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어느 정도 벌면… 행복은 소득 순이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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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돈을 얼마나 벌어야 행복할까. 심리학자들은 오랫동안 소득과 행복의 연관성을 연구해왔다. 일반적으로 소득이 많은 사람일수록 더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득이 많을수록 행복이 커지는 현상은 연간 수입 7만5000달러(약 8000만 원) 수준까지만 적용된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었다. 어느 기점 이상부터는 효과가 변별되지 않는 이른바 ‘천장효과(ceiling effect)’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소득의 적정 수준 이상부터는 오히려 행복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연구자들은 전 세계 164개국 171만 명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데이터를 수집해 어느 정도 소득 수준에서 사람들이 행복감을 느끼는 지 조사했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1인당 소득 9만5000달러 수준에서 천장 효과가 발생했는데, 흥미로운 점은 소득이 그 수준을 넘어서자 오히려 생활의 만족도가 떨어졌다. 다시 말해 천장 효과가 발생하는 수준까지는 행복이 소득에 비례했으나 그 지점을 초과한 소득은 오히려 행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른바 ‘반환점 효과(turning point)’가 나타난 것이다. 이는 무조건 돈을 많이 번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과도한 소득은 무리한 노동과 스트레스를 유발해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는 시사점을 준다.

특히 지역별로는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에서 11만 달러 수준에서 천장 효과가 발생했는데 이는 동유럽, 남미 같은 저개발 국가뿐 아니라 전 세계 평균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또 천장 효과가 발생한 지점에서의 생활 만족도도 저개발 국가들보다 낮았다. 즉 동아시아권 사람들은 전 세계 평균보다 소득이 높아야 행복을 느끼는 데다 그 수준에 이르더라도 다른 나라보다 덜 행복하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현재 우리가 돈을 버는 데만 너무 집착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로 인해 행복을 희생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한다.

김유진 템플대 경영학과 교수 ykim@temple.edu
#dbr#소득#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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