 갈아 줘야 하지만 이 기술을 쓰면 자연 증발된 물을 제외하고 99% 재사용할 수 있다. 수산과학원은 이 기술을 적용해 친환경 빌딩 양식 수조를 만들었다. 강이나 해안이 아닌 도시의 건물에서 수산물을 양식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것은 생물 사육조, 수질 자동 모니터링, 원격 자동 먹이 공급 장치 등을 갖춰 어류 양식뿐만 아니라 상품 가치가 높은 식물까지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미래형 양식 기술이다. 서해수산연구소는 올해 시험 연구에서 담수를 이용해 새우, 동자개, 메기를 양식하는 것과 동시에 양식에 사용된 물을 이용해 상추, 아욱, 치커리, 쑥갓, 토마토 등 다양한 식물을 키우는 데에도 성공했다.  바이오플록 기술은 지난달 또 하나의 ‘기적’을 낳았다. 세계 최초로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 새우를 대량 양식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수산과학원은 2011년부터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공동으로 ‘사하라 새우 양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난해 8월 알제리 중북부 와글라 주에 10만 m² 규모의 새우 양식장을 완공했고 수산과학원이 양식 기술 이전과 현지 인력 교육 등을 전담했다. 양식에 필요한 물은 사막 지하 100m까지 관정을 뚫고 지하수를 끌어올렸다. 알제리 정부는 이 프로젝트 성공을 계기로 2025년까지 사막 지대에서 지하수가 흐르는 100여 곳에 양식장을 세울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수산과학원은 명태 덕분에 대중의 큰 관심을 받았다. 과거 ‘국민 생선’으로 불렸던 명태는 2000년대 들어 수온 상승과 명태 새끼인 노가리 남획으로 어획량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2008년에는 연근해에서 잡힌 명태가 1t에도 미치지 못했고, 이후로 지금까지 연근해 어획량은 1∼2t 수준에 그치고 있다.

 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는 2014년 해양수산부가 펼친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의 핵심 연구 시설이었다. 어려움이 클 것이라는 당초 우려와 달리 연구진은 프로젝트 2년 만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명태 완전 양식 기술에 성공했다. 완전 양식 기술이란 인공적으로 수정란을 생산·부화시켜 키운 어린 명태를 어미로 키워서 다시 수정란을 생산하는 순환 체계가 구축되는 것을 의미한다. 강준석 수산과학원장은 1일 “완전 양식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의 벅찬 감동이 아직 생생하다”라고 말했다.

 수산과학원은 건강한 어미 명태를 구하기 위해 현상금까지 걸어 가면서 연구를 시작했다. 수차례 실패 끝에 어미 명태로부터 알을 받고 부화시키는 데까지 성공했지만 끝이 아니었다. 찬물에서 사는 명태의 생태적 특성 때문에 알에서 갓 부화한 어린 고기에게 먹일 만한 생물이 없어 굶겨 죽이기를 반복했다. 이에 저수온에서도 살아 있는 먹이 생물 배양 기술을 개발해 어린 명태까지 성장시켰다.

 그런데 또 난관이 있었다. 본격적인 성어로 성장시키기 위해 필요한 배합 사료를 구하지 못한 것이다. 연구팀은 성장 단계별로 고효율 배합 사료를 개발해 공급함으로써 생존율도 높였다. 마침내 완전 양식에 성공한 것이다.  이 밖에도 수산과학원은 올해 수산생물 세균성 질병 12종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유전자 진단 키트와 양식 생물 주요 전염병을 10분 내로 신속 정확하게 검사할 수 있는 장비도 개발하는 등 양식 기술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수산과학원은 지난달 열린 해양수산 분야 정부 3.0 우수 사례 경진대회에서 ‘수산물 소비 확대를 위한 건강한 수산물 밥상 프로그램 운영’으로 최우수상을, ‘명태 완전 양식 기술 개발 및 체험 여행’으로 우수상을 받았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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