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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기술 들고 직접 찾아가… 지역中企 500곳 맞춤형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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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기술 들고 직접 찾아가… 지역中企 500곳 맞춤형 지원

황태호기자 입력 2015-08-10 03:00수정 2015-08-1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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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노믹스 ‘마지막 골든타임’ 2부]
[‘창조 경제’ 현장을 가다]<4>LG그룹 충북혁신센터
충북 청주시 오창읍에 위치한 산업용 필름 제조사 세일하이텍 직원들이 LG화학의 특허 기술을 이용해 만든 2차전지용 스웰링 테이프를 살펴보고 있다. LG그룹 제공
7일 충북 청주시 오창읍 빛화산길의 세일하이텍 공장. 연푸른빛의 필름을 일정한 크기로 나누고 되감는 설비 가동이 한창이다. 이 필름은 LG화학이 만드는 원통형 2차전지에 외부 진동으로부터 제품을 보호하는 ‘스웰링(팽윤·물질이 용매를 흡수해 부푸는 현상) 테이프’로 쓰인다. 배터리 속에 투입되는 전해질을 흡수한 필름의 부피가 커지면서 전극을 단단히 고정하는 방식이다.

30년간 산업용 필름을 제조해 온 세일하이텍의 기존 주 수익원은 액정표시장치(LCD)에 쓰이는 백라이트유닛(BLU·액정 화면의 뒤에서 빛을 방출해 주는 역할을 하는 광원 장치)용 필름. 하지만 소자가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차세대 TV용 패널로 떠오르면서 BLU용 필름의 시장성이 불투명해졌다. 때마침 충북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문을 열면서 ‘특허 무상 개방’ 정책을 시작했고, 세일하이텍은 LG화학과 머리를 맞대 스웰링 테이프를 신규 사업으로 정하고 관련한 특허 실시권(특허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을 무상으로 제공받았다. 제조 수율(收率·원료투입량 대비 제품 산출량)을 처음의 73%에서 현재의 90%대로 높이는 데는 LG전자 생산기술원의 도움을 받았다.

세일하이텍의 남기현 영업부장은 “사업을 시작한 올해만 1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며 “2차전지 시장이 커지면서 새 먹을거리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더페이스샵’ 매장에서 충북 지역 중소기업 KPT와 LG생활건강이 공동 개발한 구슬 모양 캡슐형 화장품 ‘백삼 콜라겐 진주환’을 고객들이 체험해 보고 있다. LG그룹 제공
○ 지역 중소기업 해결사로 나선 충북 혁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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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문을 연 충북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역 중소·벤처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뚜렷한 목표를 정했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보육 지원에도 나서지만, 우선적으로는 이미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가진 문제를 풀어 주고 역량을 강화하는 ‘해결사’ 역할을 맡기로 했다.

이런 목표를 정한 건 LG그룹 각 계열사의 노하우가 전수되면 세계적 기업으로 클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기업이 도내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 원료 기업 KPT가 대표적인 사례다. 2005년 설립된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구슬모양 캡슐형 제형 기술인 ‘에멀전 펄’을 개발해 지난해 유럽 화장품 원료 박람회인 ‘인 코스메틱스 2014’에서 혁신상을 수상할 정도로 축적된 기술력을 가진 곳이다. 하지만 기술을 응용해 상품을 개발하는 제조 역량과 판로가 부족했다.

해결사로 나선 곳은 LG생활건강. KPT의 기술을 면밀히 살펴 본 LG생활건강은 4mm 크기로 만들던 캡슐의 크기를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7∼10mm로 키울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피부 타입에 따른 권장 사용량을 그램(g) 단위가 아닌 ‘한 알, 두 알’로 좀 더 쉽게 알릴 수 있게끔 마케팅 방안도 정했다. 캡슐을 보석인 진주처럼 만들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는 개발 방향도 두 회사가 머리를 맞댄 끝에 나왔다. 이렇게 만들어진 ‘백삼 콜라겐 진주환’은 5만 원이 넘는 고가 제품이지만 전국 더페이스샵 매장에서 하루 평균 200∼300개가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OLED 조명 제조사 ‘해찬’은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하는 데 충북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도움을 톡톡히 받았다. OLED 조명은 장시간 사용해도 눈이 피로하지 않고 중금속이 사용되지 않아 차세대 친환경 제품으로 꼽힌다. 오승철 해찬 대표는 대량생산을 통해 성장을 꿈꿨지만 설립 3년 차 기업에는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었다. 충북 혁신센터는 이 기업의 가능성을 보고 충청북도를 설득해 5600m²의 터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투자금까지 지원하도록 주선했다. 지난해 11억 원의 매출을 올렸던 해찬의 올해 매출 예상액이 50억 원이다.

○ ‘헬리콥터식’ 아닌 맞춤형 지원 강화


LG그룹과 충북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될성부른 도내 기업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런 ‘선택과 집중’식 지원을 위해 충북 센터는 도내 중소·벤처기업 3000여 곳 중 500여 곳을 추렸다. 이렇게 추려진 곳은 충북 센터에서 직접 찾아가 지원을 제안한다. 단순히 센터의 문을 열고 찾아오는 기업을 도와주는 ‘인바운드(inbound)’가 아니라 먼저 찾아가는 ‘아웃바운드(outbound)’ 방식이다. 윤준원 센터장은 “자금을 뿌리는 ‘헬리콥터식 지원’이 아니라 효율성 높은 맞춤형 지원 방식을 계속 강구하고 있다”며 “연내 500여 곳 중 100곳에 대해 제품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심 사업으로 내세운 특허 개방도 마찬가지다. 충북 센터는 개소와 함께 LG그룹이 보유한 특허 5만2000여 건, 16개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특허 1600여 건 등 총 5만4000여 건의 특허를 개방했다. 하지만 기업이 필요할 경우 기존의 목록에 들어 있지 않더라도 특허 실시권을 제공한다. 세일하이텍의 스웰링 테이프 특허 역시 처음 목록에는 없지만 이 기업이 가진 기술력과 시너지를 가장 잘 낼 수 있기 때문에 LG화학이 전격 제공한 것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실질적 도움’을 강조하고 있다. 구 회장은 4월 충북 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중소·벤처기업이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을 받아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럭키-금성사 시절부터 LG-충북 ‘36년 동반자’ ▼

전자-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 생산거점


충북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자리 잡은 충북 청주시에는 LG화학을 비롯해 LG전자, LG하우시스, LG생활건강, LG생명과학 LG이노텍 등 LG그룹의 6개 계열사 9개 사업장이 있다. 이 때문에 관련 분야 중소·벤처 기업들은 빠르게 충북 혁신센터를 통해 경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갖게 됐다.

충북도와 LG그룹의 인연은 3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LG생활건강의 전신인 럭키가 1979년 청주에 생활용품 종합공장 건설에 착수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당시 럭키는 전국 각 지역으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충북을 최적의 지역으로 꼽았다. 이듬해 10월 럭키는 치약 공장을 준공하고 1981년에는 칫솔, 액체 세제 공장 등을 완공해 본격적인 충북시대를 열었다.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도 1985년 청주에 정보기록매체 공장을 완공하면서 충북에서의 생산 활동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LG그룹의 미래 먹을거리 사업 부문의 생산기지로 충북이 각광받고 있다. 현재 전기차용 배터리 세계 선두 업체인 LG화학은 2011년 4월 충북 청주시 오창에 전기차 배터리 1공장을 준공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2013년에는 2공장까지 완공해 연간 35만 대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충북에 갖추고 있다.

LG화학은 이 생산 거점을 통해 GM과 폴크스바겐, 포드 등을 비롯한 글로벌 20여 곳 자동차 업체에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전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LG 관계자는 “오창 사업장은 명실상부한 세계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기지”라고 강조했다. 또 LG생명과학은 오송생명과학단지에 의약품과 백신 등 바이오 제품 생산기지를 갖추고, LG하우시스도 페놀폼(PF) 단열재와 인조 대리석 사업장을 세웠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LG그룹이 충북과의 오랜 인연을 바탕으로 도내 관련 기관과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유지하며 충북 특색에 맞는 ‘맞춤형 창조경제’를 보여 주고 있다”며 “도내 기업들이 세계 최고의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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