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스토리 &]한화L&C 女대리들의 ‘글로벌 대동女지도’
더보기

[스토리 &]한화L&C 女대리들의 ‘글로벌 대동女지도’

동아일보입력 2013-07-19 03:00수정 2013-08-13 11:02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한화L&C 건축자재부문 해외영업팀에서 일하는 여성 5명이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인테리어 매장에서 회사 제품을 들어 보이며 밝게 웃고 있다. 한화그룹 제공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인테리어 전시장이 시끌시끌해졌다. 여성 다섯 명이 한꺼번에 모여 방송 녹화를 시작한 것이다. 남성 진행자가 “너무 젊어 보여 신입사원인 줄 알았다”고 칭찬하자 30세 안팎의 주인공들은 일제히 ‘까르르’ ‘호호호’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진행자는 이어 이들의 활동영역을 표시했다는 세계지도를 꺼내 들었다. 미국, 캐나다, 유럽, 호주,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그리고 이라크까지…. 이들이 거쳐 가지 않은 지역을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이들은 한화L&C 건축자재 사업부문의 해외영업 부서에서 일하는 여성이다. 직급은 모두 대리. 사실 건축자재 사업은 전통적으로 남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게다가 ‘영업’ 역시 여성들의 진출이 그다지 활발하지 않던 분야가 아닌가. 5명의 여성 대리들은 이날 발언 기회를 놓칠세라 ‘거친 남성들의 세계’ 속 무용담을 앞다퉈 쏟아냈다. 이날 녹화한 분량은 9일 오전 한화그룹 사내방송을 통해 전파를 탔다.

○ 한국 ‘며느리’의 힘

주요기사

한화L&C 건재사업부문 데코영업팀의 윤혜선 씨(28)는 지난해 6월 홀로 이탈리아 북부의 한 작은 도시에 갔다. 새로 개발한 제품을 갖고 신규 거래처를 뚫기 위한 출장이었다. 회의실 앞에 마주한 바이어 측 실무자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오늘은 틀린 건가’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 회사의 책임자급 상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한국인? 우리 아들도 한국인과 결혼했는데….”

이게 웬 떡인가 싶었다. 윤 씨는 당시 결혼 8개월 차의 새댁이었다. 자신은 ‘초보 며느리’였지만 황금 같은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한국에선 이탈리아인 며느리(‘미녀들의 수다’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크리스티나 콘팔로니에리 씨)가 인기가 높다, 예로부터 한국의 며느리들은 대단한 사람이었다는 등 시시콜콜한 얘기를 꺼냈다.

한국인 며느리를 둔 그 상사도 “아들이 한국인과 결혼해 참 기쁘다”라며 맞장구를 쳤다. 미팅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윤 씨는 “물론 ‘며느리’ 얘기가 계약에 절대적 역할을 했다고 하기엔 무리지만, 사업 얘기를 좀 더 부드럽게 이어갈 수 있었던 계기를 만들어 준 것만은 분명했다”고 말했다.

○ 일주일 해외 출장에 12곳 방문

FS영업팀의 김지선 씨(30)는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지난해 첫 남미 출장을 꼽았다. 일주일간 잡은 일정이 무려 12개. 우선 인천에서 페루까지 비행시간만 25시간에 달했다. 여장을 풀 새도 없이 페루에서 4개 업체를 만나고, 콜롬비아로 넘어가 또 8개 업체와 미팅을 가졌다. 이 살인적 일정이 시작된 지 3일째 되던 날 그는 고3 때도 안 쏟았던 코피를 쏟았다.

김 씨는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14일 남미에 출장 와서 21일 귀국할 예정”이라며 “지금 바이어와 함께 저녁식사를 한 뒤 이동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출장에선 페루, 콜롬비아, 에콰도르 3개국에서 미팅을 13번 갖는다고 했다. 첫 출장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덕분인지 일정을 하나 더 늘린 셈이다.

다른 이들도 빡빡한 일정을 짜기는 매한가지다. 또 대부분 홀로 출장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하넥스영업팀의 남윤정 씨(30)는 “친구들은 해외 출장을 많이 다니니 쇼핑도 하고 짬을 내서 여행도 하는 줄 안다”면서 “3개 국가를 묶어서 4박 5일 출장을 홀로 다니다 보면 밥 먹을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 한류를 활용하라

맏언니인 칸스톤영업팀의 강현선 씨(33)는 ‘한류’를 영업에 잘 활용하고 있다. 특히 한류 열기가 뜨거운 싱가포르에 갈 때면 꼭 한류스타 CD를 선물로 준비해 간다. 강 씨는 “얼마 전에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나 ‘젠틀맨’으로 재미를 좀 봤다”며 “이런 소소한 선물이 해외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유지하는 나만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타일영업팀 임진현 씨(29)는 한화건설이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따낸 뒤 건축자재 납품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이라크 태스크포스(TF)팀’에 파견됐다. 그는 올해 4월 이라크 현지의 한 바이어로부터 “한국 드라마 ‘허준’(1999년)이 이라크에서 인기가 많다”는 말을 듣고 아이디어를 하나 냈다. 바이어들에게 ‘허준’ 전편을 담은 DVD를 선물로 보내자는 것이었다. 임 씨는 “DVD 5개로 이뤄진 세트를 5, 6개 사서 우편으로 부쳤는데 바이어들이 너무 고마워했다”고 전했다.

임 씨는 다만 이라크 관련 업무를 1년간 맡아 왔지만 아직 한 번도 현지에 가보지 못한 것을 매우 아쉬워하고 있다. 안전 문제도 그렇지만 중동 국가라는 특성상 여성들이 직접 비즈니스를 진행하기에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이 가진 장점도 많다. 강 씨는 “거친 분야일수록 세심하고 감성적이면서 멀티태스킹 능력도 갖춘 여성들이 능력을 더 발휘할 여지도 많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한화#여성#건축자재 사업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