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외식기업들, 안방에선 ‘족쇄 찬 다윗’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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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기업을 다시 보자]<2>글로벌 기업과 역차별

한국에서 영업하는 두 개의 외식기업 A, B가 있다.

A기업은 세계 117개국에 3만2737개의 점포가 있다. 연 매출이 32조 원이다. B기업은 5개국에 3428개의 점포가 있다. 매출은 2조5566억 원이다. A, B 두 기업 중 하나는 한국 정부로부터 갖가지 규제를 다 받는다. 예를 들어 주변 500m 안에 비슷한 업종의 작은 점포가 없어야 새로 점포 확장을 할 수 있다. 장사가 아무리 잘돼도 전년 대비 2% 이상 점포 수를 늘리는 것은 금지다.

여기서 퀴즈. 이런 규제를 받는 곳은 A와 B 중에 어느 쪽일까. 정답은 B기업이다. A기업은 다국적 기업 맥도널드, B기업은 파리바게뜨다.

맥도널드에 비해 매출 규모가 10분의 1도 안되는 파리바게뜨는 자기 땅에서 자기 정부로부터 견제를 받고 있다. 맥도널드는 외국 기업이라는 점, 통상 마찰이 우려된다는 등등의 이유로 규제에서 빠져 있다.

많은 전문가는 맥도널드도 같은 규제를 받게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파리바게뜨 같은 국내 기업에 대한 터무니없는 규제가 ‘한국의 맥도널드’ 탄생을 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 성장제한 규제에 흔들

최근 국내 주요 외식기업들의 목표는 맥도널드나 KFC, 피자헛을 운영하는 얌브랜드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되는 것이다. CJ푸드빌, 롯데리아 등 대기업 계열 외식기업에서부터 SPC그룹(파리바게뜨), 제너시스BBQ, 카페베네 등이 대표선수다.

하지만 이 기업들은 국내에서부터 발목이 잡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국회, 중소기업청 등이 외식기업의 국내 성장을 제한하거나 지원을 축소하는 여러 규제와 정책을 무더기로 쏟아낸 것이다. 이 중 일부는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집중적으로 거론된 이른바 ‘경제 민주화’라는 정치 규제의 산물이다.

빵집과 레스토랑의 신규 출점을 막는 동반성장위의 규제로 파리바게뜨와 CJ푸드빌 등의 국내 사업은 성장을 멈췄다.

이달 중순 한국휴게음식업중앙회가 동반성장위에 커피, 피자 업종의 중기적합업종 선정을 신청할 예정인 가운데 카페베네, 이디야 등 토종 커피 전문기업도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사업의 성장 동력이 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한 외식기업 최고경영자(CEO)는 “프랜차이즈 사업의 핵심은 ‘성공 경험의 이식(移植)’”이라며 “해외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국내의 성공 기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인 컨슈머워치의 김진국 대표(배재대 교수)는 “약자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식이 아니라 소비자가 선호하는 기업의 성장을 막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며 “내수 활성화와 해외 진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골목상권 침해 논란 불똥도

최근 외식업계에선 눈에 보이는 여러 규제 외에도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10곳 중 7, 8곳이 크고 작은 세무조사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엉뚱하게 중소기업에서 출발한 외식 분야 전문기업까지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이디야 커피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데도 점포 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규제하자는 논의 자체가 무척 억울하다”며 “형평성 없는 규제 때문에 사업을 하는 데 큰 부담이 생겼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앞 서점 한쪽의 작은 떡볶이 가게에서 출발해 가맹점 400개의 중견기업을 일궈낸 죠스푸드. 이 회사 나상균 대표도 각종 견제로 위기감을 느끼는 기업인 중 한 명이다. 나 대표는 “우리한테 대기업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건 종합 식품기업으로 성장하려는 꿈을 꾸지 말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외식기업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반 개인식당보다 폐업률이 낮고 여성과 실버 창업을 손쉽게 하는 등의 긍정적 효과가 크다는 설명이다. 조동민 한국프랜차이즈협회 회장은 “가맹본부의 횡포 등 외식기업의 문제도 있었지만 여러 측면에서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프랜차이즈 외식업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용석 nex@donga.com·박선희 기자
#외식기업#글로벌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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