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뷰스]핀테크로 ‘따뜻한 금융’에 날개 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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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진 8퍼센트 대표·한국핀테크협회 이사
이효진 8퍼센트 대표·한국핀테크협회 이사
대출자와 투자자를 연결하는 신용대출 서비스를 개인 간 거래(P2P·Peer to Peer) 플랫폼을 통해 제공하는 기업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고객의 이야기를 접한다. 2015년 우리 플랫폼에서 1500만 원을 대출받은 고객이 있었다. 과거 이 고객은 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워 제2금융권에서 고금리 대출을 이용했었다. 그런데 그가 대출금을 조기 상환하고 100만 원으로 P2P 투자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자신이 도움을 받았던 플랫폼에 도움을 주는 투자자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창업 초기 어렴풋하게 꿈꿨던 모습을 보게 되어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이처럼 P2P금융은 비교적 낮은 신용등급과 적정 금리의 불일치 현상을 해소하는 핀테크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투자자는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대출자는 기존 제2, 3금융권보다는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해외에도 핀테크를 통한 선순환 사례가 있다. 미국에는 ‘언더뱅크드(underbanked)’라고 불리는 계층이 있다. 은행 통장은 있지만 금융회사의 혜택을 못 받는 서민들로 이들은 흔히 신용대출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데 최근 이들이 핀테크 서비스의 발전으로 능동적인 자산 관리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온라인 금융서비스가 금융 취약계층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도 ‘관계형 금융’이라는 것이 있다. 금융회사가 재무·신용등급 등 정량적 정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기업에 대한 지속적 거래, 접촉,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얻은 비계량적 정보를 바탕으로 지분투자, 장기 대출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기존 금융회사가 사용하는 일반적인 기준 말고도 다양한 요소로 대출 여부를 판단한다. P2P대출에서도 기업과 개인 대출에 비슷한 방식이 활용될 수 있다. P2P금융 플랫폼은 은행과 관계를 맺기 어려워 고금리 대출을 이용했던 사람들에게 중금리 대출을 적절하게 제공해 금융 취약계층의 재기를 도울 수 있다.

금융 취약계층의 성장은 곧 경제성장의 기회로 연결될 수 있다. 존 콜린스 금융무역은행연합(BAFT) 국제정책 부총괄은 올해 6월 방한해 ‘글로벌 핀테크 산업현황 및 시사점’을 주제로 한 국회 토론회에서 “핀테크를 통한 온라인 대출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약 4%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그는 “핀테크가 이제 막 창업하는 소규모 대출자들에게 새로운 길이 될 것”이라며 “여성과 청년처럼 경제 진출이 어려운 사람들은 기존 은행 대신 P2P금융으로 쉽게 대출받아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P2P금융 플랫폼을 통해 유능한 소상공인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면서 생산활동을 이어간다면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기존 금융권에서 소외받은 개인과 소상공인, 중소기업이 P2P대출을 통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포용적 금융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금융 소외계층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포용적 디지털금융 원칙’이 제정되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정보의 격차로 자칫 소외되기 쉬운 개인과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을 함께 끌어안고 성장하는 데 금융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과 금융이 결합된 P2P대출은 다양한 계층을 포용하려는 인간적인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앞으로 P2P금융 플랫폼의 활약이 기대된다.

이효진 8퍼센트 대표·한국핀테크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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