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OLED 거점으로…‘국가대표 산업단지’ 구미의 부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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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리스타트 다시 뛰는 기업들]<4>LG디스플레이의 미래 투자

경북 구미시는 ‘기업도시’다. 공단동 일원의 제1단지부터 현재 조성하고 있는 제5단지까지 총 5개 단지가 있다. 약 42만 명의 구미 인구의 25%인 10만2000여 명이 이 구미국가산업단지에 있는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10일 방문한 구미국가산업단지에는 약 반세기(47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가대표 산업단지답게 다양한 기업의 공장들이 있었다.

LG디스플레이 구미사업장은 전체 69만8000m²(약 21만1145평)의 넓이로 구미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여러 생산 공장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다. LG디스플레이는 올 7월 이곳에 1조500억 원 규모의 플라스틱 유기발광다이오드(P-OLED) 신규 설비 투자를 결정했다. KTX김천구미역에서 LG디스플레이 사업장까지 자동차로 약 30분간 이동하는 길 곳곳에 지역 사회단체가 내건 이번 투자결정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보였다.

○ 구미 첫 OLED 투자…지역경제 ‘가뭄에 단비’

LG디스플레이의 OLED 사업은 사운(社運)을 건 미래투자다. 기존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이 아직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미래 디스플레이 산업의 중심축은 더 깨끗한 화질과 보다 얇고 자유로운 디자인이 구현 가능한 OLED로 옮겨 갈 것으로 예상하고 선제적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7월 구미시와 양해각서(MOU)를 교환한 LG디스플레이는 건설비 1700억 원, 설비비 7800억 원, 예비비 1000억 원 등 2017년 상반기까지 총 1조500억 원을 들여 P-OLED 생산을 위한 신규 공장을 설립한다. 라인이 완공되면 월 2만 장 규모의 6세대(1500mm×1850mm) 패널 생산용량을 갖추게 된다.

지금은 그간 쓰지 않던 노후 설비를 P-OLED용 첨단 설비가 들어갈 수 있는 건물로 바꾸는 작업이 한창이다. P-OLED는 기존 OLED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 첨단 제품으로 기존 OLED에 쓰이는 유리 기판 대신 플라스틱을 사용해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다. 상상 속에서나 보던 ‘플렉시블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등이 주요 타깃이다. 이런 제품들은 OLED TV와 함께 LG디스플레이의 미래 핵심 먹을거리로 꼽힌다. 신영철 LG디스플레이 구미경영지원담당 상무는 “그동안 OLED 패널 생산은 대형 제품 위주로 경기 파주시 파주공장에 집중돼 왔지만 이번 투자로 구미에서도 OLED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미시는 이번 투자를 “가뭄에 단비”라며 반기고 있다. 최근 구미국가산업단지는 첨단 공단으로 탈바꿈하는 기로에 서 있다. 1980∼1990년대를 주름잡던 섬유기업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2000년대 들어 가장 매출과 고용규모가 큰 기존 전자산업도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사례가 생기면서 ‘노후 공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조금씩 나오고 있었다. 대기업의 대규모 신규 투자도 정체된 상황이었다.

김홍태 구미시 투자통상과장은 “이번 LG디스플레이의 투자는 구미시가 첨단 미래 산업을 대규모로 유치했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구미국가산업단지가 대기업의 차세대 제품 생산공장 부지로 낙점되면서 옛 명성을 먹고사는 노후화된 공단이라는 이미지를 벗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바이오, 신소재 등 신산업 관련 공장을 유치하는 데 LG디스플레이의 투자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 지역의 디스플레이 관련 전·후방 산업 활성화도 예상된다. 디스플레이 유리 기판이나 필름, 디스플레이 생산 장비 등을 제조하는 중소기업들이 OLED로의 변화에 발맞춰 소재와 생산방식을 바꾸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바텍 아바코 대명ENG 등 구미지역 내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사들은 신규 물량 수주를 기다리고 있다.

○ LG디스플레이와 구미시 인연 20주년…지역 내 고용 1위

올해는 LG디스플레이와 구미시 양쪽 모두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해다. 1995년 LG디스플레이의 전신인 LG전자 LCD사업부가 구미1공장에서 9.5인치 노트북PC용 LCD를 출하한 지 정확히 20년째다. 당시 LCD사업부의 매출은 15억 원에 불과했다. 샤프, 히타치, 도시바 등 시장을 주름잡았던 일본 기업들과는 천양지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003년 세계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사 1위로 성장할 때까지 구미는 LG디스플레이의 핵심 생산기지 역할을 해왔다. 이후 파주시에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클러스터를 구축하면서 투자 여력이 분산되긴 했지만 여전히 스마트폰, 태블릿PC용 제품 생산 대부분이 구미에서 이뤄지고 있다.

성장을 거듭하면서 LG디스플레이는 구미국가산업단지에서도 가장 많은 고용을 담당하는 기업이 됐다. 구미국가산업단지 전체 근로자 10만2000여 명 중 LG디스플레이 임직원이 1만4000여 명에 이른다. 경비와 청소, 제품포장, 세정공정 등 협력사 고용인원까지 포함하면 2만5000여 명이다. 전체 고용의 약 25%가 LG디스플레이의 투자로 발생된 셈이다. LG디스플레이 외에도 LG전자 LG이노텍 LG실트론 등 LG그룹 전자 계열사들도 구미에 공장을 두고 있다. 김 과장은 “‘구미는 LG의 도시’라는 시민들의 애정이 결코 과장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구미=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oled#산업단지#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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