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금성→LG 改名… 글로벌 기업 첫발 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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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년/한국 기업史 명장면 10]<4 >LG, 1995년 그룹명 변경

1995년 1월 3일 구본무 당시 럭키금성그룹 부회장(현 LG그룹 회장·오른쪽)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새로이 바뀐 그룹 명칭인 ‘LG’가 적힌 사기(社旗)를 구자경 당시 회장(현 명예회장)에게서 넘겨받고 있다. LG그룹 제공
1995년 1월 3일 구본무 당시 럭키금성그룹 부회장(현 LG그룹 회장·오른쪽)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새로이 바뀐 그룹 명칭인 ‘LG’가 적힌 사기(社旗)를 구자경 당시 회장(현 명예회장)에게서 넘겨받고 있다. LG그룹 제공
“격변의 시대를 맞아 부담을 무릅쓰고 내린 중대한 결단입니다.”

1995년 1월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LG트윈타워 대강당에서 열린 럭키금성그룹 시무식. 구자경 당시 럭키금성 회장(현 LG그룹 명예회장)의 발표에 장내가 크게 술렁였다. 구 명예회장은 이날 그룹 명칭을 ‘LG’로 바꾼다고 전격 선포했다. 그룹 명칭이 바뀌면서 ㈜럭키는 LG화학으로, 금성사는 LG전자로, 럭키금성상사는 LG상사로 바뀌는 등 계열사의 이름도 일제히 바뀌게 됐다. 한국 재계 순위(현재 기준) 4위의 LG그룹이 탄생한 순간이다.

LG는 1947년 구인회 창업주가 ‘락희화학공업사’를 설립하면서 시작돼 1983년 럭키금성으로 그룹 명칭을 변경한 이후 12년간 유지해 왔다. LG라는 이름을 내걸면서 화학분야의 ‘럭키’와 전기·전자·통신 분야의 ‘금성사’를 중심으로 분산돼 있던 그룹 정체성이 하나로 통합됐다. 단순한 그룹 명칭 변경을 넘어 LG가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을 가속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 고위 관계자는 “당시 그룹 안팎에서 ‘굳이 잘 알려진 그룹명을 바꿔야 하는가’라는 반대가 많았지만, 당시 부회장이던 구본무 현 LG그룹 회장이 뚝심 있게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이때 이미 구 명예회장은 구 회장에게 경영을 승계할 것을 염두에 두고 그룹 명칭 변경의 결정 권한을 위임한 것이다.

승계는 LG 브랜드 출범 후 약 한 달이 지난 2월 22일 공식화됐다. 구 명예회장은 이날 “다가올 21세기에는 젊고 의욕적인 세대가 회사를 이끌어야 한다”며 퇴임의 이유를 밝혔다. 구 명예회장의 은퇴는 아직 경영 일선에서 활동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물러나기로 과감히 결단을 내림으로써 경영 승계의 모범을 보여 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한국 10대 그룹 중 첫 3세 승계이자 ‘무고(無故) 승계(사망 전 승계)’로 주목받았다.

구 명예회장은 이임식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혁신은 종착역이 없는 여정이며 영원한 진행형의 과제다.” 구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취임한 구본무 회장은 이런 선대 회장의 조언을 받들 듯 취임 이후 과감한 사업 구조 개편에 나섰다. 주력 사업인 전자와 화학·부문에 집중 육성하면서 동시에 디스플레이와 2차전지, 통신·서비스 사업에 전격 진출했다. 2003년에는 국내 대기업 최초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재계 관계자는 “LG는 주요 그룹 중 대기업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는 순환출자 고리를 가장 먼저 끊었다”며 “사업자회사가 오로지 본연의 자기 사업에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도적으로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1995년 1월 LG 브랜드 출범 후 20년간 LG그룹의 매출은 30조 원대에서 150조 원 규모로 5배로 커졌다. 특히 해외 매출이 10조 원 규모에서 100조 원을 넘어서며 10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임직원 수 역시 10만 명에서 22만 명 규모로 증가하는 비약적인 성장을 거뒀다.

2003년 LS그룹, 2005년 GS그룹 등 여러 계열사가 LG그룹에서 분리돼 나갔음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한 것이다. 특히 LG와 GS의 분리는 반세기 넘게 3대에 걸쳐 지속되어 온 구(具)씨와 허(許)씨 양가 간 화합과 신뢰의 동업 관계가 ‘아름다운 이별’로 유종의 미를 거둔 것으로 기록됐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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