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첨단기술에 ‘집수리’ 情까지… 베트남 녹인 따뜻한 경영
더보기

첨단기술에 ‘집수리’ 情까지… 베트남 녹인 따뜻한 경영

주성원기자 입력 2014-10-08 03:00수정 2014-10-08 03:48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한국기업 글로벌 戰場을 가다]
<7>두산重 꽝응아이 법인 두산비나, ‘베트남 중부 얼굴’로
두산중공업 베트남 현지 법인인 두산비나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뒤쪽으로 보이는 것이 바닷물을 민물로 만드는 해수담수화증발기다. 경남 창원시 본사에서는 더이상 생산하지 않지만 두산비나에서는 주력 생산 제품 중 하나다. 꽝응아이=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 “베트남 직원들은 손재주가 좋아 기술 습득 속도가 상당히 빨라요. 게다가 가르치면 가르친 그대로 원칙을 꼭 지킵니다.”(김영길 두산비나 보일러공장 생산관리부장)

“한국인 간부들의 조직관리 능력과 기술력은 베트남 기업에 비하면 월등합니다. 8년간 베트남 제조업체에서 근무해봐서 잘 압니다.”(도득빈 보일러공장 생산총괄)

지 난달 30일 베트남 중부 꽝응아이 두산비나 공장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로에게 건네는 칭찬으로 말문을 열었다. 55세 한국인 기술 장인(匠人)과 그에게 기술을 배운 38세 현지인 근로자.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만 두 사람은 친구나 형제처럼 가까워 보였다. 》


두산비나 보일러공장의 김영길 생산관리부장(왼쪽)과 도득빈 생산총괄. 김 부장은 최근 5년 동안 생산 현장의 경험과 기술을 도득빈 총괄을 비롯한 현지 근로자들에게 전수했다.
○ 단순 생산 거점에서 ‘자생력 갖춘 기업’으로

관련기사

두 사람의 ‘끈끈하고 친근한’ 관계는 두산비나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2009년부터 생산을 시작한 두산비나는 두산중공업의 베트남 현지 법인이다. 김 부장은 경남 창원시 두산중공업 본사를 떠나 5년 동안 베트남 현지 직원들에게 기술을 가르쳤다. 현지인으로는 처음으로 생산직 직원 310여 명을 관리하는 자리에 오른 도득빈 총괄은 그 기술과 업무를 다시 베트남 직원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도득빈 총괄은 “직원들에게 열정을 가지고 일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비나의 매출액은 2011년 7100만 달러(약 759억 원)에서 지난해 2억4600억 달러(약 2632억 원)로 껑충 뛰었다. 2009년 1500명이던 베트남 직원은 2500명까지 늘어났다. 처음 창원 공장의 넘치는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한 ‘생산 거점’으로 출발한 두산비나가 지금은 명실상부한 베트남 중부의 대표 기업이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130명이던 한국인 관리 직원은 70명으로 줄었다. ‘관리’보다는 ‘자율과 화합’의 기업 문화가 현장에 자리 잡은 셈이다.

두산비나는 발전용 보일러와 배열회수보일러(HRSG), 해수담수화증발기, 항만용 운반하역설비 등 다양한 품목을 제작하고 있다. 특히 해수담수화증발기와 항만용 운반하역설비는 한국 본사에서는 채산성 때문에 생산을 중단했지만 두산비나에서는 여전히 주력 생산 제품으로 꼽힌다. 인건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생산성은 한국에 못지않은 수준이어서 경쟁력이 높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 회사는 기술과 품질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이인태 생산혁신 부장은 “두산비나는 동남에 지역에서 처음으로 미국기계기술자협회(ASME)의 발전 관련 인증을 받은 기업”이라며 “그만큼 높은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두산비나의 다음 목표는 ‘독자 생존’이다. 설계실 역량을 강화해 자체 수주 물량을 늘리고 지속적인 교육으로 생산 기술력도 확보하겠다는 장기 계획을 세웠다. 이미 몽중 화력발전소 등 베트남 지역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수주 작업을 진행 중이다. 두산비나 류항하 법인장은 “앞으로 5년 이내에 자체 수주 물량을 생산량의 50%까지 끌어올려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세심한 배려와 인화가 성장 원동력

두산비나의 급성장 배경에는 직원 한 명 한 명을 살피고 배려하는 두산그룹의 인재경영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베트남은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적어 비교적 퇴사가 잦고 이직이 자유롭다. 두산비나도 가동 초기 퇴사율이 연 40% 정도였다. 직원 10명 중 4명이 다른 직장을 찾아 나갔다는 뜻이다. 숙련된 생산직 직원의 퇴사는 생산성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이랬던 퇴사율이 최근 10%까지 줄었다. 이 회사 인사담당 김광주 부장은 “직원들을 위한 각종 배려로 회사에 대한 소속감을 높여온 성과”라며 “그 외에도 동아리 활동 등을 꾸준히 전개하며 우리는 하나라는 의식을 고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 벌이는 ‘드림하우스’ 이벤트가 한 예다. 식구는 많은데 집이 좁고 낡아 어려움을 겪는 직원을 뽑아 집을 고쳐주는 행사다. 대상자 선정과 지원에는 노조도 함께 참여한다. 단순한 이벤트 차원을 떠나 베트남 현지 직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감동을 전하겠다는 것이 이 행사의 목적이다.

맞벌이 직원들을 위한 ‘드림유치원’은 또 다른 예다. 베트남에는 한국 어린이집처럼 ‘하루 종일’ 아이를 봐주는 탁아기관이 드물어 맞벌이가 쉽지 않다.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을 간파하고 도움을 주는 시설이다. 부모 중 한 명이 직원이라면 무상으로 이 유치원을 이용할 수 있다

소속감을 고취시키는 것은 단순히 복리후생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직원 교육담당 박승원 차장은 “한 베트남 직원의 가족을 사적으로 식사에 초대해 감사의 뜻을 전한 일이 있다”며 “그 자리에 온 부인과 딸이 눈물을 흘리며 감동하는 모습을 본 직원이 회사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 지역 경제 발전에도 큰 기여

꽝응아이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베트남 64개 성(省) 중 소득수준이 하위 10위 안에 들 정도로 가난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두산비나 가동 이후 단숨에 소득이 상위 10위권 안으로 들어갔다. 그만큼 이 지역 경제에서 두산비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뜻이다. 실제로 협력업체까지 합하면 3500여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두산비나 때문에 생겨났다. 꽝응아이와 베트남 정부는 한시적 법인세 감면 등의 혜택으로 화답했다.

꽝응아이 정부는 두산비나가 향후 이 지역에 다른 외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응우옌민 꽝응아이 공산당 서기장은 “앞으로 외국 기업이 꽝응아이의 기업 환경을 물어본다면 ‘두산비나의 성공을 보라’고 대답할 것”이라며 “꽝응아이의 ‘얼굴’이 된 만큼 더욱 노력해 주었으면 한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초등교 후원… 담수화설비로 섬 식수난 해결… ▼

현지밀착 사회봉사 주민들에 인기

두산비나 인근 빈투안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이 컴퓨터 수업을 받고 있다.
뜨거운 베트남의 가을 햇볕을 맞으며 돌아본 빈투안 초등학교에는 어린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이 가득했다. 교사 한쪽 벽에 그려진 잠자리 그림이 어린이들의 웃음소리와 조화를 이뤘다. 동행한 두산비나 김남오 과장은 “두산비나가 초청한 중앙대 사회봉사단 학생들이 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컴퓨터실에서는 학생들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역시 두산비나가 기증한 컴퓨터들이다.

두산비나는 2008년부터 회사 인근에 있는 이 학교를 후원해오고 있다. 2012년에는 자매결연까지 맺었다. 직원들이 나서서 운동장과 화장실을 고쳐주는 등 정성을 들인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응우옌니 빈투안 초등학교 교장은 두산비나의 봉사활동을 소개한 신문 스크랩을 보여주며 “고마움을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어린이들과 함께 늘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중부인 꽝응아이는 베트남전쟁 당시 베트남군과 월맹군이 격렬하게 맞붙었던 ‘격전지’다. 지금도 거리 곳곳에서 전쟁 희생자들의 위령비를 볼 수 있다. 베트남군과 함께 싸웠던 한국군도 이 지역에서 베트콩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더구나 꽝응아이는 호찌민에 이어 ‘베트콩 2인자’로 불린 팜반동 전 총리의 출신지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보면 한국에 대한 인상이 좋을 리 없었다. 그러나 두산비나의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 덕에 이 지역 주민들이 한국을 보는 인식은 점차 바뀌기 시작했다.

두산비나가 2012년 인근 안빈 섬에 90만 달러(약 9억6300만 원)를 들여 기증한 해수담수화증발기는 베트남 전역에서 화제가 됐다. 지하수가 나지 않아 옛날부터 빗물을 받아 식수와 생활용수로 사용했던 이 지역에서 수돗물을 펑펑 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대대로 이어진 섬 주민 500여 명의 숙원을 두산비나가 풀었다. 회사로서는 ‘가장 필요한 곳’에 ‘가장 잘하는 일’을 한 셈이다.

두산비나는 중앙대의료원과 협업해 꽝응아이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펼치며 구순구개열(언청이) 어린이와 백내장 환자를 수술해주는 활동도 꾸준히 벌이고 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두산비나는 2011년 한국과 베트남 정부가 공동으로 주최한 ‘베트남 사회책임경영(CSR) 대상’을 받았다.

꽝응아이=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두산비나#베트남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