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년 동행… 새출발 박수쳐준 ‘아름다운 이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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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년/한국 기업史 명장면 10]<5>GS, 2005년 LG와 계열분리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2005년 3월 31일 서울 강남구 논현로 GS타워에서 열린 GS경영이념 및 CI 선포식에서 그룹 사기(社旗)를 흔들고 있다. GS그룹 제공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2005년 3월 31일 서울 강남구 논현로 GS타워에서 열린 GS경영이념 및 CI 선포식에서 그룹 사기(社旗)를 흔들고 있다. GS그룹 제공
2005년 3월 31일 서울 강남구 논현로 GS타워에서 열린 GS그룹 출범식.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GS의 경영이념은 고객과 함께 내일을 꿈꾸며 새로운 삶의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시작을 선포했다. 이후 낯익은 인물이 축사에 나섰다. 직전까지 한 식구였던 구본무 LG그룹 회장이었다.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 반세기 동안 LG와 GS는 한 가족으로 지내며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함께 이겨냈다”며 “1등 기업을 향한 좋은 동반자가 돼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허 회장에게 ‘비구상화’ 한 점을 선물했다. 한 달 전 ‘LG브랜드 출범 10주년’을 맞아 허 회장이 풍경화를 선물한 데 대한 답례였다. 재계에서는 GS그룹이 이후 10년간 순탄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LG그룹과의 ‘아름다운 이별’에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구(具)씨와 허(許)씨 집안의 동업은 1947년 LG그룹 모체인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 창립부터 시작됐다. 1세대 구인회-허만정, 2세대 구자경-허준구, 3세대 구본무-허창수로 이어지면서 별다른 분쟁 없이 기업을 이끌었다. 2004년 7월 1일 GS홀딩스(현 ㈜GS)가 설립되면서 57년간 이어진 동행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GS홀딩스는 이튿날 이사회를 열어 허창수 LG건설 회장, 허동수 LG칼텍스정유 회장, 서경석 LG투자증권 사장 등 3명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2004년 초 GS홀딩스 설립 태스크포스(TF)의 일원이었던 GS그룹 고위 관계자는 “수십 개 계열사와 주주들이 얽혀 있는 문제를 푸는 게 간단한 작업은 아니었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잡음도 나오지 않아 오로지 출범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두 집안이 반세기 이상 동업을 유지하면서 3대째에 이르러서는 100명이 넘는 후손들이 각 계열사 지분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완벽한 계열 분리를 위해서는 사업영역에 따라 구씨와 허씨 일가 간 복잡한 지분 교환이 이뤄져야 했다. 계열사 간 지분 정리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이 작업은 2012년 11월 LG상사가 GS리테일 지분을 모두 처분하면서 그룹 출범 7년 만에 모두 마무리됐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계열분리 직후 “새로운 사업을 하더라도 LG와 사업영역이 겹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그룹 역시 GS그룹의 주력사업 중 하나인 건설부문 진출을 시도하지 않았다.

GS그룹은 GS칼텍스, GS리테일, GS홈쇼핑, GS건설 등 15개 계열사로 출발했다. 2004년 기준 자산 규모 19조 원, 매출액 23조 원이었다. GS그룹은 이후 10년간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공격적 투자에 나섰다. 10년 만인 지난해 자산 58조 원, 매출액 63조 원으로 성장했다. 또 매출액 대비 수출 비중도 같은 기간 30%에서 54%까지 올라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이 됐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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