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낙관론만 편 유일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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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새 성장판 열어라]위기극복 이렇게
경제부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답변 고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답변 고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지 않고도 올해 정부의 경제성장률 목표치(연 3.1%)를 달성할 수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G2(미국 중국) 위험도가 한국 경제에 엄청난 어려움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 금리 인상 후폭풍, 중국 경기 침체와 증시 불안 등 연초부터 글로벌 경제가 요동치는 현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지나친 낙관론을 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또 구조 개혁을 강조하면서도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한 채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해 ‘알맹이가 없다’는 평가도 많았다.

유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해 “만성병 초기 상태”라고 표현하면서도 “1998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고 밝혔다. 국내외 주요 경제 연구기관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 이내로 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고 반박했다. 3600억 달러 안팎의 외환보유액에 대해서는 “적절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보유액을 일부러 늘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경제 운용 방향을 축구에 빗대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유 후보자는 “기본적으로 중원에서 조율하고, 필요하면 공격과 수비에 가담하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현 정부 후반기를 맞아 ‘관리형 경제팀’을 자임한 것이다. ‘초이노믹스’(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제 정책)를 답습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는 “초이노믹스를 계승하는 게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 부총리와 비교해 구체적인 정책 비전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3%대 달성을 위한 대책이나 가계부채, 구조 개혁 등의 문제를 풀 복안도 제시하지 못했다.

유 후보자는 미국 금리 인상으로 한국도 금리 인상 압력을 받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일본과 통화스와프를 재개하는 등의 대책을 생각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전체 근로자의 48%를 차지하는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을 축소해야 한다는 지적에는 “동의한다. 저소득층 면세자를 줄이면 누진세율 때문에 결국 고소득층이 세금을 더 많이 내게 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증세(增稅)에 나서야 할 때인지 묻는 질문에는 “증세는 최후의 수단이다. 아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배우자의 채무 문제로 불거진 연대보증 논란에 유 후보자는 “(제 사례가) 대표적인 폐해”라고 말했다. 유 후보자는 1996년 부인 등 3명과 함께 친인척의 사업에 연대보증을 섰다가 아파트와 예금을 채권추심당한 바 있다. 유 후보자는 “취임 후 연대보증 개선 사항을 살펴보겠다”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바꿀 수 있다면 정말 바꿀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취임 후 가장 먼저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묻자 유 후보자는 “수출 현장과 농어업 현장을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날 유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세종=이상훈 january@donga.com·손영일 기자
#경제낙관론#유일호#경제부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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