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쌍용차 부활 이끄는 ‘현장개선 전문가’ 15인의 활약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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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쏘’의 뿔처럼 형님들이 간다

쌍용자동차의 부활을 이끄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란도C’를 만드는 조립1공장 생산라인에서 쌍용차 현장개선 마스터 12명과
 생산혁신팀 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마스터 15인 중 3명은 직원들과 현장개선 활동을 하느라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다. 평택=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쌍용자동차의 부활을 이끄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란도C’를 만드는 조립1공장 생산라인에서 쌍용차 현장개선 마스터 12명과 생산혁신팀 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마스터 15인 중 3명은 직원들과 현장개선 활동을 하느라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다. 평택=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파업이 지나간 공장은 폐허였다. 2009년 8월 파업이 끝난 뒤 쌍용자동차 공장 직원들은 주말에도 경기 평택시 칠괴동 공장에 나와 구슬땀을 흘리며 청소를 했다. 공장 안 쓰레기를 치우고 기둥과 도로에 스프레이로 쓴 파업 구호를 닦아냈다. 생산혁신팀 황병환 차장은 당시를 “파업이 마침내 끝났다는 안도감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회사가 되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패배감에 젖어 있었다”고 기억했다.

파업이 끝난 지 3년 9개월이 지난 요즘 쌍용차는 ‘부활’을 꿈꾸고 있다. 이달 초 쌍용차는 4년 만에 평택공장에서 주야 2교대를 시작했다. 올해 1분기(1∼3월) 자동차 3만1265대를 팔아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6.7% 늘었다.

21일 찾은 쌍용차 공장은 파업 구호와 욕설, 담배꽁초와 쓰레기로 넘쳐나던 모습은 사라지고 깨끗하게 정돈된 모습이었다. 일하는 직원들의 손놀림에는 에너지가 넘쳤다.

이 같은 쌍용차의 변화 뒤에는 ‘현장개선 전문가(MWB·Master White Belt) 15인’의 활약이 있었다. 재기를 꿈꾸던 쌍용차는 현장을 손바닥 보듯 꿰뚫는 현장 전문가들을 뽑아 생산혁신과 품질혁신을 맡기기 위해 2009년 ‘현장개선 전문가’ 제도를 도입했다.

○ 세심하게 현장 바꾸는 ‘미다스의 손’


황 차장과 같은 팀의 강상길 차장은 파업 직후 경남 창원시에 있는 포스코특수강 공장,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등 현장 생산시스템 개선 활동을 잘한다고 소문난 기업들을 찾아다녔다. 떨어진 회사의 신뢰를 되찾는 방법은 장기적인 품질 개선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생산혁신팀은 차체 조립, 도장, 물류, 품질관리 등 각 분야 현장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현장의 마스터’들을 2009년 5명, 2010년 10명 선발했다. 이들은 현장 직원들이 내놓은 사소한 개선 아이디어에 부가가치를 더해 발전시켜 전체 생산시스템에 적용하는 일을 맡았다.

이들이 발전시킨 아이디어는 소박하게는 생산라인 청소, 부품 배열 방법부터 수천만 원의 비용을 절감하는 공정 개선까지 다양하다. 회사 사정이 어렵다 보니 폐자재함과 고철을 모아놓은 쓰레기통을 뒤져 폐자재를 재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했다.

코란도C 차체를 조립하는 차체1팀 직원들은 지난해 자동차 바퀴 측면 덮개인 펜더를 조립하는 공정을 바꿔 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명품 수입차는 펜더와 후드, 전조등의 틈이 명함 1, 2장이 들어갈 정도로 일정하다던데 왜 자꾸 틈이 벌어져 차의 앞모습이 못나 보일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차체1팀 황주원 마스터는 조원들을 독려해 매일 수차례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회의를 열고 공정을 개선할 현실적인 아이디어를 모았다.

○ 동료애가 가장 큰 소득

현장개선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직원 4000명으로부터 모은 아이디어는 2010년 3만2000건에 이르렀고 지난해 4만6000건으로 늘었다. 현장의 ‘시어머니’ 격인 이들이 처음부터 환영받은 것은 아니었다. 설비담당 장덕진 마스터는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는 동료들과는 같이 밥 먹고 못하는 술도 한잔하면서 터놓고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현장개선 전문가 15인의 꿈은 자신들을 믿고 따르는 근로자들과 함께 소비자들이 다시 찾는 좋은 차를 만드는 것이다. 조립2팀 신덕교 마스터는 휴대전화를 내밀며 개선 활동을 가르치던 직원이 스승의 날에 보내온 감사 문자를 자랑했다. 신 마스터는 “세련된 표현은 아니었지만 동료들이 투박한 언어로 진심을 전해올 때 뿌듯함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평택=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쌍용차#현장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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