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눈]새로운 철도시대를 향한 새로운 철도정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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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성규 국토교통부 제2차관
맹성규 국토교통부 제2차관
“화륜거 구르는 소리는 우레와 같아 천지가 진동하고 기관거의 굴뚝 연기는 반공에 솟아오르더라. 내다보니 산천초목이 모두 활동하여 닿는 것 같고, 나는 새도 미처 따르지 못하더라.” 1899년 9월 18일 독립신문은 고요했던 조선에 철마가 달리기 시작한 날의 모습을 이렇게 국민에 알렸다.

그로부터 118년이 지난 지금 한국 철도는 고속 성장을 이룩했다. 당시 인천 제물포∼서울 노량진 33.8km 구간으로 출발한 철도는 현재 총 97개 노선으로 전국 곳곳을 연결하고 있다. 그 길이만 4600km에 달한다. 이용객 역시 매일 1000만 명, 연간 약 40억 명으로 늘어, 철도는 명실공히 한국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이 되었다.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이 시속 20km의 느린 속도로 달리면서도 ‘천지가 진동하고 나는 새도 따르지 못하는’ 모습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반면, 고속철도가 개통된 지금은 시속 300km가 익숙하고 편안한 속도가 되었다.

이제 그간의 성과를 발판으로 철도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새로운 방향에서 철도정책을 살펴봐야 한다. 정부기관인 철도시설공단이 건설하고 공기업인 코레일이 운영하는 철도는 다른 교통수단과 달리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 철도정책은 경제성, 수익성뿐만 아니라 공공성, 공익성도 종합적으로 균형감 있게 고려해 추진될 필요가 있다.

새 정부 철도정책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공공성 강화’라고 할 수 있다. 먼저 국민들이 ‘싸고 빠르게’ 철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추석연휴에 역귀성객 대상 할인 기간을 대폭 연장한 것이 그 예다. 앞으로는 가족 단위 승객에 대한 할인 판매는 물론 시간대와 노선에 따른 탄력적인 요금할인 프로그램 등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수도권의 극심한 교통난을 해소하고, 출퇴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최고 시속 200km의 수도권 광역급행철도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민자사업으로 진행하더라도 조달금리가 낮은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등의 방안을 통해 국민의 교통비 부담이 줄어들도록 할 것이다. 최근 저출산, 고령화로 부족해지는 국가 예산을 고려할 때 일부 SOC는 민간의 자본을 활용하여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경우 운영비뿐만 아니라 건설비까지 감안해 운임이 산정돼 이용자의 운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철도는 재정사업으로 건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재정 여건과 대체노선 존재 여부 등을 검토해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민자사업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철도 기관의 운영 시스템도 전반적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 종래 철도 운영과 건설 및 관리를 함께 수행하던 철도청의 기능은 2004년 철도공사와 철도공단으로 분리됐다. 2016년 수서고속철도(SRT)가 개통되면서 고속철도 부문에서 복수의 운영자가 경쟁하는 환경이 조성됐다. 이런 현재의 철도 시스템이 합리적인지, 철도 이용자인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추진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정부의 이런 정책 추진 방향에 따라 새로운 변화를 앞두고 있는 철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내년부터는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국 설립일(6월 28일)을 새로운 철도의 날로 기념하게 된다. 미래로 가는 변화의 레일 위에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롭게 채워 나가야 할 때다.

맹성규 국토교통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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