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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진단]아일랜드서 날아온 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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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진단]아일랜드서 날아온 청구서

김유영 산업부 차장 입력 2017-11-13 03:00수정 2017-11-13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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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영 산업부 차장
최근 국내 대기업의 한 홍보 임원은 광고 집행 내역을 살펴보다 고개를 갸웃했다고 한다. 페이스북에 광고를 집행했는데, 인보이스(계약서)는 낯선 곳에서 날아왔다. 주소는 아일랜드 더블린 그랜드캐널광장 4번지. 바로 페이스북 아일랜드 법인이었다.

국내 기업이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광고를 집행했는데 정작 광고 매출을 올리는 곳은 페이스북 아일랜드 법인이었다. 아일랜드 법인세(12.5%)는 한국의 절반 정도. 페이스북이 법인세를 아일랜드에 내는지, 또 다른 국가에 내는지 확인된 바 없다. 확실한 건 이 실적이 대한민국 국세청에 신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임원은 “국내 기업이라면 당연히 납부할 세금을 해외로 빼돌리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페이스북만 그런 게 아니다. 구글과 애플 등 다국적 테크기업들은 지식재산권(IP)에 대한 로열티 형태로 수익을 조세회피처(tax haven) 등 제3국에 이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컨대 아일랜드에서 거둔 수익을 로열티를 원천 징수하지 않는 네덜란드 법인에 보내고, 이를 다시 법인세가 없는 버뮤다 본사의 자회사로 아일랜드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에 보내는 ‘더블 아이리시 위드 어 더치 샌드위치(double Irish with a Dutch sandwich)’ 수법으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경제학자인 게이브리얼 저크먼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구글은 모(母)회사인 알파벳 상장(2004년) 직전인 2003년 법인세가 0%인 버뮤다에 아일랜드 지주사를 만드는 등 세금 회피 작업을 진행했다”며 “구글 등 다국적 기업들이 이전한 세금은 미국 무상 식료지원(푸드스탬프) 예산과 맞먹는다”고 일침했다. 유럽연합(EU)도 다국적 기업의 역외(域外) 조세 회피로 회원국이 연 600억 유로(약 77조 원)의 손실을 본다고 추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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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행태가 새삼 거론되는 건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가 최근 국감에서 “구글은 어마어마한 돈을 번다. 하지만 세금을 안 낸다”고 말하면서부터다. 구글코리아는 “한국 법을 준수한다”고 반박했고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그렇다면) 국내 매출액과 세금 납부액을 공개하라”고 맞받아쳤다. 하지만 구글은 묵묵무답이다.

물론 네이버가 구글을 겨냥하고 나선 것은 PC 온라인 광고를 독식했던 네이버가 모바일 동영상 광고에서 구글에 위협받는 현재 상황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올해 9월 구글 유튜브의 시간 점유율은 72.8%로 네이버 TV(2.7%)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구글의 동영상 광고 판매가 급증하지만, 이 역시 국내에 신고되지 않고 있다는 게 네이버의 의심이다.

세금 우회에 철퇴를 가하려는 각국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영국과 호주는 다국적 기업이 자국에서 번 돈을 다른 국가로 우회하면 세금(각각 25%, 40%)을 부과하기로 했다. 아일랜드도 더블 아이리시 수법을 2020년까지 폐지하기로 했다.

한국은 이제 시작이다. 따지고 보면 구글이 국내법을 준수한다는 말이 틀리진 않았다. 현행법상 다국적 테크기업들은 본(本)서버를 외국에 두고 있어 과세 당국도 세금을 부과할 명목이 없다. 대체로 캐시서버(인터넷망 중간에 설치된 임시 저장 공간)를 한국에 두는 방법으로 국내에 서비스한다. 하지만 법의 허점이 있다면 고쳐야 한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버 위치를 사업장으로 보고 과세 근거로 삼는 낡은 개념을 버리고 국내에 캐시서버를 두면 이를 고정사업장 범주에 포함시키는 등 사업의 본질적 요소를 감안해 국내 기업과 조세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정보의 필요성에는 국경이 없다”(구글의 10가지 진실 중 8번째)지만, 납세의 의무까지 국경을 초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유영 산업부 차장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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